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39 :더 콜

浮萍草 2014. 8. 11. 10:06
    공포영화에 머리가죽 벗기기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
    
    무더운 여름밤, 창밖을 세차게 두드리는 빗소리와 어울리는 영화가 있습니다. 
    납량 호러 영화들입니다.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드는 스릴러가 제격인 계절 섬뜩한 영화 속 의학 이야기로 더위를 잠시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이번 영화 속 의학 이야기의 소재, 2013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더 콜>은 웰메이드 스릴러로 비교적 호평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할리 베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보셨을 영화지요. 
    스릴러이지만 페미니즘 성향이 두드러지는 영화입니다.
    조던(할리 베리)은 911 콜 센터의 상담 요원으로 동료들이 인정하는 베테랑입니다. 
    어느 날 걸려온 소녀의 전화는 조던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립니다. 
    무단 침입한 괴한을 보고 911에 전화한 소녀 조던의 기지로 위험을 넘기는 듯합니다. 
    그러나 조던의 실수로 소녀가 괴한에게 노출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그 소녀는 결국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조던은 충격으로 일선을 떠나게 되고 신입 직원 교육을 담당하는 일을 합니다.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조던은 신입들을 데리고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한 상담원이 당황하는 것을 보고, 조던은 엉겁결에 대신 헤드셋을 쓰고 상담을 대신하게 됩니다.

    지금 911에 전화를 한 케이시(아비게일 브레스닌)는 착한 모범생입니다. 쇼핑몰에서 귀가 도중에 납치를 당하게 됩니다. 승용차의 트렁크에 갇힌 것입니다. 마침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 비록 선불 폰이라 GPS작동은 안 되지만 911에 연결되지요. 조던은 직감적으로 그 범인이 6개월 전에 조던에게 뼈아픈 실패를 안긴 동일범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조던의 격려로 케이시는 트렁크에서 탈출하기 위한 갖은 노력을 다해보지만 결국은 탈출에 실패하게 됩니다.

    경찰도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별 소득이 없습니다. 그 때 조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곳 그 곳이 범인이 케이시를 납치한 곳이었습니다. 범인과 맞닥트린 조던, 과연 위기에서 탈출하고 케이시를 구할 수 있을까요?

    범인의 소굴에서 조던은 끔찍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범인은 의료 기사로, 어렸을 적 누이를 암으로 떠나보낸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범인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정신병이 생겼는데, 죽는 누이와 같은 금발에 병적인 집착을 가지게 된 겁니다. 그래서 금발의 소녀들을 납치, 머리카락이 붙어있는 머리가죽을 통째로 벗겨 보관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케이시도 수술대에 누워 머리가죽이 벗겨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릅니다. 정말 섬뜩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머리 가죽을 제일 잘 벗기는 사람은(두피를 박리한다고 해야겠군요) 물론 신경외과 의사입니다. 물론 모발이식 수술도 두피박리가 필요하고 성형외과에서 주름 펴는 수술할 때도 두피를 박리합니다. 뇌수술시에 반드시 필요한, 머리가죽 벗기는 신경 외과 의사의 두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예로부터 적에게 극한의 공포를 주기위해 머리가죽을 벗겨 전리품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인디언이라고 불리는 아메리칸 원주민들도 적의 머리가죽을 벗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오히려 정복자들의 소행인 경우가 많았다고 하며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당한만큼 보복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머리가죽을 벗기는 엽기적인 행위는 예로부터 있어온 섬뜩한 만행입니다. 머리가죽을 벗기는 이유는 그 행위가 공포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 몸에서 가죽이 가장 잘 벗겨지는 부위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우선 머리가죽( 이제는 두피라고 하겠습니다)의 구조를 알아 볼까요? 두피는 영어로 스칼프(SCALP)라고 합니다. 딱딱한 껍질이라는 shell의 독일어가 schale인데 이것이 두피scalp 두개골skull의 어원이 되었다는 설이 있고 그의 구조인 Skin(피부), Connective tissue (결합조직) Aponeurosis(널힘줄) Loose connective tissue(성긴 결합조직), Pericranium(두개골막)의 앞 글자를 따서 명명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퀴즈하나 내보겠습니다. 이마에서 얼굴피부와 두피의 경계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머리카락이 나는 헤어라인이라구요? 그럼 대머리인 경우, 정수리에도 머리카락이 없으면 얼굴피부라고 해야겠지요. 대머리 예를 들어 죄송합니다만 두피이야기에는 빠질 수 없는 유머입니다. 눈으로 확인이 어렵지만, 머리카락이 안 나도 두피는 두피입니다. 두피가 얼굴 피부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조직학적으로는 두피와 얼굴피부는 확연하게 다른데 그 경계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다시 두피의 구조로 돌아가 살펴보겠습니다. 스칼프(scalp)의 L에 해당하는 ‘성긴 결합조직’이 문제입니다. 이것 때문에 두피가 잘 벗겨지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뇌 수술을 할 때 첫 과정이 두피를 박리해서 두개골을 노출하게 되는데 어떤 경우는 손으로도 살살 벗겨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워낙에 약한 조직이다 보니 그 부위에 출혈이 잘 발생하고 잘 낫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 부위에 피가 고이는 것을 두피하 혈종이라고 합니다. 즉 두피의 손상으로 모상건막(galea aponeurotica)과 두개골막(pericranium) 사이에 생기는 혈종을 말하는 것이고 소아에 잘 생기는 이유는 모상건막하층 (subaponeurotic area)의 세포학적 느슨함으로 인해 모상건막하층과 두개골막 사이의 움직임이 많아 혈관의 파열이 많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부딪치는 경우, 혹이 났다고 하지요. 그 혹이 두피하 혈종입니다. 출산 시에 아기가 산도를 잘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에 골막하 출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나 이것은 두피하 혈종과는 조금 다른 두혈종입니다. 신생아의 경우 두피에 고일 수 있는 피의 양은 심한 경우에는 체내 혈액의 반(200~400ml)정도까지로 쇼크 등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30%에서는 혈액응고 장애를 보일 수도 있으며, 22.8%의 사망률을 가진 위험할 수 있는 외상입니다. 피부 속을 타고, 눈으로 피가 흘러 고이면 안구돌출이나 실명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귀로 피가 고여 외이도로 피가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끔찍하지요. 두피는 우리 몸에서 제일 중요한 뇌를 보호하는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부상과 출혈도 시각적으로 공포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스릴러나 공포영화 분장의 단골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뇌의 손상이 없는 경우, 사소한 부상일 뿐입니다. 두피, 소중한 우리 몸의 일부이지만,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너무 두려워 할 필요 없습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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