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국인의 마지막 10년

8·<1부 끝> 수면제 한 통 품고 사는 어느 여든 할머니의 고백

浮萍草 2014. 6. 8. 06:00
    "금지옥엽 키운 아들, 손녀까지 내 젖 물렸는데 늙었다고 괄시하고… 나한테 어찌 이럴수 있나"
    ▲ 우리나라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노인 자살률이
    높기 때문이다.존경받았던 과거 역할이 사라지고,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노인들은 복지 시스템과
    자식들에게 기대고 싶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우울증 끝에 그들은 자살을 택한다.지난 7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한 할머니가 노인용 유모차에 의지해
    걸어가고 있다. /이덕훈 기자
    자서는 침대에도 겨우 걸터앉는 여든 노인이 두툼한 녹색 타월이 축축해지도록 통곡을 했다. "지가 내인테 우째 그럴 수 있노." 경기도 남양주시 아파트에 사는 이점순(가명·81) 할머니. '자살 위험군'이다. 수시로 자살 충동을 느끼고 실제로 집 안에 치사량 수면제를 모아뒀다. 남양주 노인자살예방센터 상담사들이 매주 찾아가 말동무도 해주고 어깨도 안아드린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가면 또 할머니 혼자가 된다. "지금이라도 고마, 숨이 탁 막히가 죽어뿌렸으면 좋겠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호강하며 자랐다. 삼천포 객줏집 딸로 유치원도 다녔다. 시집온 뒤 가세가 기울어 온갖 고생 다했다. 그래도 2남 1녀가"우리 어무이 최고!" 하면 고초가 사르르 녹았다. 두 아들이 축구 하다 다치면 밀가루·식초·치자를 싹싹 개서 발라줬다. 그 아들이 손녀를 낳자 빈 젖 물려가며 키웠다. 자식·손녀 머릿속에선 아스라이 사라진 그런 순간을,할머니는 남양주 아파트에 홀로 누워 수백 번 곱씹었다. 그래서 그들이 더 괘씸했다. 할머니가 이곳에 이사 온 건 지난여름 '밥상 사건' 이후다. 20년 전 남편이 떠난 뒤 두 아들 집을 오가며 지냈는데 그중 차남 집에 머물 때 일이 터졌다. 둘째 며느리가 할머니와 언쟁하다 욱해서 밥상을 내던졌다. 격분한 할머니가 경비 아저씨를 데리고 올라왔다. "근데 며느리가 그새 집 안을 싹 치우고'우리 시어머니가 치매가 있어 헛소리한다'고 거짓말을 하더라꼬." 아들은 아내를 혼내는 대신"이러다 누구 하나 죽을 것 같다"고 물러섰다. 열여덟 살 손녀는 할머니를 밀쳤다. 그 일을 계기로 할머니는 30년 가까이 산 서울을 떠나 딸네 집과 가까운 남양주에 아파트를 얻었다. 혼자 있자니 울화가 솟고 혈당이 떨어졌다. 수시로 저혈당 쇼크가 왔다. 죽고 싶어 밤새 혼자서 자기 목을 눌렀다. 수면제 한 통을 삼키려 한 적도 있다. 급기야 숨이 콱 막혔다. 가만있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노인용 유모차를 밀고 무작정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있는 데를 찾아나섰다. 우연히 마주친 요양 도우미에게 울면서 매달렸다. "내 좀 살려주이소. 내 곧 죽을끼라요." 석 달째 매주 할머니를 방문해 상담해온 유순자(69)씨가"우시느라 아예 말씀도 못 하던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불안정하다"고 했다. 고독, 당뇨 가정 불화 등 자살 충동의 원인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탓이다. 최성환 한화생명은퇴연구소장은"70대 이상 한국인은'가족'과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세대"라고 했다. 2남 1녀는 할머니가'분가'했다고 여기지만 할머니는"이기 고려장이지 뭐꼬" 했다. 자식이 괘씸하다면서"마지막 소원은 아들내미랑 같이 살다 가는 거"라고 했다. "다시 함께 살자"는 자식이 없어 펑펑 우는 할머니를 건너편 경대에 붙은 가족사진 속 손자가 멀뚱멀뚱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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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없이 길어진 삶, 망가진 가족관계… 못살았을 때보다 더 불행해진 우리 老年
    [65세 이상, 매일 11명씩 自殺] 식사 거부하고 약 뱉는 행동, 마음먹고 단행한 '간접 자살' "예전에도 노인들 외로웠지만 노년자살 급증 추세 짚어봐야" "부모님이 자살했는데 그 집 자식들이 주위에 '우리 부모님 자살했다'고 털어놓지는 않죠. 남들처럼 빈소 차리고 상을 치러요. 그래도 저희는 알지요. 워낙 많이 보니까요. 요즘 자살하는 노인 정말 많아요. 엊그제도 그런 시신이 들어왔어요." 장례식장·승화원(화장장)·추모의집을 갖춘 수원시 연화장에서 20년 경력 장례지도사 A씨가 자판기 커피로 목을 축였다. 막 염습(殮襲)을 마치고 땀범벅이 된 상태였다. "목을 맨 노인은 목이 까지거나 피멍이 들어있어 금방 눈에 띄어요. 투신한 시신은 소리로 알고요. 시신을 움직일 때 '딸각딸각' 소리가 나거든요. 높은 데서 떨어지면서 충격으로 몸속의 뼈가 조각조각 부스러진 거죠." 유족이 화장장 직원에게 자기 입으로 '자살'이라고 털어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내가 너무 넘겨짚었나' 미안해져서 사망진단서를 들춰볼 때도 있어요. 어김없이 '외인사(外因死·자살이나 사고 등으로 숨졌다는 뜻)'라고 되어 있더군요."
    ㆍ노인, 하루 11명씩 목숨 끊는다
    근 5년간 65세 이상 노인 2만43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통계청·보건복지부). 더구나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08년에는 연간 3561명, 하루 평균 9.8명이 숨졌다. 작년엔 4023명, 하루 11명이 숨졌다. 이유는 ①병(39.8%) ②경제적 곤궁(35.1%) ③사랑(4.8%) ④가정불화(4.3%) 순이다(2011년 통계청 조사). 전문가들은 "이 대목을 한번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10년 전, 20년 전이라고 노인들이 안 아프고 돈 많고 잘나갔을 리 없다. 그런데 왜 요즘 와서 갈수록 노인 자살이 급증하는 걸까.
    ▲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전문가들은 "노년은 언제나 쓸쓸한 시기였지만, 지금 노인들은 두 가지 이유로 예전 노인들보다 훨씬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첫째,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살고 오래 앓게 됐다. 둘째, 길어진 인생을 떠받칠 가족 관계는 되레 척박해졌다. 이남희 남양주 노인자살예방센터 팀장이 "현장을 돌다 보면 잘나가던 분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절망하는 경우가 뜻밖에 많다"고 했다.
    ㆍ'아무것도 아닌' 시간이 너무 길다
    이정근(가명·76) 할아버지는 동년배 대다수가 밭 갈 때 명문 사립대에 다녔다. 이후 공기업 간부로 승승장구했다. 평생 엘리트로 산 그는 은퇴 후'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됐다'는 느낌을 참지 못했다. 몰래 수면제 200알을 모으고 언제라도 입안에 털어 넣을 준비를 했다. 다니던 병원 사회복지사가 눈치채고 간신히 제때 막았다. 때론 다른 데서 오는 자괴감이 더 큰 경우도 있다. 10년 전 아내와 사별한 김영식(가명·82) 할아버지는 올 초 이웃 소개로 고운 할머니를 만났다. 얼굴보다 마음씨는 더 고와 몇 주 만에 혼인신고도 했다. 재산도 모두 알려줬는데 어느 날 할머니가 사라졌다. 불길한 예감이 스쳐 통장을 확인해보니 잔액이 '0원'이었다. "다 늙어 주책"이란 소리 들을까 봐 자식에게 말도 못 했다. 할아버지는 그대로 목숨을 끊었다.
    ㆍ가족이 너무 멀다
    두 할아버지는 전혀 다른 사례지만 ▲ 남은 인생이 의외로 긴데 그걸 감당하지 못했고 ▲ 가족에게 기댈 수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족과 자살한 노인 사이의 '벽'은 노인이 죽은 뒤에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식들은 '부모가 자살한 건 내가 불효자였기 때문'이라고 압박감을 느낀다. 심지어 사망진단서까지 거짓으로 쓰기도 한다. 당연히 불법이지만 "적발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게 현장 얘기다. "화장하려면 사망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간혹 자살한 노인의 유족들이 그런 서류 없이 와서'자살했다면 남들이 흉볼 텐데…. 자연사라고 써주면 안 되느냐'고 울 때가 있어요. 그러면 화장장 주변에서 영업하는 '보따리 의사'(사망진단서 없는 화장장 고객들에게 급하게 해당 서류를 끊어주는 의사를 뜻하는 은어)들이 유족 뜻을 들어주곤 하지요."(B지자체 화장장 운영팀장)
    ㆍ곡기와 함께 세상을 끊다
    고인이 자살에 이른 과정을 본인이 남긴 기록과 주변 사람들 증언을 통해 자세히 밝히는 걸'심리적 부검'이라고 한다. 법의학자가 시신을 보고 범인을 잡듯, 절망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 파헤쳐 들어가는 작업이다. 육성필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는"심리적 부검을 하지 않으니 자살 원인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대책도 안 나온다"고 했다. 그는 노인 자살이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봤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노인들이 요양원에 누운 채 식사를 거부하거나 약을 뱉는 경우를 그는 수없이 봤다. 많은 사람이 그런 죽음을 '곡기를 끊었다'고 표현한다. '깨끗한 죽음'이라고 은근히 추켜세우는 경우도 있다. 육 교수는 "내가 보기엔 목을 맬 힘도 없는 노인이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마음먹고 단행하는 '간접 자살'"이라고 했다. "그런 죽음을 좋게 봐도 될까요? 우리는 안 늙을까요? 누구든 오래 살고 오래 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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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를 마무리하며] 1960年生 2~3명 중 1명은 88세長壽…'대책없는 末年' 남의 일 아니다
    [오래 살고 오래 앓는 시대……'행복한 末年' 준비됐나요] -'마지막 10년' 취재 어떻게 대다수가 고령화문제 실감못해… 막연히 오래살겠구나 걱정만 -'내리막 계단'10개에 공감 자녀교육·내집마련·자녀결혼… 단계마다 목돈 쏟아넣게 돼 88만원세대 末年 1인당 빚 2억 -한국, '죽음의 질' 40개국 중 32등 고령화 파도 잘 견딜수 있도록 개인·국가 모두 지혜 모아야 국민 사회자 송해(88)는 1925년생 소띠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가가호호 인구총조사가 이뤄진 해에 태어났다. 그해 태어난 동갑내기 76만2776명 중 송해를 포함해 5만980명이 살아있다. 이들의 기대 수명은 남성 92.5세, 여성 93.5세다(고려대 박유성·김기환 교수팀 분석). 어디까지나 '평균치'라서 지금 살아있는 사람 중엔 기대 수명이 다하기 전에 떠날 사람도 있고, 100세를 돌파할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는 어떨까? 개그맨 이경규(53)는 60년생 쥐띠다. 베이비부머이자 386세대인 동갑내기 100만6018명 중 86만44명이 살아있다(고려대팀 분석). 그중 40만2534명이 오는 2048년 지금 송해 나이까지 살아남을 전망이다(2010년 통계청 장기 추계). '한국인의 마지막 10년'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취재팀이 만난 전문가들은 "대다수 한국인이 아직도 '고령화'를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위 세대를 보면서 막연하게 "나도 오래 살겠구나" 걱정하는 정도지 자신을 포함한 다음 세대는 그들보다 더 오래 살 거라고 좀처럼 생각하지 못하더란 얘기다.

    가령 송해 동갑내기는 15명 중 1명꼴로 미수(米壽)까지 장수했다. 이경규 동갑내기는 2~3명에 한 명꼴로 88세 생일상을 받게 된다. 그들에게 아흔 살은'세상과 작별하는 나이'보다 '마지막 10년을 시작하는 나이'에 가까울 것이다. 한국인은 과연 충분히 준비되어 있을까. 취재팀이 돌아보니 결코 그렇지 않았다.
    ㆍ오래 살고 오래 앓는다
    고려대팀이 25년치 출생·사망 통계와 2002~2010년 건강보험 전 국민 진료 기록을 분석해보니 한국인의 수명이 2002년 이후에만 남녀 모두 3년 반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중에서 병원에 안 다니고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은 1년 반이 안 됐다는 점이다. 가령 10년 전 한국 남성들은 평균적으로 일흔 살부터 3.4년 앓다가 일흔세 살 때, 여성들은 일흔여섯부터 4.1년 앓다가 여든한 살 때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지금 한국 남성은 일흔한 살부터 5.4년 앓다 일흔일곱에 여성은 일흔여덟부터 5.9년 앓다 여든넷에 저세상으로 간다. 인생 마지막 10년 중 절반 이상을 병석에 누워서 보내게 된 것이다.
    ㆍ젊어선 여유가 없고 늙어선 대책이 없다
    취재팀이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의뢰해 한국인의 인생 행로를 분석해보니 마지막 10년을 가난하게 보내게 만드는 '내리막 계단 10개'가 있었다. '대학 입학→취업→자녀 교육→내 집 마련→퇴직→창업→자녀 결혼→노부모 봉양→초기 노년기→본격적 장수 리스크'로 이어지는 행로다. 단계마다 개인이 쏟아부어야 할 돈이 자꾸만 늘어나는 바람에 국민 대다수가 남들처럼 사느라 허덕이다가 저축할 시기를 놓친 채 노년에 접어들었다. 그에 따라 상당수 노인이 준비되지 않은 고령화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었다. 남녀를 막론하고 평생 의료비 절반이 65세 이후에 들어가는데 갈수록 가족 관계가 약해져서 자녀들의 봉양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전체 사망자 중 요양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는 사람 비율이 급증했다(2004년 1%→2011년 14%). 문제는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세대가 내려갈수록 마지막 10년을 비참하게 보내는 사람은 더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88만원 세대가 위 세대처럼 살면 평생 벌어도 1인당 2억원씩 빚을 남기고 IMF 전후에 취직한 30대도 1000만원 가까이 빚을 질 것으로 나타났다.
    ㆍ'죽음의 질' 후진국
    수명이 길어질수록 암으로 숨지는 사람도 늘어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말기 암 환자가 몸을 누일 환경은 척박하기만 하다. 한국 인구 규모에 필요한 호스피스 병상은 2500개. 하지만 실제 호스피스 병상은 880개에 그쳤다. 종합병원들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호스피스 병동 운영을 외면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실제로 서울 시내'빅5' 병원 중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뿐이었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말기 암 환자 보살필 공간은 안 만들면서 병원마다 특급 호텔 같은 장례식장은 다 하나씩 만들어놓은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통증을 관리하면서 편안하게 마지막 순간을 맞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우왕좌왕하는 비극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일부 호스피스에서는 줄 서 있는 환자가 너무 많아서 1~3개월씩 입원 기간에 제한을 뒀다. 그 안에 사망하지 않으면 위독한 사람이 앰뷸런스를 타고 다른 호스피스로 이동해야 했다. 한국은 2010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연구소가 조사한 '죽음의 질 지수'에서 조사 대상 40개국 중 32등이었다.
    ㆍ더 늦기 전에 준비하자
    전문가들은 "국민이 마지막까지 행복해야 선진국"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국가도 개인도 단기적 목표를 이루려고 전력질주하며 살았다. 지금 우리를 덮치는 고령화 파도는 속도도 규모도 전례가 없다. 전문가들은 "'의학이 발달하는 걸 어쩌란 말이냐'는 식으로 냉소해선 모두가 다 망한다"면서"각자 길어진 인생을 어떻게 경영할지 국가를 어떻게 설계하고 보수해야 고령화 파도를 견딜 수 있는지 긴 호흡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2부는 바로 이런 내용을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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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팀장=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 최규민 기자 / 박국희 기자 / 김정환 기자 / 문현웅 기자 / 런던=김미리 기자 |/ 타이페이=박순찬 기자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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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를 마무리하며] "진짜 문제는 오래 사는 게 아니라 오래 앓는 것… 
    100세시대 전제로 고용·의료·복지 보강해야"
    人口전문가 고려大 박유성교수
    재팀의 첫 질문은"예상보다 오래 살게 된 게 낭보냐 비보냐"였다. "건강하고 부유한 사람에겐 낭보 아프고 가난한 사람에겐 비보"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박유성(55·사진) 고려대 교수는"낭보냐, 비보냐 따지는 게 의미가 없다"고 했다. 수명 연장은 우리가 대비해야 할 '기정사실'이지 선택하고 말게 아니다. "진짜 문제는 오래 사는 게 아니라 오래 '앓는' 겁니다. 개인도 힘들지만,국가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부담이에요. 안 아픈 사람이 애국자입니다. 고령화 시대일수록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루라도 덜 앓아야 국가도 버텨냅니다." 박 교수는 인구 전문가다. 한국의 고령화가 정부 예상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그가 이번에 동료 김기환 교수와 함께 국내 최초로 2002 ~2010년 전 국민의 건강보험 진료 기록과 최근 25년치 통계청 출생·사망 기록을 분석해보니 그동안 수명만 빠르게 늘어난 게 아니라 죽기 전에 앓는 기간도 덩달아 길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구조가 국가 재정에 최악의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기울어간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이런 현상은 단순히 개인이 저축 몇만원 더 하고 국가가 연금 얼마 더 주는 정도로 해결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번 분석 결과 주요 질병 대부분에서 유병률은 올라가고 사망자는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얼핏 보면 의료 서비스가 좋아져서 병에 걸려도 나은 사람이 많다는 얘기 같지만 그 이면에는 ▲병이 완치된 게 아니라'죽음에 이르는 과정'만 길어진 사람 ▲남은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실이 있다. 박 교수는 "이런 현상을 개인과 국가가 어떻게 감당할지, 우리는 제대로 논의를 안 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미래'다. 박 교수는"개인도,국가도 완전히 새로운 틀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고용·의료·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100세'를 대전제로 놓고 기존 제도를 점검하고 보강해야 한다. 박 교수는 "국민이 마지막 10년을 비참하게 보내지 않도록 막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최대 도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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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를 마무리하며] 한국 중장년층(35세~64세) 경제적 老後준비는 100점 만점에 47점
    부동산·예금 등 2억대 資産 있고 연금만 약간 받는 수준
    리나라 중장년층(35~64세)의 경제적 노후 준비는 100점 만점에 평균 47점으로 조사됐다. 이는 부동산과 예금 등 자산을 2억~3억원 정도 갖고 있고 다른 소득 없이 연금만 약간 받는 수준을 뜻한다. 이 점수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개발한'노후 준비 진단 지표'에 따라 계산한 것인데 60.7점 이상이어야 노후 준비가 잘돼 있다는 뜻이고 33.5~60.6점은 보통, 33.4점 이하는 노후 준비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우리나라 중장년층 3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성별로는 남성(49.8점)이 여성 (44.4점)보다 노후 준비 점수가 다소 높았다. 연령별로는 30대(46.8점), 40대(49.8점), 50대(47.9점)가 각각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고, 60대(37.2점)는 평균보다 10점가량 낮았다. 학력별로 보면 대학 재학 이상 52.3점 고졸 46.3점, 중졸 이하 39.2점으로 학력이 높을수록 노후 준비가 잘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혼자(48.8점)의 노후 준비 점수가 미혼자(41.3점)보다는 높았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56.4점),판매 서비스(51.8점),농림어업(49.1점),블루칼라(48.9점),미취업(30점) 가운데 연금 제도나 퇴직금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는 화이트칼라의 경제적 노후 준비가 상대적으로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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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많아질수록 극단적 선택… 70대 이상 자살률 10년 전의 2배
    
    "며느리는 잘못 없다. 오래 산 내가 잘못이지. 빨리 죽고 싶다."
    서울 영등포구 아파트에서 100세를 바라보는 시어머니가 뱉은 말이다. 
    이 집 세 식구는 96세 시어머니 78세 외아들, 77세 며느리다. 
    시어머니는 3년 전까지 수도권 단칸방에 혼자 살았다. 
    병치레가 잦아지자 보다 못한 아들이 모시고 왔다. 
    며느리는 표나게 싫은 기색을 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무서워 속옷도 세탁기에 못 넣고, 화장실에서 목욕할 때 조물조물 주물러 빤다.
    친척들은 며느리를 욕했지만 며느리 입에서도 "죽고 싶다" 소리가 나오긴 마찬가지다. 
    한 달 전 며느리는 교회 봉사팀과 상담하다 펑펑 울었다. 
    "나도 손자며느리까지 보고 온몸이 아픈 늙은이인데 왜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살아야 되나요? 
    자식들이 근근이 살아 공공 근로를 뛰어요."
    오래 살고 오래 앓는 패턴이 굳어지면서 한국인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취재팀이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의뢰해 최근 30년간 자살 통계를 분석해보니 다른 나라에 좀처럼 없는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① IMF 외환 위기를 기점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살률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40대(10만명당 34명 자살·2011년 기준)→50대(41.3명)→60대(50.5명)→70대(86.3명)→80대 이상(116.9명)으로 갈수록 스스로 목숨 끊는 사람이 늘었다.
    ② 60대 이하의 자살률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60대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1983년부터 한 세대 동안 40대 자살률은 2.6배, 50대 자살률은 2.7배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60대 자살률은 3.6배, 70대는 5.8배, 80대 이상은 9.5배 늘었다. 
    최근 10년 동안에도 60대 자살률은 1.7배(2001년 10만명당 30.7명→2011년 50.7명), 70대 자살률은 1.9배(45.3명→86.3명), 80대 이상 자살률은 1.9배가 됐다
    (62.2명→116.9명).
    ③ 이런 현상이 경기가 나쁠 때 한두 해 나타나고 사라진 게 아니라 경기가 풀린 뒤에도 계속해서 심해졌다.
    원인이 뭘까? 경제 전문가들은 “대다수 한국인이 자녀 교육,내 집 마련 등에 지나치게 투자하느라 저축할 시기를 계속 놓쳤다”고 했다. 
    개인적인 준비도 부족하고 복지제도도 미처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저성장·고령화·가족 해체’라는 삼각파도를 맞고 말았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한국 사회가 워낙 빨리 변하다 보니 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노미(혼란)적 자살’이 많다”고 했다. 
    중년은 노력할 여지가 남아 있지만 노년이 되면 ‘뭘 더 기대하겠나’ 하고 더욱 절망해버린다. 
    노인은 섣불리 자살을 시도하지 않는 대신, 일단 실행하면 치명적 결과에 이를 확률이 높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과 교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사회가 노인을 자살로 몰아가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2부에선 '더 나은 마지막 10년'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1부를 마무리합니다. 전국 각지 독자들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호응해주셨습니다. 2부로 그 마음에 보답하겠습니다. ‘한국인의 더 나은 마지막 10년’을 위한 대안을 준비해 찾아뵙겠습니다.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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