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新줌마병법

수상한 姑婦

浮萍草 2014. 4. 15. 10:46
    봄날, 며느리랑 영화 봤어라 말대답 따박따박 얄궂게 해도 그거랑 이바구하는 재미에 살제
    한 지붕 아래 미운 정 고운 정 친구들이 부럽다 안 허요… 늙어감시롱 좋은 말벗 뒀다고
    ▲ 김윤덕 문화부 차장
    ―여가 워디여? 넘들은 꽃구경 간다고 난린디, 웬 시커먼 동굴로 데불고 온 것이여? "아범이 어무이 모시고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막 내리기 전 냉큼 가서 봐야 한다고 난리를 안 쳤습니꺼." ―그랑께 아즉 한 달이나 남은 어버이날을 이걸로 퉁치자는 것이여? "그리 말씀하시면 섭하지예. 10년 넘게 한지붕 아래 사시고도 메느리 통큰 거 모르십니꺼?" ―통이 커서 만날 오천원짜리 꽃바구이제잉. 근디 영화 속 저 할마시가 여운계 아니여? "여운계 아니고 나문희라예. 운계 형님은 벌써 숟가락 놓았십니더." ―워매, 은제 가불었다냐. 허긴, 당장 내일도 모르는 것이 우리 나잉께. "하이고, 생선조림 얄궂게 한다고 메느리 퉁박주는 건 울 어매랑 똑같네예." ―조림이 다 뭣이여. 니는 갈치랑 고등어도 구분 못혔다. "마마보이가 문제라예. 보소. 시어매가 다 큰 아들 옷매무시 만져주고 마당까지 따라가가 손을 쎄리 흔들고 마.
    저러니 메느리가 불면증에 시달린다 아입니꺼." ―오죽 목석이면 저러겄냐잉. 니도 쎄빠지게 고생하는 내 아들헌티 살갑게 좀 굴어라잉. 사내들 맴 변하는 거, 한순간이다. # "하이고, 내 저리 될 줄 았았데이. 시어매 서슬에 착한 메느리 병원 실려갈 줄 알았데이." 그래서 시방 멀쩡한 노인네를 요양원으로 쫓아분다냐? 메느리 살린다고? "요즘은 요양원이 호텔이라카데예. 돈만 있으면 치료도 잘 받고 친구도 사귀고 안좋십니꺼." ―이래서 미우나 고우나 서방이 최고라는 것이여 느히 시아버지 산에 파묻고 내려올 때 나도 칵 죽어뿔었어야 하는건디. 알토란 같은 자식 셋을 어찌 키울건가 눈앞이 캄캄헌디 누가 뜨끈한 육개장을 건네주더라고. 고것이 을매나 맛있는지 살아보겄다고 눈물콧물 밥에 말아 꾸역꾸역 삼킴시롱 이날입때까지 이 악물고 살아온 것인디 뭐여? 요양원으로 가라고라?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어무이도 참. 누가 보낸다고 억지를 부립니꺼. 지는 어무이 없으면 한시도 못삽니더." ―나가 아니고, 나가 맹글어주는 김치랑 된장이 없으면 못살겄제잉. 솔직히 너그 자슥들 배앓이 한번 않고 무럭무럭 자란 거이 누구 덕이냐? "손주자식 재롱 덕에 어무이도 우울증 한번 안 걸리고 사신다 아입니꺼. 그나저나 다시 태어나도 아버님이랑 사실라고예?" ―암만. 세상에 느희 시아버지 같은 남정네 없응께. 박력 있고 정시럽고 똑똑하기로는 장성서 최고였응께. "근디 노인네들 짝짓는 프로그램은 와 만날 넋을 놓고 보시는데예? ―만날은 무신 만날. 다 늙어 주책부리는 늙은이들 하도 한심하고 재미져서 본다. 왜?" # "어무이도 스무 살 땐 저리 고왔십니꺼?" ―젊어서 안 이쁜 여자 있간디? 나는 뭣이냐, 바람과 함께 사라진, 비비안 리가 좋았다. "몸매는 극과 극 아입니꺼?" ―나가 쪼까 늙어서리 쭈글텅이가 됐는가 몰라도, 내 우윳빛 오동통한 살결에 입맛 다시는 남정네가 한둘이 아니었제. 너야말로 별 볼일 있더냐? 목욕탕서 봉께 짝궁뎅이두만. "짝궁뎅이든 홑궁뎅이든 손주를 둘이나 낳아드렸다 아입니꺼." ―오늘 따라 니 말뽄새가 유난히 별시럽네잉. 서울서 20년 넘게 살았담시롱 여즉 사투리를 쓴다냐? 니꺼내꺼 섞여가 정신이 사나워죽겄다. "통일이 지척이라는디 동서(東西)가 먼저 화합해야 안합니꺼? 근디 워매, 아들이 우네예. '다신 자식 때문에 아귀처럼 살지 마세요. 명 짧은 남편도 얻지 말고, 나처럼 못난 아들도 낳지 마세요' 함시롱 성동일이 울어예." ―느그는 죽었다 까무러쳐도 부모 마음 모른다. 자슥땜시 가슴이 숯검뎅이로 타들어가봐야 정신 차리제. "젊은 날로 되돌려주는 사진관 있으면 어무이도 스무 살로 돌아갈랍니꺼? ―또 한세상 살아본들 별 놈, 별 재미 있겄능가. 근디 저 오도바이 타고 온 총각은 누구다냐? "'해품달' 임금 아인교. 할배가 청춘사진관서 사진 찍고 김수현으로 변했다 아입니꺼." ―'별그대' 도민준이? 워매 잘난 거, 워매 반짝이는 거. 아까 그 말 취소여. 내도 스무 살로 돌아갈란다. 민준이 등짝에 묻혀 신나게 달려볼란다. "어무이요, 저 노래 좀 들어보소. 꽃잎은 시드는디 슬퍼 말라고, 때가 되면 다시 피니 서러워 말라 안합니꺼." ―'하얀 나비'를 저리 맥없이 부르면 안되능기라. 요절한 김정호맹키로 혼을 담아 불러야 제맛인기라. "말 나온 김에 노래방 가실라예?" ―지난번 노래방 갈 때 빌려간 팔천원은 은제 갚을 것인디? "만날 나 죽네 나 죽어 카시더만 우리 어매 말짱하시네. 에라, 마 오늘 지가 쏩니더. 뭐 드실라예?" ―내 평생 나성(羅城) 가보긴 글렀응께 LA갈비나 뜯을란다. 틀니 끼기 전에 아작아작 뼈째로 씹어볼랑께. 니, 그만한 돈은 있제?
    Premium Chosun ☜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sion@chosun.comn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