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국인의 마지막 10년

6 재산 많아야 며느리 간병 받나…

浮萍草 2014. 6. 6. 06:00
    긴 병치레 부담… 재산 있어도 결국 요양병원 들어가
    요양병원에서 3만6000명(2011년) 사망… 7년새 15배 이아몬드 반지가 오후의 햇빛에 반짝거렸다. 요양 병원 병상에 누운 60대 할머니가 끼고 있던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병원에도 도둑이 많더라고요. 어디 따로 둘 데가 없어서…." 2인실 이경숙(가명·66) 할머니가 곱게 나이 든 얼굴로 "남편이 무역 회사 할 때 사준 반지"라고 했다. 옆 침대에 10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의 남편(73)이 누워 있었다. 6일 경기도 A 요양 병원. 질병과 병실 규모에 따라 월 60만~120만원쯤 받는 곳이다. "우리 부부가 여기 있는 건 돈이 떨어져서도 애들이 못돼서도 아니에요. 사업 정리한 지 10년 됐지만 재산도 꽤 남아있어요. 90년대 초반에 남매를 외국 유학 보냈는데 아들(37)은 뉴욕에서 사업하고 딸(41)은 다국적 기업에 근무해요. 하지만 애들도 애들 인생이 있으니까 앞으로도 자식한텐 안 갈 겁니다." 할머니는 "남편을 간병해보니 오래 살고 오래 앓는 세상에서는 요양 병원 말고 마지막 10년을 보낼 '대안'이 없더라"고 했다. 전문가들은"앞으로도 수명만 빠르게 늘어나고 건강은 받쳐주지 않는 현상이 계속되면 국민 대다수가 마지막 10년과 마지막 순간을 요양병원에서 맞는 경우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요양 병원에서 숨지는 사람은 2004년 2442명에서 2011년 3만6292명(전체 사망자의 14%)으로 급속하게 늘어났다. 이경숙 할머니는 처음에 간병인을 쓰면서 살던 집에 그냥 머무르려고 했다, 쉽지 않았다. 월 400만~500만원짜리 고급 노인 병원에 들어가 봤다. 첨단 치료가 필요한 병도 아닌데 매달 그런 액수를 쓰자니 아무리 재산이 있어도 ‘이건 과하다’ 는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다”고 했다. 일반 종합병원에서는 어디 가도 한 달 이상 할아버지를 받아주지 않았다. “종합병원은 ‘기업’이니까 기본적인 입원비만 내고 한없이 머무르는 노인보다 700만~800만원짜리 수술 환자를 받아 병실을 회전시키는 게 이문이 많이 남겠지요.” 수명이 길어질수록 긴 병 앓는 사람이 늘어나고, 결국 여유 있는 사람이건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건 요양 병원으로 향하게 된다고 했다. 중앙 부처 차관보를 지낸 박형수(가명·54)씨도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2년 전 위암 2기 진단을 받고 공직을 그만뒀다. 대학 병원에서 위를 잘라내고 항암 치료를 마친 뒤 이 요양 병원에 들어왔다. 공무원 연금이 나와도, 병원비·치료비·간병비는 갈수록 부담스러웠다. 그나마 요양 병원에 들어가야 입원비와 치료비를 매달 60만원 정도로 묶어둘 수 있었다. ‘집에서 아내가 간호해줬으면’ 하는 생각도 초기엔 했다. 하지만 남편이 암에 걸린 뒤 부업을 시작해서 바빠진 아내에게“매 끼니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암 환자 식단을 차려달라”고 말하기가 미안했다. 결국 요양 병원에서 지내는 게 최선이라는 데 부부가 합의했다. 박씨는 차차 요양 병원 생활에 익숙해졌다. 가까운 곳에 등산도 가고, 지인들과 일본 여행도 갔다. 지금 그가 머무는 6인실에서 주어진 공간(4.3㎡·1.3평)은 차관보급 공무원이 쓰는 법정 사무실 면적(50㎡)의 10분의 1 정도 된다. 지난 2년간 그에겐 그 공간이 사실상 ‘내 집’이었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있던 이 할머니는 나중에 남편이 떠난 뒤 자신도 요양 병원에서 세상을 떠날 각오를 하고 있다. “예전에 백수(白壽)를 누린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아 이 다음에 우리 세대는 요양원에서 죽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친정 언니들과 돌아가며 병시중 드느라 고생했지만 결국 어머니도 막판에는 요양원에서 돌아가셨거든요.”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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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 상위 20%, 4명 중 1명 "맏며느리가 시중 든다"
    하위 20%, 배우자·딸에 의존
    학 졸업하고 서울에서 은행 다니는 장남 대신 초등학교 졸업하고 고향에 남은 차남이 가전제품 가게 하면서 어머니를 모셨다. 
    노모가 아흔을 넘기고 차남 부부도 흰머리가 돋으면서 삶이 버거워졌다. 
    노모는 칠순 전후 무릎이 상해 업거나 부축하지 않으면 집 안을 엉금엉금 기어다니고 화장실 바닥에 용변을 봤다. 
    일흔을 바라보는 차남은 디스크로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됐고 환갑 넘긴 며느리는 고지혈증·고혈압을 앓게 됐다. 결국 차남이 SOS를 쳤다.
    "형님, 한 댓 달만 어머니 좀 모시고 계시면 안 되겠소?""셋째야,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다.""넷째야…." 
    모두 난색을 보였다. 형수와 제수들이 펄쩍 뛴다고 했다.
    충남 아산에 사는 이은규(67)씨는 "아침마다 가슴이 에인다"고 했다. 
    부부는 기어다니는 어머니가 앉아서도 끼니를 드실 수 있게 밥을 차려놓고 각자 일터로 나간다. 
    저녁때, 어머니가 본 대소변을 부부 중에 먼저 본 사람이 치우고 씻겨 드린다. "
    아내는 하늘이 내린 사람이에요. 
    다른 집 봐도 이런 며느리는 이제 없어요."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병시중 풍속을 빠른 속도로 바꿔 놓고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며느리의 병시중을 당연히 여겼다. 
    이제는 그런 집을 찾아보기 힘들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진 게 많을수록 아플 때 며느리가 병시중을 드는 비율이 높아졌다. 
    소득 상위 20%에 드는 노인은 "어르신의 시중을 주로 누가 드느냐"는 질문에 배우자(32.3%)·맏며느리(25.2%)·딸(10.8%) 순으로 답했다.
    반면 하위 20%에 드는 노인은 같은 질문에 "배우자가 든다"(49.7%)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다음이 딸(13.2%)·차남 이하 아들(11.7%)·장남(8.6%)이었다. 
    맏며느리건, 둘째 며느리건 며느리는 그보다 순위가 한참 뒤였다.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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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병원 6인실도 벅찬 서민들… 1년치 병원비 못내고 잠적하기도
    ['延命치료·호스피스' 고민은 사치… 서민의 '마지막 10년'] - 요양병원서 2년째… 말기암 40代 병치레 길어지며 면회도 끊겨… 6인1실 1.3평 좁은 공간에 누워 동료환자 숨지는 것도 지켜봐 - 긴 병에 밀린 병원비 쌓여가고 형편 어려워 못내는 사람들… 자녀간 서로 떠넘기는 경우도, 시신 인수後 종적 감추기도 76세 할아버지가 일반 병동·중환자실 합쳐서 790일간 입원해 있다 숨졌다. 나랏돈·개인돈 합쳐 1억9000만원이 들었다. 마지막 5개월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숨 쉬고 항문으로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5남매 중 장남이 "아버지를 꼭 살리고 싶다"며 직장을 그만뒀다. 의사가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해도 부인이"남편은 꼭 기사회생한다"고 했다. 69세 할머니도 처음엔 신경질을 냈다. 본인이 약사 출신이라 그런지 호스피스에 들어온 뒤 간호사들이 약 줄 때마다"그거 무슨 성분이냐"고 따졌다. 하지만 할머니는 쓴 약을 삼키듯 차차 죽음을 받아들였다. 생일 하루 전날, 할머니 소원대로 딸·손녀·조카가 병동 뜨락에서 피아노·바이올린·색소폰으로 가족 음악회를 열었다. 전날까지 힘이 없어 손도 못 들던 할머니가 이날은 박자에 맞춰 박수도 쳤다. 할머니는 이튿날 잠자듯 별세했다.
    ▲ 마지막 '내 집'… 요양병원 6인실 - 한 해 사망자의 70%가 의료기관에서 사망한다.그중 다시 20%는 요양병원에서 죽는다. 작년 사망자의 40%가 만성기
    질환으로 숨졌다.이들은 요양병원에 수년씩 입원한 뒤 삶을 마감한다.요양병원 입원은 더 이상 남의 일만이 아니다.사진은 경기도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 /채승우 기자

    두 사람은 서울성모병원에서 각각 작년 1월과 올해 7월 대장암으로 숨진 환자다. 병력과 나이가 비슷하지만, 두 가족의 철학은 아주 달랐다. 취재팀은 처음에 두 가지 선택 중 어느 쪽이 더 현명한지 알아보는 게 이번 기획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장을 파헤치다 보니, 더 큰 문제가 발밑에 묻혀 있었다. 수많은 서민에게 더 화급한 문제는 "연명 치료냐, 호스피스냐"가 아니었다. "둘 중 어느 쪽이 좋을지 결정하는 단계까지 도대체 어딜 가야 하루라도 더 오래 1000원이라도 덜 내고 누워 있을 수 있느냐"였다. 대개 해답은 요양병원이었다. 거기선 돈 많이 드는 수술도 항암치료도 하지 않았다.
    ㆍ"88년엔 나도 팔팔했지"
    경기도 포천 A 요양병원.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볼펜으로 끄적거린 낙서가 눈에 띄었다. "88년도. 그땐 나도 88했다." 178㎝에 56㎏, 거무튀튀한 얼굴에 움푹 들어간 두 뺨. 4년 전 직장암 3기 진단을 받기 전까지 골판지 제조업체에 근무했다는 최홍범(가명·48)씨가 무스 바른 머리로 성경을 필사하고 있었다. 부인과 고1·중1 아들이 있지만 병치레가 길어지면서 셋 다 면회가 거의 끊겼다. 가족 말고 그를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이 병원 6인실이 2년째 그의 집이다. 얼마 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그나마 개인 호주머니에서 돈 나갈 일이 없어진 게 큰 다행이다. 그가 "애들 생각하면 몸 추슬러서 더 벌어야 한다"고 했다. 따로 만난 의사가 "딱하지만 그러긴 쉽지 않다"고 했다. "암이 폐로 번졌어요. 반년쯤 남았을까요?"

    최씨는 같은 요양병원 환자들을 '동료'라고 불렀다. 일주일 전 같은 방 동료 중 하나가 숨졌다. 위암 4기 환자였다. 환자 1인당 공간(4.3㎡·1.3평)은 좁다. 잠이 오지 않는 밤 2m 옆 침대에 누운 사람이 흐느낌과 신음의 중간쯤 되는 소리를 내며 뒤척이다가 어둠 속에서 숨지는 걸 볼 때가 있다. 옆 사람이 누운 채로 대소변을 지리는 걸 이쪽도 누운 채로 묵묵히 지켜본다. 최씨는 매끼 막걸리 반병이나 소주 1~2잔을 마셨다. 사흘에 한갑씩 담배도 피웠다. 그는"무섭고 외로울수록, 나 스스로에게 '이 정도 체력이 되는 걸 보면 최홍범, 너 아직 죽을 때 안 됐어' 보여주려고 마신다"고 했다. 병원도 암묵적으로 허락했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밝게 있다 가는 게 낫다는 배려다. 대신 다른 이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정자 앞에 흡연실을 세웠다.
    ㆍ그나마도 감당 못 하는 이들
    서울 강북 B 노인요양병원 원무팀장은"이것도 감당 못 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는 가끔 채권 추심업자가 된 기분이 든다. 병상 100여개 규모 병원인데 병원비 연체 건수가 항상 4~5건이다. 지난달 말로 밀려있는 병원비도 환자 5명분 1200만원이었다. "보호자에게 날마다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하고 여러 달치 밀린 분은 집으로 찾아가보기도 하지만 돈도 못 받고 진만 빠질 때가 많아요." 형편이 어려워 내고 싶어도 못 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족끼리 다투고 안 내는 경우도 많다. "내 몫은 여기 있으니 나머지는 형님과 동생에게 직접 받으라"고 문을 닫는 식이다. 와중에 환자가 별세하면 밀린 돈 받기는 더 힘들어진다. 실제로 최근 이 병원에서 88세 폐렴 환자가 1년간 입원했다가 숨졌다. 총 진료비가 간병비를 포함해 2000여만원 나왔다. 고인이 살아있을 때, 보호자들은 그중 700만원만 냈다. 자녀들이 "장례 치르고 나서 정산하겠다"며 시신을 인수하더니 곧바로 '잠수'를 탔다. 병원 측에서는 6개월간 가족들을 쫓아다니다 민사소송을 냈다. 법원이 "자녀들은 밀린 병원비를 마저 내라"고 판결했다. 병원장이 "자녀들이 여전히 연락이 안 돼 실효성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없었던 건 아닌데 이 가족은 특별히 궁색해보이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 점이 괘씸했지요. 법원에선 '끝까지 돈을 받아내려면 자녀들을 사기죄로 형사 고소하라'고 하는데 그러려면 직원 한 사람이 병원 업무를 밀어두고 매달려야 해요. 고민하다 포기했지요." 일반 병원은 길어야 한두 달 입원한다. 요양병원은 수년씩 시름시름 앓는다. 쪼들리는 집일수록 처음 몇 개월은 급전을 융통해서 해결해도 같은 일이 수십개월 반복되면 누군가 어느 시점에서 두손 두발 들어버렸다.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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