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32 끝까지 간다

浮萍草 2014. 6. 16. 21:03
    지속적인 스트레스 보다 긴장과 이완의 반복이 위장병을 더 악화시킨다
    대 하지 않았던 식당,기대 하지 않았던 만남,기대하지 않은 영화가 반전의 기쁨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루한 일상을 빛나게 하는 곳곳에 숨어있는 삶의 재미들입니다. 밥 때가 되어서 요기나 하려고 합니다. 마침 아는 식당도 근처에 없고 그냥 눈에 잡히는 식당을 찾아 들어갑니다. 그런데 식사를 시작하고는 깜짝 놀라게 됩니다. 기대하지 않은, 놀라운 내공의 맛을 가진 숨은 식당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정말 기분 좋습니다. 숨겨놓은 보물을 찾을 기분이랄까요? 주인장,주방장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게 됩니다. 큰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 <끝까지 간다>는 그런 영화입니다. 처음에 포스터를 보면 그저 그런 영화 같아 보입니다. 찡그린 얼굴의 이선균이 힘들게 서있고 포스터의 카피는 ‘이혼,사고,수사,협박,진짜 퍼펙트하다!’입니다. 어림잡아 내용이 계산됩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 <끝까지 간다>는 기대 이상의 짜임새를 보여줍니다. 꽉 찬 에피소드들의 절묘한 연결은 관객들을 꼭 붙잡고, 정말 끝까지 갑니다. ​흘러간 영화이지만 안성기,박중훈의 영화 <투캅스>를 필두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두 남자들의 영화는 충무로의 흥행 공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도 관객 동원에 성공한 하정우와 김윤석의 <추격자>,그리고 최민식, 이병헌의 <악마를 보았다> 등은 한국형 스릴러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영화 <끝까지 간다>도 그런 공식이 대입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숨 막히는 긴장과 그 사이사이를 사정없이 풀어헤치는 블랙 코미디는 영화 <끝까지 간다>의 색다른 매력입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앞으로 또 다른 한국형 스릴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형사 고건수(이선균)는 닳아빠진 비리 형사입니다. 부인과는 이혼하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동생 부부와 딸을 데리고 사는 팍팍한 가장입니다. 어머님 상중에 영안실을 지키던 건수,동료에게서 갑작스러운 연락이 옵니다. 경찰 내사과에서 건수의 부서를 덮쳤다는 겁니다. 건수는 급하게 차를 몰고 상황을 해결하러 갑니다.

    그러나 경찰서로 가던 중 예측 못한 교통사고를 내고 얼떨결에 시체를 자기 차의 트렁크에 숨기고 맙니다. 일은 꼬이기 시작하여 건수는 어머니의 관에 사체를 넣게 됩니다. 완전범죄로 끝나게 되는 순간, 한 통의 전화가 옵니다. 모든 상황을 아는 창민(조진웅)의 협박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영화의 곳곳에 숨어있는 반전으로 내용을 더 자세히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어쨌든 건수(이선균)와 창민(조진웅),두 남자의 대결은 영화의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터지는 코미디와의 절묘한 조화는 관객을 그야말로 들었다 놨다합니다. 세밀한 부분까지 치밀하게 다듬은 흔적이 엿보이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에 몰입해 있던 필자는 영화가 결말로 치달을 무렵,난데없는 속쓰림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계속 되는 긴장으로 인해 위에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특히 스릴러를 즐겨보는 필자에게도 이런 경험을 처음이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위벽을 약하게 하고 위산과다를 유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내 몸으로 경험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 <끝까지 간다>가 등골이 오싹할 만큼 그렇게 무서운 영화도 손에 땀을 쥘 만큼 그렇게 스릴 만점의 영화는 아니었는데 이렇게 속이 쓰릴 만큼의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일까요? ​그 원인은 바로 롤러코스터처럼 이어지는 긴장과 이완의 반복 때문이었습니다. 즉 일정한 강도로 계속 이어지는 스트레스에는 우리 몸이 적응하여 방어 태세를 갖추지만 긴장과 이완이 계속하여 반복되면 신체의 자율 신경계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 몸의 자율 신경계는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교감 신경은 신체가 급격한 스트레스에 빠졌을 때 그것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신경입니다. 격렬한 운동이나 긴장에 노출되면 교감 신경이 흥분되어 아드레날린이라고도 하는 에피네프린이 분비됩니다. 이것은 심장 박동을 증가시키고, 침을 마르게 하고 위장관 운동을 억제하여 기능을 저하시킵니다. 갑자기 달리기를 하면 배가 아파지는 이유입니다. 위벽을 보호하는 점액질의 기능이 약화되어 위벽이 상처를 입기 쉽게 됩니다. 특히 식도와 위의 연동작용의 부조화로 역류성 식도염이 악화 될 수 있습니다. ​교감 신경과 반대되는 작용을 하는 부교감 신경은 아세틸콜린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위장관의 운동을 활성화시키지만 위산과 펩신의 분비를 증가시켜 궤양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징적으로 미주 신경이 이런 역할을 하는데 심한 십이지장 궤양에서 미주신경 절제술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산의 분비를 억제하기 위함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최근에는 헬리코박터 균과 과도한 진통 소염제의 사용이 위염과 위궤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즉 위 십이지장 궤양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며 복합적인 치료를 요한다는 이야기이지요. 위염과 위궤양의 치료는 너무 다양하여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긴장과 이완의 반복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반복적인 흥분으로 위 장관의 염증과 궤양 등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영화 <끝까지 간다>처럼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영화는 그런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겠지요. 위염,위궤양,혹은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신 분들께서 이 영화를 끝까지 재미있게 보시려면 제산제나 위 보호제를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