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新줌마병법

바나비氏 가족이 사는 법

浮萍草 2014. 5. 25. 11:14
    한국에서 입양한 딸 엘리자베스, 청각장애라는 사실에 놀랐지만
    '내 아이라면 포기했을까' 싶어 사랑과 눈물로 키워냈습니다
    '엄마가 넷'이라는 일곱 살 소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입니다
    ▲ 김윤덕 문화부 차장
    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사는 조 바나비(46)씨 부부는 부활절 방학을 맞아 지난달 서울에 왔습니다. 동갑내기 아내 크리스틴 안(46)이 재미 교포 2세입니다. 모국(母國)에 오면 크리스틴은 파란 눈의 남편과 함께 경기도 용인과 파주부터 찾아갑니다. 그곳에 크리스틴의 친조부모, 외조부모의 무덤이 있습니다.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꼬박 잡아먹는 일정인데도 거르지 않습니다. "조상님들께 저희가 왔다고 인사부터 드려야죠. 여행은 그다음이고요." 이번엔 조이(13) 케니(11), 엘리자베스(7) 세 아이도 성묘길에 동행했습니다. 봉긋봉긋 솟은 무덤이 아이들은 무척 신기합니다. 땅바닥에 무릎 대고 절을 하면서"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잘 먹었습니다" 까지 할 줄 아는 한국말을 총동원해 재잘거리다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바나비씨는 올해도 능숙한 솜씨로 무덤 위 잡초들을 뽑아내서 크리스틴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 일곱 살인 막내 엘리자베스에게 이번 여행은 특별합니다. '바나비 가족'이 된 지 꼭 6년 만에 돌아온 '엄마의 나라'입니다. 바나비와 크리스틴은 2008년 4월 한국 아이 엘리자베스를 입양했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18개월 된 엘리자베스를 품에 안을 때까지 바나비 부부는 아이에게 청각장애가 있는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한국 입양 기관에서는 그럴 리 없다고 잡아뗐지만 아이는 옹알이도 제대로 못 하는 고도의 청각장애였습니다. 주위에선 아이도, 부모도 행복해질 수 없다며 파양(罷養)을 권했습니다. 맞벌이에 출장이 잦은 두 사람이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있겠느냐며 말렸습니다. 크리스틴은 한 달을 울었습니다. '아이가 다른 집으로 간다고 해서 행복해질까?''내가 낳은 아이였다면 포기했을까?' 새로 만난 엄마 아빠와 눈을 맞추며 방긋방긋 웃는 아기를 안고 크리스틴은 결심했습니다. 돌려보내지 않기로! 그리고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은 있으니까요. 우리 부모님은 한국에서 6·25전쟁도 겪었는데요 뭘." # 부부는 수화(手話)를 할 줄 아는 내니(nanny·유모)부터 구했습니다.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모두 수화를 배우게 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내니가 여덟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마침내 바나비씨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부사장으로 일하던 산업 설비 생산 회사에 사표를 던졌습니다. 유명 컨설팅 기업의 파트너로 일주일이 멀다 하고 국내외로 출장 다니는 아내 대신 엘리자베스의 양육을 도맡기로 한 겁니다. "나보다 아내의 미래에 더 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요리도 내가 훨씬 잘하고요(웃음)."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바나비 부부는 엘리자베스가 두 살 되었을 때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바나비씨는 수술 2주일 전 의사 가운과 장난감 청진기를 사왔습니다. 어린 딸이 병원을 무서워할까 봐 매일 의사 옷을 입고 놀아주었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술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일반 뇌는 소음과 언어를 자동으로 구별하지만, 인공 달팽이관의 컴퓨터 칩은 자동차 소리,동물 소리, 바람 소리를 똑같이 전달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사람 말인지 구분해내려면 듣기 훈련, 말하기 연습을 쉼 없이 해야 합니다. 바나비씨는 딸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언어 치료를 돕습니다. 축구·수영·피아노·미술까지 보통 아이들이 받는 교육도 똑같이 했습니다. 아빠의 헌신으로 엘리자베스는 지난해 초등학교에 거뜬히 입학했습니다. 말을 얼마나 야무지게 하는지 두 오빠가 쩔쩔맵니다. 싸이의 말춤도 잘 추는 왈가닥입니다. 크리스틴이"힘들텐데 이제 역할을 바꿔볼까?" 제안했지만 바나비씨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당신이 '집사람' 되면 애들이 굶으니까(웃음)." 아이 키우는 일이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바나비씨가 말했습니다. "엘리자베스를 만나기 전에 나는 풋내기 아빠였습니다. 엘리자베스 덕분에 세상의 소리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듣게 되었지요. 그때 엘리자베스를 돌려보냈다면 결코 얻지 못했을 행복입니다." # 바나비 가족은 이번 여행에서 특별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엘리자베스가 미국으로 입양돼 떠날 때까지 돌봐준 '첫 엄마(first mom)'입니다. 그녀는 바나비 가족을 위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저녁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잡채를 오물오물 잘도 먹는 엘리자베스가 대견해 첫 엄마가 울었습니다. 엘리자베스가 자라는 모습을 편지와 사진으로 꼬박꼬박 보내준 크리스틴과 포옹하며 또 울었습니다. 엘리자베스가 말합니다. "나는 참 러키(lucky)하기도 하지. 그랜드 마더(할머니)가 둘, 그리고 마더(엄마), 퍼스트 마더까지 엄마가 넷이나 되잖아?" 바나비 가족은 서울의 한 소문난 설렁탕 집으로 늦은 아침밥을 먹으러 간다며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아빠의 목말을 타고 손을 흔드는 엘리자베스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입니다.
    Premium Chosun ☜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차장 sion@chosun.c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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