萍 - 저장소 ㅁ ~ ㅇ/사랑과 법

11 이혼 소송 중 "남편이 뇌물 받았다"고 고소한 아내

浮萍草 2014. 9. 2. 18:59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우리의 이혼 소송…'쿨하게' 이혼하는 방법은 없나?
    일러스트 이철원 기자
    혼 소송 중엔 별일이 다 생긴다. 이런 일도 있었다. 남편이 고위공무원이었는데 이혼소송을 하다 아내의 감정이 격해졌다. 아내는 과거 일을 떠올렸다. 밤늦게 귀가한 남편 양복주머니에 돈봉투가 있었는데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둔 것이 생각난 것이다. 이혼 소송 중에 아내는 남편이 뇌물을 받았다고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이렇게 부부는 상대방의 비리나 부조리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상대방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심지어 배우자뿐만 아니라 배우자 가족들까지 고소· 고발해서 이혼 소송 하나에 소송이 10개까지 늘어나는 사건도 있었다. 이혼 생각이 없었는데 배우자가 낸 이혼 소장을 받아 보고 화가 나서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다. 아내는 이혼을 원하고 남편을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였다. 아내는 이혼 소장에 남편의 문제를 장황하게 적었다. ‘남편은 밤에 남자 구실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파렴치하게도 사기를 쳐서 저와 결혼을 해 아무 잘못도 없는 저를 파탄에 이르게 한 아주 나쁜 남자입니다. 시댁 사람들은 모두 학력도 변변치 못한데다 별다른 지식도 없는 무식한 사람들입니다’. 소장을 받아든 남편은 피가 거꾸로 솟았다. 결국 그는 이혼 결심을 하고 맞소송(반소)을 제기했다. 이혼 소송이 범죄로 이어질 때도 있다.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사건이다. 아내는 남편의 폭행 등으로 큰 상처를 받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남편은 이혼을 거부했다. 아내가 계속 이혼을 요구하자 화가 난 남편은 결국 아내를 살해했다.
    이처럼 우리의 이혼 소송은 진흙탕 싸움일 때가 많다. 그 이유는 우리의 이혼 법제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상대방의 잘못을 주장해 그것을 입증해야만 이혼이 되는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다. 잘못이 있는 쪽은 이혼 소송을 낼 수 없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부부들은 이혼 재판에서 정말로 상대방을 헐뜯기 위해 처절하게 싸움을 한다. 이혼 소장부터 그렇다. 실무에서 이혼 소송을 할 경우 소장이나 답변서 준비서면 등을 쓰다보면 기본이 10장 20장이고, 심지어는 100장 200장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서면과 증거서류 한번만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서면은 많게는 10번 정도 주고 받게 된다. 그러면 전체 기록은 수백장에서 수천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가정법원 이혼조정실 내부

    이혼 소장은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그 내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안 해도 될 얘기 해서는 안 될 얘기까지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에 대한 비난은 기본이고 시아버지 시어머니 장인 장모 시누이 처남 등에 대한 갖은 험담이 등장한다. 오죽하면 어떤 변호사는 이혼소장을 쓰는 것을“소설을 쓴다”고 표현했을까. 이런 이혼 소장은 많은 문제를 낳는다. 앞서의 사례처럼 애초 이혼 생각이 없던 배우자도 상대의 이혼 소장을 보고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다보면 서로 심한 험담을 하게 되고 결국 최악의 상황에서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줄여보고자 서울가정법원은 다음달부터 이혼 소장의 양식을 새롭게 바꾸기로 했다. 기존의 주관식 서술형의 기재방식을 지양하고 혼인 파탄의 유형을 30여개로 압축해 그 유형에 체크 표시를 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주관식을 객관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가정법원의 이러한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변화만으로 감정싸움이 줄어들까? 물론 객관식으로 단순화하다 보면 상대방을 자극하는 문제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혼인생활에서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억울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모델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몇 개의 객관식 조항에 체크하는 것으로는 억울한 사정을 다 담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객관식 유형을 원칙으로 하되 서술형 서면도 필요한 경우에는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서는 부부가‘쿨하게’ 이혼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이혼법제가 혼인 생활이 파탄이 됐다고 판단되면 누구의 잘못을 따지지 않고도 이혼할 수 있는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정도 별거를 하면 굳이 상대방의 잘못을 주장하지 않아도 이혼이 되니까 이혼 소장도 길게 쓸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언제쯤 부부가 이혼한 후에도 서로 좋은 엄마 좋은 아빠로 자녀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좋은 친구가 되는 날이 올까. 이제 우리도 파탄주의로 이혼 법제를 바꾸는 걸 검토해볼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Premium Chosun        이인철 법무법인'윈'의 대표변호사 lawfirmwin@naver.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