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국인의 마지막 10년

5 보호자, 간병도 좋지만 자기 몸부터 챙겨야…

浮萍草 2014. 6. 5. 06:00
    호스피스 전문가의 조언
    '희망 있다' 거짓말 말고 '곁에 있겠다' 위로를 전성모병원의 이인우 호스피스 팀장과 조문애 호스피스 전문간호사,김양자 무지개호스피스 회장. 말기 환자 돌보는'베테랑'이다.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를 봐 온 세 사람이 보호자와 주위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알려줬다.
    ㆍ보호자가 피해야 할 일 ① 희망이 있다고 거짓말 말자 : 환자가 얼마나 살지 물어볼 때, 많은 보호자가 무작정 피하거나 희망이 있다고 한다. "환자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실은 본인이 두려워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진실을 말해주고 대신 "내가 끝까지 곁에 있어주겠다"는 확신을 주는 게 낫다. ② 본인 몸부터 챙겨라 : 몇 달씩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간병하다가 환자보다 먼저 쓰러져서 정작 임종을 못 지키는 보호자가 간간이 있다. 비행기 사고가 나도 승무원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써야 승객들을 구할 수 있다. ③ 민간요법이 솔깃할수록, 한 발자국 물러서라 : 몇 달 안 남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민간요법에 마음이 솔깃해진다. 자칫하면 아픈 사람을 오만 데로 끌고 다니게 된다. 그게 정말 환자를 위한 일인지, 보호자의 마음의 빚을 덜려는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ㆍ주위에서 삼가야 할 일 ① 쉽게 기적을 말하지 마라 : 근거도 없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더라'는 식으로 기적적인 얘기를 계속하면 환자와 보호자가 죽는 순간까지 '희망 고문'을 당한다. ② 간병 부담은 나눠라 : 보호자의 부담이 어느 선을 넘어서면 결국은 환자를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하게 된다. 주위에서 잘 살펴보고 가족·친척과 간병 부담을 나누거나, 간병인을 쓰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유도해줘야 한다. ③ 보호자에게 이중으로 일 시키지 마라 : 보호자는 환자 간병하면서 손님 접대도 챙겨야 한다. 병문안 갈 때는 따로따로 가지 말고 가능한 한 여럿이 뭉쳐서 가고 뒷정리도 해주고 와라. "○○이 좋다더라" 같은 말도 보호자에게 은근히 부담 준다.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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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末期환자의 마지막 몇 달… 기댈 곳 없는 보호자, 마음에 깊은 병 든다
    [정신과 전문의인 記者, 호스피스서 1주일간 지내보니] - 좋다는 것 다 해보라고? 췌장암 남편 돌보는데 주변에선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루 열댓개 茶 끓여 내기도 -간병은 오로지 '나의 몫' 한달 내내 老母 간병해도 교대해주겠다는 사람 없어 -병문안 손님 뒤치다꺼리까지 친인척들 저마다 따로 방문… 환자 보랴, 손님 맞으랴 부담 -암환자 가족 70%가 우울증상 "힘들지?" 한마디도 도움… 보호자 간병 부담 덜어줘야 "억울해. 무서워." 깡마른 50대 대장암 환자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박종희(가명·52)씨. 바람피운 적 없고 노름한 적 없고 남들 휴가 갈 때 자진해서 근무했다. 간간이 혈변을 봤는데 동네 병원에서는 치질이라고 했다. 종합병원에 갔을 땐 이미 암이 직장까지 퍼져있었다. 그는 요즘 하루 수십번씩 아파트(99㎡)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그때마다 핏덩어리 내장이 쏟아져나올 것 같아 울음 반 신음 반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인 기자가 보기에 그 아파트에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박씨만이 아니었다. 늦은 밤 화장실 밖을 지키는 중년 부인과 고등학생 아들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화장실 안 박씨는 소리를 내고, 화장실 밖 두 사람은 소리를 안 낸 점만 달랐다. 박씨가 비명을 지를 때마다 밖에 선 두 사람의 얼굴에도 순간순간 복잡한 감정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평생 의지해온 아버지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들은 그런 불안감을 티 내지 않으려 했다. 열심히 산 아버지가 인생을 억울해하는 동안 안 아픈 어머니와 아들도 가슴속에 차오르는 뭔가를 저 밑으로 꽉 눌렀다. 그들은 기자가 7일간 대전성모병원에 머무르면서 만난 말기 환자 15명과 그 가족 중 세 사람이다.
    ㆍ보호자가 휘청거린다
    삶의 마지막 10년 중에서도 가장 힘든 시기가 마지막 몇 달이다. 사회복지 시스템이 취약해서 생기는 온갖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아픈 사람과 가장 가까운 사람의 어깨에 온다. 대전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은 19 병상 규모다. 병동과 별도로 말기 환자가 있는 집에 가정 의료팀을 보내준다. 가정의료팀이 한 번에 돌볼 수 있는 말기 환자 숫자는 많아야 5명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아예 안하는 종합병원이 훨씬 더 많다.

    마지막 10년은 때때로 불공평하게 개개인을 덮친다. 호스피스 병동 5층 다섯째 방. 이 방 보호자 이미선(가명·37)씨는 결혼한 지 3년 된 새댁이다. 식 올리고 애 낳고 일 관뒀는데 아이가 두 돌도 되기 전에 남편이 위암 말기가 됐다. 남편 명의 집 한 채가 전 재산이다. 그런 사연을 털어놓다가 미선씨의 목이 멨다. "남편도 불쌍하지만 제 살길도 막막해요. 그러면서도 제 걱정 하는 게 미안하고요." 박정애(가명·57)씨는 같은 층 다른 방에서 췌장암 남편을 떠나보냈다. IMF 외환 위기 때 한참 고생하다가 간신히 재기한 뒤끝이었다. 딸 둘 키우며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부부 사이가 늘 살갑진 않았다. 남편이 앓아눕자 두 딸을 포함해 온갖 사람이 온갖 정보를 박씨에게 가지고 왔다. '새벽 5시에 ○○차를 ○분 동안 끓여서 ○○죽 드리기 ○분 전에 드리라'는 식이었다. 버거웠다. "하루 열댓 가지 차를 시간 맞춰 끓였어요. 딸들은 아빠가 불쌍해서 살리고 싶었겠지요. 하지만 그 일을 실제로 하는 사람은 전부 저예요."
    ㆍ가장 깊은 배신감
    배신감은 인간에게 가장 깊은 자상(刺傷)을 남기는 감정 중 하나다. 마지막 몇 달 동안 가족은 서로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되기도 하고 가장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2008년 국립암센터 조사 결과 암환자 가족 10명 중 7명이 우울증상을 보였다. 주부 정갑순(56)씨는 이 병원 의료팀의 도움을 받아 림프종을 앓는 어머니(91)를 자택에서 돌봤다. 처음엔 일반 병원에 모셨다. 갑순씨가 간병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누구도 교대해줄 생각을 안 했다. 병원비도 갈수록 만만찮았다. 할 수 없이 노모를 집으로 모셔갔다. 그러자 친척들이 문병 오기 시작했다. 그걸 감당하기가 만만찮았다. 좋은 뜻으로 한 번씩 다녀가는데 저마다 따로 오니 차 한 잔씩 대접해도 갑순씨는 커피잔을 열댓 개씩 닦아야 했다. 짬짬이 노모 기저귀도 갈았다. "24시간이 모자랐어요."
    ▲ 지난 9월 4일, 6일 전 어머니를 떠나보낸 정갑순씨가 임종 전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가정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았던 정갑순씨는 매일 아침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본다며‘편안하게 보내드려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대전=신현종 기자

    가족 관계엔 묵은 갈등이 있다. 죽음은 그걸 꺼내보게 만든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그걸 해결하지 않으면 평생 짐으로 남는다는 초조감이 생긴다. 하지만 오판(誤判)이다. 평생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잠깐에 아무렇지도 않아질 리가 없다. 되레 덧난다.
    ㆍ보호자도 함께 보호하는 나라로
    사실 속 시원히 얘기만 해도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런 걸 '환기(換氣·ventilation)'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환풍기를 돌리듯, 마음 속에 쌓인 감정을 날려 버린다는 뜻이다. 동력은 역시 '공감'이다. 주위에서 "힘들지?"라고 한 번씩만 말해줘도 도움이 된다. 아픈 사람 돌보느라 버거워한다고 못된 사람일 리 없다. 그걸 알고 위로해주면, 보호자의 가슴이 가벼워진다. 이런 경우 '프로작' 같은 세로토닌계 항우울제를 처방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기분만 나아진다. 하지만 옆에서 누군가 진심으로 공감해주면 마음깊은 곳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 그 자체가 날아가 버린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암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성인 남녀 1000명에게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간병 품앗이'였다(88.3%·2012년 윤영호 서울대 교수팀 조사). 림프종을 앓는 노모를 돌본 갑순씨는 불현듯 병문안 오는 친척들이 미워졌을 때 '내가 정상이 아니구나'싶어 대전성모병원에 도움을 청했다. 부담이 줄자,'혼자 있을 때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나' 싶던 불안감도 엷어져 갔다. 딸의 얼굴이 밝아지자, 앓아누운 노모도 표정이 달라졌다. 똑같은 헛소리라도 전에는"괴물 나온다"고 횡설수설했는데, 이제는"꽃 든 사람들이 노래하고 잔치한다"고 했다. 딸은 찡했다. "우리 엄마가 좋은 데로 갈 준비를 하는구나 싶었어요." 노모가 별세한 뒤 갑순씨는 마지막으로 찍은 가족사진을 안방에 놓고 매일같이 만져본다.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따로 나와 살아서 엄마가 누군지 잘 몰랐어요. 마지막 3개월 동안 엄마를 알게 됐어요. 누군가를 잘 보내면 남은 사람도 온전해져요. 살아계실 땐 말 못했지만 지금은 사진 보고 매일 말해요. '엄마, 길러줘서 고마워.'"
    Premium Chosun         나해란 TV조선 의학전문기자 doctor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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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여 생명 10週 판정은 비교적 정확… 
    무리한 癌치료 의미 없어"
    ▲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
    존의 암 치료에서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언제까지 새로운 암 치료를 시도해야 할지,아니면 이제는 치료를 포기하고 삶을 정리해야 할지 이는 모든 말기 암 환자와 가족의 고민이다.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자니 뭔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느껴지고 계속하자니 괜히 무리한 시도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나름대로 비교적 확실한 의학적 기준이 있다. 수술이나 항암제 방사선치료 등 여러 암 치료를 시도하고 나서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신 쇠약이 오고 건강지표가 급속히 악화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비교적 정확히 예측된다. 대략 잔여 생명이 10주가 남는 시점이다. 흔히들 시한부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기존 암 치료 실패 후 사망 시기까지의 전체 평균 기간이다. 따라서 시한부 6개월이라는 말을 들어도 어떤 사람은 1년 넘게 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3개월 만에 사망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치료를 각자 의지에 따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잔여 생명이 10주가 남는 것으로 판정되는 시기는 암 치료를 해도 부작용에 시달리고 효과도 못 보게 된다. 일종의 임종 준비 단계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사진> 교수는"시한부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잔여 생명 10주 예측은 비교적 정확하다"며 "그 시기 에는 암 치료에 매달리지 말고 암 환자가 아닌 삶의 주인공으로서 인생을 정리하고 마무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Premium Chosun         김철중 의학 전문기자 의사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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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도 보호자도 '연명치료 딜레마'
    [노인 91%, 인공호흡기 원치 않지만… 암환자(서울대병원서 암으로 숨진 환자) 되면 절반이 연명치료] 의사 82%·중년 96% "난 편히 가고 싶다"면서도 자신의 환자·부모의 경우엔 상당수가 "연명 치료" "끝없이 일해 가난 이긴 한국인… 죽음도 끝까지 극복하려 해 그러다 환자가 죽으면 책임질 누군가를 찾기 때문에 연명치료 중단 말 못하는 것" 환자 위해 연명치료하기보다 가족의 위안 위해 하는 경향 "사나흘이면 숨이 멎을 말기 암 환자가 심폐소생술 받다가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상했습니다. 기관 삽관하느라 앞니까지 부러졌고요. 79세 위암 환자가'무조건 최신 항암요법 다 해달라'는 딸 앞에서 아무 말 못하고 앉아 있다가 의사가 '너무 힘들어서 저라면 안 하겠다'고 하니까 '그렇지요, 선생님?' 하고 좋아한 적도 있습니다. 이게 다 수명은 길어지는데 연명 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어서 벌어지는 가슴 아픈 장면입니다." (정현채 서울대 의대 교수·소화기 내과) 많은 한국인에게 인생 마지막 10년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오래 살고 오래 앓긴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그들과 달리 마지막 10년을 어떻게 보낼지 툭 터놓고 정리하는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취재팀이 서울대 의대 교수 166명 노인 500명 40~50대 500명 등 총 1166명에게"당신이 치명적인 병으로 반년 안에 사망할 게 확실하다면 어떻게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팀과 미디어리서치가 공동 진행한 이 조사에서 서울대 교수,노인,중·장년 모두 압도적 다수가"무의미한 연명 치료 없이 편안하게 가고 싶다" 고 했다(서울대 교수 82.3%, 노인 91.4%, 중·장년 96.1%). 그러면서도 "부모나 환자가 같은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면 상당수가 입장이 달라졌다. 자기는 "편안히 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여덟 명 중 한 명꼴로 "부모와 환자는 연명 치료를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 의사와 보호자들은 본인이 위독할 경우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환자나 자신의 부모에 대해선 반대로 답한 경우가 많았다.사진은 서울 보라매병원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의식을 잃은 채 약물을 투여받고 있는 모습. /오종찬 기자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사람을 살리지도 못하면서 진만 빠지게 하는 연명 치료는 무의미하다'는 공감대였다. 조사에 응한 서울대 의대 교수 열 명 중 여덟 명이"내가 말기 환자가 되면 수술·항암치료·인공호흡기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피하고 호스피스(완화 의료)를 택하고 싶다" 고 했다(82.3%). 노인들은 열 명 중 아홉 명이"위독해지면 인공호흡기 없이 편히 가고 싶다"고 했다(91.4%).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사람(4.5%)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다"는 사람(3.1%)은 열 명에 한 명이 채 안 됐다. 중·장년은 절대다수가 "편히 가고 싶다"고 했다(96.1%). 그런데도 왜 집집마다 마지막 10년 중 마지막 몇달 간의 간병 부담과 의료비 부담을 둘러싸고 전쟁 같은 갈등이 불거지는 것일까. 연명치료 딜레마가 벌어지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특유의 가족 문화를 꼽았다. "한국인은 '끝없이 일해 가난을 극복했듯이 죽음도 같은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해요. 노력해도 환자가 죽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대신 죽음에 책임질 누군가를 찾아요. '의사가 잘못해서…' '형님이 간병을 게을리해서….'"(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종양내과) "그래서 때론 연명치료가 환자를 위한 최선책이라기보다 남은 사람들을 위한 최선책이 될 때가 많아요.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자기 위안이지요."(하종원 교수·이식혈관외과)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취재팀이 의사들과 중·장년에게 "본인 말고 환자와 부모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상당수가 입장을 바꿨다. "나 자신은 연명 치료를 받기 싫지만 내 부모나 내 환자는 연명 치료를 받게 하겠다"는 식이었다. 의사들은 위독한 사람이 본인일 때는 열 명 중 여덟 명이"적극적인 치료보다 호스피스가 낫다"고 했지만(82.3%) 대상자가 환자일 때는 열 명 중 일곱 명만 같은 대답을 했다(70.5%). 중·장년 역시 위독한 사람이 본인일 때는"편히 가는 게 낫다"고 당당하게 말했지만(96.1%) 부모가 같은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겠다는 사람이 줄어들었다(79.8%). 자기 일일 때는"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는 사람이 극소수였지만(1.6%) 부모님 일이 되면 "하루라도 더 사시게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14.6%). 요컨대 중·장년이건 의사건 여덟 명 중 한 명꼴로 '나라면 안 할 선택'을 부모와 환자에겐 권하고 있었다.
    꼭 급성 질병만 이런 딜레마를 겪는 게 아니다. 가령 치매 초기 노인의 여명은 10~12년이다. 정신이 또렷할 때 마지막 10년을 보낼'최선의 방법'을 마련하고, 믿을 수 있는 후견인·간병인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우선 그럴 여력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고 여력이 있는 사람도 경황이 없어 때를 놓친다. 아플 때 어떻게 대처할지 서로 얘기를 못해 온 가족이 멍든다. 경기도 분당의 대형 아파트(198㎡·60평)에 혼자 살던 70대 치매 할머니가 산책 갔다 돌아와서 깜짝 놀랐다. 아파트 앞에 이삿짐 차가 두 대였다. 큰 차는 다른 가족 이삿짐을 들여오는 차 작은 차는 할머니 짐을 들어내는 차였다. 이사 회사 직원이 말했다. "아드님이 아파트를 팔았어요. 할머니는 더 아늑한 집으로 모셔 가래요." 직원이 할머니를 수원 소형 아파트(50㎡·15평)에 내려줬다. 외아들은 바쁘다며 오지 않았다.
    반년 뒤 몰라보게 추레해진 할머니가 분당 서울대병원에 왔다. 할머니가 낯선 동네에서 불안하게 서성거리는 걸 보고 이웃 아주머니가 "전에 다니던 병원이 어디냐?"고 물어 모시고 온 것이다. 이후에도 매달 할머니를 모셔오는 건 사람 좋은 그 아주머니지 할머니 인감으로 전 재산을 틀어쥔 외아들이 아니었다. 온 김에 여러 달치 처방을 받아가면 좋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다. 아들은 한 달 먹을 약값과 끼니 이을 돈만 간당간당 부쳤다. 할머니는 몇번 오다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제가 본 최악의 마지막 10년이고 가장 가슴 아픈 환자였어요. 청상과부로 억척스럽게 재산을 모은 분이었어요."(김기웅 교수·치매 전문가) 정현채 교수(소화기내과)는"마지막 10년과 마지막 몇 달을 다 같이 잘 보내려면 노인·환자·의사가 의사소통이 잘 돼야 하는데 우린 그것부터 잘 안 된다"고 했다. 68세 환자가 '식후에 자꾸 더부룩하다'고 찾아왔다. 이미 암이 온몸에 퍼져 있었다. 가족이 "아버지한텐 비밀"이라고 했다. 환자는 수술 잘됐다는 말만 믿고 집에 돌아갔다가 갑자기 중환자실에 실려와 인공호흡기를 꽂은 채 의식 없이 삶을 잇다 숨졌다. "옳지 않아도 따라가게 되는 게 관행이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가 마지막 10년과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을지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숙고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함봉진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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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의 딜레마] 의사들이 원한 마지막 조치는 통증 조절과 영양 공급뿐
    의사 67% "나라면 임종 때 집·호스피스 택한다"면서 절반 이상이 "그래도 환자에게 내 생각 솔직히 말 못해"
    는 것이 최선책이다. 하지만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면 차선책(次善策)은 도대체 뭘까? 2012년 한 해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암으로 숨진 사람은 총 206명이다. 이 중 호스피스에 간 사람은 절반이 채 안 됐다(206명 중 77명·37.4%). 절반 가까운 사람이 인위적으로 혈압을 올리'승압제'를 쓰고(89명·43.2%), 10명 중 1명꼴로 혈액 투석 (17명·8.3%)과 심폐소생술(18명·8.7%)을 받았다. 이런 현실에 대해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서울대 의대 교수 166명에게 걷은 질문지를 분석하면서 취재팀이 가장 놀란 대목이 바로 한국 의료 환경에 대해 그들이 내린 혹독한 평가였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다 편안하게 임종하는 사회를 100점, 모두가 불행하게 살다 괴롭게 임종하는 사회를 0점이라고 할 때, 우리나라는 몇 점일까?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39.9점'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완화 의료 인프라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을까? '충분하다'고 대답한 교수는 딱 2%였다.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고참 교수일수록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당신은 이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알릴 때 받는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 교수들은 100점 만점 척도에 '70.1점'을 매겼다. 고참 교수일수록 스트레스가 심했다. 서울대병원은 아시아 최고의 병원 중 하나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낸다. 하지만 '나도 나중에 병원에서 죽고 싶다'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15%). 대다수가 병원 대신 집(30%)이나 완화 의료 시설(37%)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고 싶어 했다. 자신이 말기 환자가 됐을 때 혈액 투석이나 심폐소생술을 받겠다고 응답한 의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교수들이 '나도 받겠다'고 응답한 조치는 통증 조절과 영양 공급, 물 공급뿐이었다.
    그렇다면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이런 생각을 환자들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을까? "말기 환자 대부분(10명 중 7~8명 이상)에게 내 생각을 솔직하게 권하고 있다"는 사람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46%). 나머지는 "환자들 절반 정도에게만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한다"(22%), "환자 10명 중 2~3명에게만 그렇게 한다"(9%),"내 생각을 솔직하게 권할 수 없는 환자가 대부분"(12%)이라고 했다.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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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은 집이나 병원서 돌아가시면 좋겠다"면서도 
    "나는 병원보다는 집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고 싶어"
    중·장년 세대의 딜레마 지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노인 500명(65세 이상) 중·장년 500명(40~59세)을 조사한 결과 세대에 따라 '마지막 10년'에 대한 바람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우선 노인들은 인생의 마지막 10년 동안 자녀와 따로 자기 집에 살면서(53.9%) 자녀와 한 달에 한두 번(34.6%) 또는 매주 한두 번(24.0%) 만나다가 한 달쯤 앓고 나서(70.5%) 연명 치료 없이 편안하게 임종하고 싶다고 했다(91.4%). 대다수가 병원이 아닌 지금 사는 집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길 바랐다(65.8%). 중·장년 자식 세대는 생각이 좀 더 복잡했다. 나중에 자기 부모님이 나이 들면 마지막 10년 동안 한 달에 한두 번(34.4%) 또는 매주 한두 번(15.4%) 만나다, 집(44.6%)이나 병원(33.5%)에서 돌아가시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이 나이 들면 마지막 10년 동안 한 달에 한두 번 만나건(42.2%)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건(22.0%) 지금 자신이 부모님과 만나는 것보다 더 자주 자신의 자녀를 만나다가 병원(25.0%)보다는 집(61.2%)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고 싶다고 했다. 노인들과 중·장년이 죽음에 대해 가장 생각이 엇갈리는 질문은'연명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면 왜 그런가?'였다. 노인과 중·장년 모두 자신이 말기 환자가 되면 편안히 가고 싶다고 했지만 속내는 달랐다. 지금 노인들은 연명치료가 싫은 이유를 '남은 가족에게 부담이 될까 봐 싫다'(47.7%),'치료 과정에서 고통 받는 게 싫다'(25.6%), '남은 시간을 뜻깊게 보내고 싶어서 싫다'(22.3%) 순으로 댔다. 반면 지금 중·장년은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 이유로'남은 시간을 뜻깊게 보내고 싶어서 싫다'고 답한 사람이 노인들보다 훨씬 많았고(58.9%) 그다음이 '남은 가족 에게 부담이 될까 봐 싫다'(24.2%) '치료 과정에서 고통 받는 게 싫다'(16.1%) 순이었다.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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