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42 비긴 어게인

浮萍草 2014. 9. 2. 10:40
    뇌를 치료하는 음악의 힘
    음의 상처는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수많은 사람이 얽혀 사는 우리 사회는 서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슬 주머니 같습니다. 처음에는 깨끗하고 투명한 유리구슬이지만 여러 개를 한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보면 여기 저기 흠집으로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과 같지요. 성서의 창세기 편에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담 혼자 살 때는 세상에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이브가 만들어지고 관계라는 것이 형성되면서 인간 사회에는 수많은 상처가 생겨나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친구,직장 동료,하다못해 택배 아저씨까지 나를 둘러싼 수많은 관계들은 잠재적인 상처 유발자입니다. 나도 타인에게 그러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관계에서 상처가 유발된다면 상처 나기를 피하는 것보다는 상처를 잘 치유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입니다. 살아가면서 관계를 피할 수 없으니까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약은 아마도 음악일겁니다. 특히 음악으로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스토리의 음악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공감과 힐링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비긴 어게인>이 호평을 받고 꾸준히 상영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효과 때문입니다.
     

    영화 <비긴 어게인>의 스토리는 평이하고 통속적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이 만들어내는 힐링의 기운은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불러 모으는 힘이 있습니다. 한물간 음반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은 별거 중인 아내와 딸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루저로 살아갑니다. 알코올에 찌들어 살던 댄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나타납니다. 뉴욕의 한 카페에서 노래하는 그레타를 본 댄은 한 눈에 그녀의 재능을 알아봅니다.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뛰어난 음악성으로 남자 친구인 데이브(애덤 리바인)를 메이저 음반회사에 계약하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출세한 남자친구는 바람이 나고 그레타는 상실감에 뉴욕을 떠나려합니다.

    댄의 설득으로 그레타는 음반을 만들 결심을 하고 돈이 없는 댄은 무명의 세션들을 긁어모아 외인구단을 만듭니다. 그들의 녹음실은 바로 뉴욕시 그 자체입니다. 뉴욕의 뒷골목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옥상 등 아름다운 뉴욕 풍광과 거리의 소음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곡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영화 <비긴 어게인>, 매력적인 영국 발음의 키이라 나이틀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고 특히 maroon5의 보컬리스트 애덤 리바인의 고음은 짜릿한 감동을 줍니다. 아름다운 음악은 깊은 상처로 실의에 빠졌던 댄과 그레타를 치유하는 놀라운 힘을 보여줍니다. 특히 스마트폰에 저장한 음악을 이어폰 공유기로 같이 들으면서 그들은 인간적인 교감을 만들어갑니다. 음악은 어떻게 아픈 사람의 상처를 치료하게 될까요? 그 의학적인 배경을 찾아가봅니다. 캐나다의 몬트리올에 있는 명문대인 맥길대학교의 신경과학 교수인 다니엘 레비틴은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티비 원더와도 작업을 같이한, 가수 겸 프로듀서였던 그는 음악이 미치는 뇌의 반응에 흥미를 느껴 늦깎이 신경과학자가 됩니다. 그는 음악과 뇌의 상호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했는데, 여러 동료 가수들이 대상이 되고는 했습니다. 유명한 팝 아티스트 스팅도 그의 실험 대상이 되었습니다. 작곡 중인 스팅의 뇌 fMRI(기능성 MRI; 일반 MRI촬영과는 달리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의 변화를 측정 하는 것으로 뇌의 국소적인 혈류 변화를 알 수 있는 것. 외부의 자극에 따른 뇌의 특정부위의 반응을 알 수 있음)를 촬영한 다니엘 레비틴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 합니다. 리듬에 집중할 때는 뇌의 운동 중추의 하나인 미상핵이 활성화되고 가사를 생각할 때는 뇌의 시각적인 영역이 활성화 되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즉 음악이라는 상상 만으로도 뇌의 여러 해당 분야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한 겁니다. 실제로 음악이 통증을 줄여준다는 많은 연구들이 있습니다. 자율신경을 활성화시켜 통증을 줄인다는 연구도 있고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분비를 도와 통증을 경감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다양한 결과가 있다는 것은 음악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광범위 하다는 증거이겠지요. 필자의 경험 중에도 음악의 치료효과를 확인한 적이 많이 있습니다. 뇌손상으로 언어기능에 장애가 온 경우, 노랫말 따라 부르기로 장애를 많이 회복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뇌의 언어 중추가 손상이 되어도 음악의 자극에 따라 다른 부위의 활성화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무하마드 알리, 그리고 <백 투 더 퓨처>의 마이클 J폭스의 투병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입니다. 최근에 사망한 로빈 윌리엄스도 초기 파킨슨병이었고 이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하지요. 파킨슨병은 근육기능이 약해져 운동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 증상입니다. 얼굴 근육의 이상으로 표정이 없어지고 손발이 떨리며 힘이 없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보폭이 짧아져 걸음걸이가 이상해지기도 하지요. 이런 보행 장애의 경우 노래를 부르며 걷게 하면 걸음걸이가 훨씬 수월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랫말이 뇌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운동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음악은 인간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행복한 관계도 있지만 상처를 주는 관계도 있겠지요. 우리 삶이 관계에 의해 지속된다면, 그 관계에서 생기는 상처도 감내해야 합니다. 아픈 상처가 생겼을 때 여러분은 쓸 수 있는 어떤 상비약을 가지고 계신가요?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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