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재벌가 인사이드

6 재벌은 행복한가 (下)

浮萍草 2014. 7. 16. 10:10
    이건희 회장이 검찰에 불려가자 비서실장 왈...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2014년 4월 1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내 유명 재벌총수들 중 검찰 수사를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특히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수사 때는 주요그룹 총수 전원이 검찰에 불려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현명관 삼성그룹 비서실장(현 마사회 회장)은 필자에게 “자신이 비서실장 재직중에 가장 치욕적인 일이 이건희 회장을 검찰에 불려가도록 한 일”이라며“앞으로는 절대 그런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적이 있다. 그러나 10여년 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이 회장은 다시 한번 검찰에 소환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최근 STX 고위 임원을 지낸 C씨를 만났다. C씨는“강덕수 회장은 역대 재벌총수 중 가장‘비참한’수형 생활을 할 것 같다”면서“그룹 핵심임원이었던 사람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총수와 달리 기업군을 일군 지 얼마 안돼 조직(기업)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심지어 변호사 비용 마저 마련할 형편이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이 모두 넘어가 버렸기 때문에 모든 비용은 자신이 마련하고 있는데 개인 돈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재벌 춘몽’이 15년 만에 막을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강덕수’ 하면 샐러리맨의 신화로 얼마전까지 칭송받던 STX 그룹 회장이다. 강 회장은 2조원대의 회계 분식과 약 5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IMF가 한창일 때인 2000년 강 회장은 매물로 나온 쌍용중공업을 사재를 털어 인수하는 모험을 강행한다. 이듬해 STX로 개명, 본격적인 사세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다. 기업은 순풍을 달았다. 조선과 해운이라는 영역에 치중, 한 때 국내 재계 랭킹 11위까지 오르면서 셀러리맨의 신화로 떠올랐다. 다른 창업주와 달리 강 회장은 평범한 셀러리맨에서 재벌 반열에 들어선 면이 돋보였다. 대부분의 제조업 창업주는 현장에서 차근 차근 영역을 넓혀 가며 수십년 동안에 기업군을 일궈냈다. 그래서 주변에선 IMF는 강 회장을 위해서 있었던 것 같다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강 회장의 영화는 15년만에 막을 내렸다.
    기업 경영 기간이 일천해 다른 몰락한 총수와 달리 재산을 제대로 숨겨두지도 못했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 CFO까지 올랐던 그가 ‘재벌 흉내’만 안냈으면 구치소 신세까지는 면하지 않았을까.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조 회장은 회삿돈 수백억원에 대한 횡령
    배임 혐의,분식회계로 10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뉴스1
    SK그룹 최태원 최재원 회장 형제는 지금 나란히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다. 태광 그룹 총수 모자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처럼 이들은 형제가 영어의 몸이 되고 말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월 수백원대의 회삿돈 횡령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4년 형을 확정 받아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최 회장은 예전에도 8개월 동안 철장 신세를 진 적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구속돼 2번째 수형 생활이다. 다른 총수들과 달리 아직은 교도소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룹 핵심 임원들이 매일 교대로 면회를 가는 등 모든 역량은 회장 옥중 뒷바라지에 메달려 있다. 그룹의 중 장기 플랜은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나 다름없다. 아무리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되었다고 하지만 중요 결정은 오너가 아니면 내리기 힘든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교도소와 참 인연이 많은 총수다. 첫 번째 인연은 지난 1993년 일어났다. 외화 밀반출 혐의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두번째의 인연은 지난 2007년 유명한‘북창동 폭행사건’에 연루 구속되면서 맺어졌다. 3번째가 2012년 배임죄 등으로 구속되었다가 올 2월 고법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된 것이다. 고법 판결 이후 김 회장은 상고를 포기 현재 집행유예형이 확정된 상태다. 지난해 한화그룹 고위 임원이 필자를 만났을 때“지금까지와 달리 이번 구속은 정말 힘들어 한다”면서 “면회를 하면서 자신도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안스러워 한적이 있다. 3번째 구속으로 심신이 많이 피폐해졌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었다. 오죽해야 김 회장 스스로가 ‘검찰과 인연이 많은가 보다’라고 소회를 밝혔을까. 다른 재벌 2세 총수 보다 김 회장의 업보가 심했기 때문일까.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각종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불구속 기소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 거액을 빼돌렸느냐 회사 경영을 위해 법을 위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느냐가 재판의 쟁점이다. 다른 총수와 달리 구속을 면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그룹 인사들은 평하고 있다. 조 회장은 79세의 고령인데다 현재 심장 부정맥 증세와 담낭암이 발병하는 등 몸 상태도 안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전국경제인 연합회 회장을 할 정도로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조 회장이지만 법 앞에선 초라한 모습 그 자체다.
    효성이 이처럼 곤욕을 치르는 것은 조 회장의 세아들과 연관이 있다고 주변에선 얘기한다. 조 회장은 일찍이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차남인 현문씨,3남인 현상씨 등을 그룹 경영에 참여시켜 후계구도를 가시화 했었다. 그러다 지난 2월 차남인 현문씨가 자신의 지분을 전부 처분하면서 그룹 경영에 손을 떼게 된다. 이때 현문씨가 부친과 형제간 불화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재계에 나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차남 현문씨는 효성그룹 계열사의 배임 횡령 혐의를 수사해 달라고 형인 현준씨와 동생인 현상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말로만 떠돌던 ‘형제의 난’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다. 기업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보이지 않은 ‘암투’가 효성가에서 선대에 이어 두 번째로 벌어진 셈이다. (조석래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때 두 동생인 조양래 한국 타이어 회장과 조욱래 플레이저 플레이스 호텔 체인 회장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검찰 수사에 따라 조석래 회장의 신병 안위는 물론 세아들의 검찰 수사와 함께 그룹 경영에도 상당한 악재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무리한 부의 대물림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재벌 총수 중 가장 형을 오래 산 사람은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이다. 10년 넘게 교도소에서 있었다. 대구 광명주택의 이수왕 회장은 형을 살다가 교도소에서 화병으로 타계한 케이스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그룹이 해체될 때 해외를 떠돌다가 몇년만에 귀국, 한 때의 영화를 곱씹어야 했다.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은 지금도 해외에서 유랑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전낙원 회장(2014년 작고)은 문민정부 시절 내내 해외에 도피했다가 암 말기 진단을 받고 귀국했었다. 도피 기간중 아들의 결혼과 부인의 사망에도 참석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재벌 총수와 검찰과의 ‘인연’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재벌들이 현재의 돈과 권력을 대물림으로 계속 영위하려하면 할수록 법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빌 게이츠 같은 재벌을 한국에서 기대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한 것인가.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정신을 우리 나라 재벌들도 알텐데 말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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