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火 클리닉

13 한국인의 화병을 분노가 아니라 열정으로 바꾸려면

浮萍草 2014. 8. 7. 09:40
    “화병 환자들에게는 뭔가 다른 데가 있어.” 정신과에서 환자들을 만나다보면 일반적인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는 다른 무언가를 화병 환자 에게서 발견하게 됩니다. 병에 대하여 나약해지고 힘들어 하고, 마음잡기를 어려워하고 의사나 주위 사람에게 의존하려는 그런 분들과는 달리 빨리 병을 극복하고자 하고 병의 극복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계속해서 질문 하고, 심지어 문제 해결을 위해 싸우려는 의지도 불태우는 화병 환자를 만나게 됩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무기력한 환자를 만나다가 이렇게 자신의 병을 이기려는 환자를 만나게 되면 반갑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병클리닉 의사에게 있어서 화병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마음을 치료의 장면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화병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의 특성인 이 ‘화’를 도리어 치료에서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화’는 질병의 원인이고 특성이기도 하지만 질병을 고치고자 하는 의지이기도 하고 또 열정이기도 합니다. 분노와 열정은 모두 화를 가지고 있는 정서입니다. 분노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기 때문에 결국 화병으로 이행되게 되는데 화병은 바로 火病 즉 불화의 병인 것 입니다. 열정 역시 열이 나는 감정인데, 역시 무엇인가가 치밀어 오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열(熱)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정(情) 즉 감정인 것입니다. 분노와 열정은 이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일반적으로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분노는 부정적인 감정, 열정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여지지요. 그렇지만 화병을 관찰해보면 열정과 분노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고 바로 화병을 통하여 두 정서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 두 정서는 바로 한국인의 특성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독특한 병으로 알려진 화병을 통해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분노와 열정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조금 더 찾아봅니다.
    ◦ 두 가지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모두 붉은 색이고, 화의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가장 폭발적이고 에너지의 힘이 강한 특성을 가집니다. 음양의 속성 상 양(陽)중에서도 양(陽)에 속하게 됩니다. ◦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흔히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표현을 하며 에너지의 방향은 가슴에서 얼굴로, 안에서 밖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 모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속으로 숨기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고 자신의 에너지를 총동원하는 것입니다. ◦ 분노와 열정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집중력이 뛰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은 것입니다. ◦ 분노와 열정은 모두 가슴을 뛰게 합니다. 자신의 몸에서 교감신경계가 흥분을 하고, 이 교감신경이 전신에 영향을 미쳐 거의 비슷한 현상을 유발하게 됩니다. ◦ 분노와 열정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 냅니다. 그저 참지만 말로 분노한다면 그동안 습관적으로 고착화된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분노와 열정의 순간에는 오로지 그곳에 머물러 있게 됩니다. 다만 불과 같은 속성이 있어 쉽게 달아오르고 또 쉽게 사그라지기 때문에 그 속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 열정과 분노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자신의 능력을 깨울 수 있습니다. 마음의 시작으로 결심을 촉발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 했을 때, 열정이 발휘될 때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 열정과 분노의 대상을 찾아야 합니다. 그냥 분출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에너지들입니다. ◦ 분노는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비자발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열정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발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분노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즉각적이지 않는 경우에는 그동안 쌓았던 억울함을 화를 통해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자발적이기도 합니다. ◦ 오랜 기간 동안 쌓일수록 폭발력은 더 강하게 됩니다. 분노는 억울함을 쌓는 것이고, 열정은 하고자 함을 쌓은 것입니다. ◦ 열정은 때로 분노로 바뀔 수 있고, 분노 역시 다시 열정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 에너지를 밖으로 드러냈을 때 성공에 대한 가능성이 생기게 되면 희망과 열정으로 가고, 실패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면 좌절과 분노로 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열정과 분노를 나누는 또 다른 측면은 바로 성공입니다. ◦ 분노와 열정의 반대 개념에는 냉정이 있습니다. 냉정(冷靜)은 감정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바로 마음 보다는 머리, 감성보다는 이성으로 설명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노와 열정은 감성이면서 마음에 해당합니다. 분노와 열정에 대하여 이렇게 정리를 하다보면 결국 화를 어떻게 활용 하냐에 따라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열정으로 바뀔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분노와 열정 속에서 그 출발점이 되는 화는 질병적인 측면에서는 화병으로 연결되기 합니다. 그렇지만, 치료 차원으로 들어가면 바로 이 화가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좌절과 포기를 특징으로 하고 있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에너지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좌절과 포기를 이야기 하다가 자신의 억울함과 분함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 억울함과 분함이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봅니다. 이 환자에게도 좌절과 포기를 넘어 설수 있는 분노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열정이 있음을 확인해 봅니다.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역동의 한 현상입니다.
    ㆍ한국인 화병? 분노 장애의 일종인가? 아니면 정신 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자의 노력인가?
    화병은 화의 병이라고 설명이 되는 것처럼, 분명 병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화병의 이면에는 열과 화 그리고 열정과 같은 다른 이면이 같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의 정서와 심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한국인의 정신세계에는 이와 같이‘화’라는 공통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화는 때로는 분노로 연결이 되어 화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때로는 열정과 연결이 되어 치유 에너지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우리의 특성인 화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만이 우리의 손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Premium Chosun ☜       김종우 경희대 한의과대 교수 aromaq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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