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40 명량

浮萍草 2014. 8. 11. 10:17
    우리 몸속에도 명량이 있다
    어가던 우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풍파 속의 우리나라를 지켜낸 위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리 저리 갈라져서 서로 물어뜯고 싸워도, 나라가 위급할 때는 눈부신 힘을 발휘했던 우리 민족,그리고 그 중심에는 을지문덕,강감찬,이순신 같은 위인들이 
    있었습니다. 
    다시 역사는 돌고 돌아 우리는 거친 풍랑을 앞두고 있고 우리는 또 영웅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자랑스럽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가슴 벅찬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잊고 살다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되새기는 계기가 됩니다.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이순신이라는 소재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스토리,캐릭터,그리고 결말,이것을 가지고 새로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김한민 감독은 <명량>을 통해 여실히 
    보여줍니다. 
    독이 든 성배라고 하는 국가 대표 축구 감독 자리 같습니다. 이렇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까요?
    영화 <명량>은 영화 자체를 놓고 보았을 때 아주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졸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최민식, 류승용, 조진웅 같은 강한 캐릭터의 배우들의 힘을 잘 끌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고, 역사 다큐 같은 이순신 스토리는 기대에 못 미칩니다. 
    하지만 러닝 타임의 반에 가까운 한 시간을 할애한 해상 전투 씬은 영화 <명량>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량 해전이 얼마나 희박한 가능성을 딛고 승리한 전투인가 하는 것 영화 <명량>을 통해 많은 공부를 하면서 저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막강한 배급사를 통해 스크린을 점령해버린 상황은 과유불급, 영화 <명량>의 흥행에 꼬리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호불호 논란은 더욱 영화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어 그 결과가 사뭇 궁금해집니다.

    1597년, 정유재란이 발발합니다. 다급해진 선조는 이순신을 다시 삼도 수군통제사로 임명하지만 궤멸해버린 수군을 권율 장군의 육군에 합쳐 싸우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순신은 남해와 서해를 돌아 한양으로 바로 가려는 왜군을 막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승부처라는 것을 알고 해상 전투를 밀어붙입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이 명대사로 시작하는 명량대첩,이순신(최민식)은 12척의 함선으로 300여척의 적선을 상대하기 위해, 절묘한 장소로 울돌목,명량을 선택합니다. 왜장 구루지마(류승용)와 와키자카(조진웅)는 명량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대패를 당하게 됩니다.

    승리의 요인은 명량의 지리적 이점과 조선의 함선인 판옥선의 구조적 우월성,그리고 두려움을 전의로 승화시킬 줄 알았던 이순신의 지략을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합쳐도 정말 이기기 힘든 명량해전, 영화 <명량>은 그 바탕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싸웠던 것, 백성들의 힘 하나하나가 모아진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속에도 명량,울돌목 같은 곳이 있습니다. 명량은 밀물과 썰물이 빠르게 교차하면서 물살이 바위를 울리는 소리가 난다고 지어진 이름입니다. 우리 몸에는 동맥과 정맥이 각각 다른 길을 흐르고 있는데 비정상적으로 길이 열려 동맥과 정맥의 피가 섞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치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해 급류와 소용돌이 치는 듯이 혈류의 소용돌이가 생기게 됩니다. 이 경우 혈류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와류가 생겨 잡음이 발생하게 됩니다. 심장에서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좌우 심실이나 심방사이에 구멍이 생겨 동맥혈과 정맥혈이 섞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뇌에서 동맥혈과 정맥혈이 비정상적으로 통로가 생기는 동정맥루의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뇌혈관 기형의 하나인 동정맥 기형은 복잡한 동정맥루라고 할 수 있는데 뇌 조직을 압박해서 전간(간질 발작)을 유발할 수 있고 약해진 혈관이 터져 뇌출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어려운 뇌수술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카테터를 이용한 색전술의 발달로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뇌에서 생기는 동정맥루중에 경동맥-해면정맥동루라고 하는 어려운 이름의 질병이 있습니다. 뇌로 올라가는 경동맥이 안와(눈) 속에 있는 정맥이 모인 스폰지 같은 조직(해면 정맥동)을 지나가는 데, 외상 등에 의해 그 사이에 비정상적인 교통이 생기는 것 입니다. 눈으로 혈액이 몰리면서 눈이 튀어나오게 되고, 심하면 시력을 잃게 되기도 합니다. 환자는 조용한 곳에서 자기의 눈에서 잡음이 들린다고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로 튀어나온 눈에 청진기를 대면 쉭쉭하는 와류가 들리게 됩니다. 이 경우 뇌혈관 조영술과 색전술로 교통부위를 막으면 쉽게 치료됩니다. 한쪽 눈이 이유 없이 튀어나오고 잡음이 들리는 경우 몸속에 명량(?)이 생긴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력을 잃기 전에 빨리 병원을 찾으면 쉽게 치료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 <명량>, 그 이름만큼이나 많은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양하고 보는 관점도 다르니 대중 예술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양성의 사회, 다양한 견해를 넓게 포용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가 이제는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영화팬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드는 관계자들께서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대목입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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