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火 클리닉

8 세월호 침몰 사고와 화병

浮萍草 2014. 5. 8. 09:29
    월호 침몰 사고를 시간 시간 지켜보면서 여러 감정이 혼재되어 있어서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그저 먹먹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너무나 놀라서 보다가 오보에 일순간 안도를 하고 다시금 큰 충격을 받고 그들이 살아오기를 바라는 희망이 며칠 지속되다가 분노와 절망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어른
    으로서의 죄책감과 창피함 무기력감, 배신감 적개심… 너무 많은 감정이 이십 여일의 시간 동안 흘렀습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뉴스를 접하게 되면 이전의 복잡했던 감정이 다시금 물밀 듯 밀려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기억은 사건과 감정의 종합체이기 때문에 그 사건을 떠 올리면 다시금 당시의 그 감정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 빠른 시간에 수년간 화병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의 고통이 그대로 체험되고 있습니다. 
    가슴 답답하고 치밀어 오르고 또 생각만 하면 억울하고 분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착잡하고….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걱정이 되어 물어보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해? 세월호 사고?” 
    아이들도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지만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감정은 단연‘분노’와 ‘좌절감’이었습니다. 
    더구나 세상에 믿을 것이 없다는 말과 함께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이 나라를 뜨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말도 위로와 치유가 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도 커다란 실망감과 좌절이 밀려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현재 정신과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고 이후 희생자 분들이 외상후성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을 위한 대책이 여기저기서 마련되고 있습니다. 외상후성 스트레스 장애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건에서 벗어난 사건을 겪은 뒤에 발생합니다. 전쟁,고문,자연재해,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이지요.그렇지만,이번 세월호 사건을 되짚어 보면 일상에서 겪기 어려운 사건이 아니라 언제든지 당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든지 당할 수 있었던 일이었는데 그분들이 당했다면 어쩔 수 없이 당한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을 그분들이 대신 당한 것입니다. 그분들은 우리 사회의 희생양이 된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이유입니다. 또 외상후성 스트레스장애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3개월 이전이라면 PTSD라기 보다는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고 이 경우에 딛고 일어나라를 주문하기 보다는 사건으로부터 벗어나서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회가 안전한 곳이라는 메시지가 그분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우리사회 지도층들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그 아이들 가운데는 선장을 자신의 목표로 삼았던 학생도 있었을 것입니다. 선장과 같이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선장이라는 직책은 그 배에서의 리더 입니다. 그런데 선장이 전하는 ‘가만히 그 자리에 있어요! ‘기다리세요! 라는 메시지 아니 명령을 철썩 같이 믿었던 아이들에게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리더에 대한 불신과 실망은 배 밖으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회의 현상이 되어버렸지요. 믿을 것 없는 나라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문제를 덮을 수는 없습니다. 그저 잊자 라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습니다. 또 그 허술한 법망에 따라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맙시다. 지금 이렇게 알고 캐고 분석하고 하는 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봅시다. 지금은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이 잘못한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한 사람 하나 없는 그런 사건으로 만들어 가지 맙시다. 누구에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사건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 한국에서 살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처럼 한국이라는 나라가 떠나야 될 나라가 돼서야 되겠습니까?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의 추모 사이트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말이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입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화병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더더욱 미안함과 함께 나약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미안한 마음이 가장 앞섭니다. 이 사건의 흐름은 화병의 흐름과도 같습니다, 충격기 – 분노기 – 체념기 – 증상기의 순서를 밟고 있습니다. 처음의 충격기는 분노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 분노기가 지나면 체념기가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체념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이 되지는 않습니다. 얼마 지나서 여기저기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사고의 피해자들 역시 지금보다는 조금 더 이후에 더 큰 고통을 받을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의 대책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그렇지만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합니다. 체념기, 증상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문제를 평가하고 해결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충격기와 분노기가 단절되어 버린다면 그냥 어쩔 수 없이 고통을 받는 사람으로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전 국민은 커다란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상처를 받았지만, 그 상처를 받은 만큼 서로를 보살펴야 한다는 절실함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함몰되어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비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맡은 일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Premium Chosun ☜       김종우 경희대 한의과대 교수 aromaq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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