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쥑'이는 여의사의 행복처방

18 평생 아끼다 사기 당한 엄마, 사후에 자식들은...

浮萍草 2014. 6. 14. 06:00
    인생 마지막에 벼락치기 공부는 안통해
    눈부신 마지막을 지금부터 준비 하세요
    "김과장! 표정관리 해야 했던 거 아니었어?” 안과 과장이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왜요?” “무엇이다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 내가 가본 상갓집의 분위기와는 좀 달라서…. 그래서 김선생은 죽음을 많이 봐서 단련되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김선생의 다른 가족은 아니잖아?” 얼마 전, 엄마 장례식 때의 이야기였다. 엄마를 떠나보내는 우리 가족의 분위기가 일상적인 장례식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랬나? 조금은 멋쩍었다. 안과 과장은 대학교 선배이자 남편의 고등학교 선배이다. 평소에도 따뜻하고 배려있는 말을 스스럼없이 잘 해주신다. 그래도 이 일만은 무슨 변명이라도 적당히 둘러 대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비쩍 마른 호준씨 이야기를 꺼냈다. 호준씨의 아버지는 후두암 말기였다. 40대 중반의 그는 정확하게 47일을 호스피스병동에 있었다. 남에게 절대로 맡기지 말라고 했던 전직(前職) 교장선생님이셨던 아버지의 깐깐한 유언을 지키기 위해 호준씨는 마지막 날까지 직접 아버지를 돌봤다. 직장도 두 달간 휴직을 했다. 미혼인 자식이 이러는 경우는 있었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 일상을 팽개치고 전적으로 간병에 매달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목욕조차 봉사자에게 부탁한 적이 없었다.
    ▲ 동물원에 소풍간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

    사랑한 만큼 상실의 고통은 크다. 아버지를 애틋하게 보내는 호준씨가 내심 걱정이어서 문상(問喪)을 갔다. 예상과는 달리 호준씨는 누구보다 활짝 웃으면서 조문객을 맞이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우리 가족도 호준씨와 비슷했다. 상실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죽음’이라는 삶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부터가 아니라 살아 있을 때부터 해야 한다. ‘죽어감’을 흔들림 없이 아름답게 채워가는 사람들은 착잡한 심정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빠른 것이다. 37살의 꽃 같은 아들을 떠나보내는 어머니가 있었다. 조문(弔問)온 아들 친구에게 오열을 토하는 대신 ‘아들 대신 건강하게 살아 달라’고 따뜻한 국밥을 권하는 여유로움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생판 모르는 내손을 붙잡고 병원복도에서“이 세상에서 나보다 더 답답한 사람 있으면 나와 봐라”라며 피눈물을 흘리는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렇게 다 겪고 맞이하는 죽음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가족의 죽음 뒤에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호스피스 돌봄을 받은 가족은 그런 과정이 입원과 동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겉으로는 이별이 쉬워 보이는 것이다. 엄마가 임종실에 누워 있을 때 들려오는 처량한 만돌린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그 때 서울 사는 언니가 내려왔고 사우디 출장 가 있는 제부(弟夫)가 동생과 같이 허겁지겁 도착했다. 남동생도 며칠 밤을 새면서 엄마를 지켰다. 불 주사 맞아야하는 어린아이처럼 겁에 잔뜩 질리면서 시작한 엄마의 죽음이 여유로워졌다. 엄마가 떠난 다음 그동안 내가 받았던 인사들을 호스피스 식구들에게 했다. “고마워요. 여러분이 없었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작년에 나는 엄청난 일을 했다. 엄마를 임종실에 모셔다두고 천연덕스럽게 진료를 했다. 가족을 내 손으로 직접 떠나보내는 것은 수많은 환자를 보내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왜냐면 엄마의 인생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 한번 못해보고 아끼기만 한 엄마였는데 마지막에는 많은 돈을 나쁜 사람들한테 사기도 당했다. 잘 살아 보겠다고 종교까지 세 번이나 바꾸었는데…. 나는 이렇게 엄마를 쉽게 떠나보냈다. 다음은 분명히 내 차례이다. 예상치도 못한 순간이 물밀 듯 순식간에 밀려올 것이다. 아! 이것이 운명이다 싶으면 이미 늦다. 인생의 마지막에는 벼락치기 공부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엄마와 환자들을 떠나보내면서 알았다. 마음의 눈으로만 보이는 우리의 마지막이 빛나기 위해서는 건강한 지금이 바뀌어야 했다. 엄마가 알려주신 삶과 죽음을 통해서, 나는 눈부신 마지막을 지금 준비한다
    Premium Chosun ☜       김여환 대구의료원 완화의료 센터장 dodo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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