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29 그녀Her

浮萍草 2014. 5. 20. 09:12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 알고보면 인후염
    소리만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첫 눈에 반해 사랑이 시작되기도 하고 오랜 시간 뜸들이면서 만들어지는 사랑도 있습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방법 그 여러가지 중에 달콤한 목소리가 빠질 수 없는데요. 
    목소리는 그 사람의 모든 감정과 느낌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기쁨과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에 우리는 기뻐하고 설레기도 하며 혹은 괴로워하거나 주저합니다.
    사랑의 복잡한 감정은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살짝 떨리기도 하고 물기에 촉촉하게 젖어 있기도 합니다. 
    간혹 까르륵 웃기도 하고, 침묵으로 속을 태우기도 합니다. 
    전화로 하는 데이트, 사랑을 갓 시작한 커플들에게는 그야말로 밀당의 시간입니다. 
    이런 경험을 재치 있게 영화화한 <그녀 her>를 소개합니다.
    영화 <그녀 her>는 목소리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스파이크 존즈의 감독은 뮤직 비디오 감독으로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번 영화 <그녀 her>는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으로 마치 아름다운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합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파스텔 톤의 예쁜 색들과, 아케이드 파이어의 감각적인 음악은 관객들로 하여금 사랑에 빠진 듯 착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절실하게 표현한 대사들입니다. 이 아름다운 대사들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2014년 제 86회 아카데미와 제 71회 골든 글로브의 각본상을 거머쥐었습니다. 물론 그 대사들을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은 2013 로마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의 여자배우상을 수상합니다. 그만큼 영화 <그녀 her>는 사랑과 소통에 중요한 목소리,즉 대화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그녀 her>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내와 이혼 준비 중인 시어도어(호아킨 피닉스)는 편지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별의 외로움에 힘들어하던 중, 우연히 친구가 되어준다는 컴퓨터 운영 체제를 구입하게 되고 그녀(?)에게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단순한 말동무나 비서 역할로 생각했던 그 운영체제,사만다는 점점 진화되면서 마치 시어도어의 연인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인간관계의 사랑과 마찬가지,호기심으로 시작된 시어도어의 관심은 재치 있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사만다에게 점점 이끌리게 되고 사랑하게 됩니다.

    사만다도 시어도어를 사랑하는 감정을 갖게 되면서, 영화는 조금씩 갈등을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실존하는 인간과 실체가 없는 컴퓨터 운영체계의 사랑,순탄하지 않을 결말을 예상하게 합니다. 과연 진정한 사랑, 그리고 관계란 어떤 것일까요? 대부분의 첫사랑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찾아오고 사랑하는 방법에 미숙한 경우가 많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사랑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법을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진정한 사랑법은 스스로 사랑을 하면서 배워가야 하는 것일까요? 영화 <그녀 her>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사랑의 방식은 과연 서로를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혹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고 있는지를 말이지요. 소통과 사랑의 중요한 매개체는 목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그녀 her>의 운영체계인 사만다 역할의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그녀의 섹시한 허스키 보이스를 계속 듣다보면 마치 그녀와 사랑에 빠진 듯,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듣는 이야기가 ‘혹시 인후염에 걸리셨어요?’라는 질문이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얼굴에서 나오는 의외의 허스키 보이스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쉰 듯한 목소리는 건강한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는 아닙니다. 결절이나 염증 등으로 성대의 떨림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에 쉰 소리가 나오게 되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변하면 이비인후과에서 반드시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성대의 떨림, 즉 목소리를 내게 하는 신경은 제10번 뇌신경에서 나오는 되돌이 후두 신경입니다. 심장 가까이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서 성대 쪽으로 올라오는 주행 때문에 되돌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식도와 기관지 사이의 틈을 타고 성대 쪽으로 가는데 이 주행 때문에 갑상선 수술 등 목 수술 시에 손상의 위험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 목이 쉬거나 심한 경우 호흡 곤란까지 유발됩니다. 그래서 수술 시에 신경 모니터링을 하면서 손상을 예방하기도 합니다. 특히 목 디스크 수술은 목 앞으로 디스크를 제거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도의 우측에서 접근하는 경우 디스크 앞에 있는 식도와 기관지를 옆으로 제치는 과정에서 드물지만 되돌이 후두신경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마비를 보이면 목소리가 쉬게 될 수 있어 가수나 강사 등 목소리가 중요한 직업의 경우에는 좌측으로 접근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돠돌이 후두 신경은 목을 중심으로 좌우 한 쌍으로 구성되는 데 우측 신경이 주행 경로상 잘 손상됩니다.) 한 쪽 신경이 손상되어 성대 마비가 편측으로 오면 목소리가 쉬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도 호전이 안 되는 경우, 마비된 성대에 이른바 필러라고 일컫는 히알루론산을 주사하여 목소리를 회복시키는 시술을 하기도합니다. 사람의 관계,소통에서 대화의 매개체인 목소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겁니다. 아름다움 목소리는 분명 관계에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목소리만으로 사랑이 가능할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떨리는 눈 빛,오월의 햇살에 반짝이는 머릿결,바람에 실려 오는 체취,이 모든 것이 사랑에 필요한 것들이지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지고도 실패할 수 있는 것이 사랑입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보는 이러한 감각적인 것보다 서로의 입장에서 보는 배려가 더 중요한 사랑의 요소입니다. 지금 사랑하고 계십니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은 내 감정일 뿐입니다. 마주한 사람의 감각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것입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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