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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트랜센던스

浮萍草 2014. 6. 2. 10:15
    인간 두뇌와 컴퓨터의 결합, 최대의 적은 바이러스
    니 뎁의 영화 <트랜센던스>에 대한 호평과 혹평이 팽팽한 견제를 이루고 있습니다.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영화의 대문에 내세우는 카피는‘모든 상상을 초월한다’인데 영화는 상상도, 예상도 빗나갑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이름을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에게 영화 <트랜센던스>는 사뭇 다른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최근의 <인셉션>을 머릿속에 기억하는 팬들은 양에 차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대부분의 영화를 촬영한 월리 피스터의 감독 데뷔작으로 그 계보의 피가 흐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물론 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영화 <트랜센던스>의 곳곳에는 멋진 영상들이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관객을 흡인하고, 영화의 끝까지 힘차게 끌고나가는 힘의 부족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영화 <트랜센던스>는 생각하는 영화입니다. 인간을 초월하는 슈퍼 컴퓨터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영화이고 철학적 혹은 종교적인 관점으로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천재 과학자 윌 캐스터(조니 뎁)와 그의 부인 에블린(레베카 홀)은 인공지능 컴퓨터의 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원숭이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 하는데까지 성공합니다. 그러나 한 과격단체는 슈퍼 컴퓨터에 의해 인간이 지배당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결국 윌에게 테러를 가합니다.

    총격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윌은 한달 남짓 살 수 있다는 판정을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중,자기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할 계획을 세웁니다. 이 시도는 성공하여 인공지능 컴퓨터 <트랜센던스>가 탄생하게 됩니다. 인터넷에 접속한 슈퍼 컴퓨터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습득하면서 진화하여 엄청난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특히 나노 기술(?)을 이용하여 인체의 손상을 복구하는 데 실명한 사람을 눈뜨게 하고 거동을 못하는 사람을 걷게 합니다. 이 대목은 마치 성서의 한 부분을 연상케 합니다. 장님을 눈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걷게 하는 기적이 행해지는 구절과 흡사하며 윌의 부활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마치 예수의 부활을 의미하는 듯한 장면입니다.

    결국 <트랜센던스>라는 단어의 의미대로 초월,즉 인간을 초월한 신적인 존재가 된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이 영화의 결말로 인도하게 됩니다. 윌의 부인 에블린은 슈퍼 컴퓨터가 된 윌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되고 최후의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영화 <트랜센던스>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내가 죽으면 정신은 어떻게 될까요? 내 뇌의 모든 정보를 그대로 컴퓨터에 올리면 그것은 내 정신일까요? 육체를 떠난 정신만으로 나라는 것을 정의할 수 있을까요? 영화 <트랜센던스>는 무수한 질문을 나열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한계점을 노출하며 방향을 잃고 맙니다. 볼거리 역시 극과 극입니다. 슈퍼 컴퓨터와 관계된 장면은 그럴듯하나 트랜센던스를 공격하는 민병대의 모습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특히 트랜센던스에 의해 되살아나 컴퓨터의 지령을 받는 이른바 사이버 좀비의 모습은 쓴웃음을 나오게 합니다. 늘어지고 빈약한 볼거리는 영화의 정체성을 흔들고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모건 프리먼과 킬리언 머피 같은 훌륭한 조연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썩힌 것은 아쉽습니다. 오히려 짧고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훨씬 감동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영화 <트랜센던스>의 핵심은 윌의 뇌 정보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것입니다. 조니 뎁은 이를 위해 삭발 연기로 투혼을 불사르는데 여기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실제로 뇌에 전극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개두술 즉 두개골을 열고 대뇌의 피질을 노출해야 정확하게 전극을 심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두피에서 전극을 삽입하는 것은 부정확할 뿐 아니라 뇌에 전극을 심는 과정에서 출혈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위험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피부의 세균이 바로 뇌로 들어가는 통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에서 윌은 이미 사망을 앞두고 있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연결되면 일종의 사이보그라고 할 수 있는데,최대의 난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세균 감염입니다. 신체 조직과 기계의 연결,특히 신경계의 연결은 신경을 노출해야 정확한데 세균의 침투가 문제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피부의 신경을 감지해서 기계와 연결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부정확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근육을 찾아내서 검사하는 근전도 기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근육에도 신경의 지배를 받아 미세한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그 전류를 측정하여 근육의 상태를 평가하게 되는 검사입니다. 피부에서 신경을 찾기도 하지만 정확한 근육의 기능을 알려면 침을 피부 밑으로 근육에 직접 찔러 넣어 연결해야합니다. 그래서 드물게는 출혈이나 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신경계에 접촉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피부 안으로 파고 들어야하는, 침습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의공학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여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과 컴퓨터가 어떤 형식이든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인간과 기계의 직접적인 결합에 가장 큰 걸림돌이 아이러니하게도 세균 미생물이라는 것입니다. 마찬가지,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슈퍼 컴퓨터도 바이러스의 공격에 무너지고 맙니다. 아무리 발달된 인공지능도 보이지 않는 시스템 오류에 치명적이라는 것이지요. 인류가 이 세상의 주인인 것처럼 살고 있지만 결국은 미생물의 공격에 신체는 사라집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보이는 것 위주로 살아온 것 아닐까요? 세월호의 비극에서 보았듯이 보이지 않는 조그만 것에서부터 우리 사회는 무너질 수 있습니다. 작은 것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우리 사회가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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