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국인의 마지막 10년

3 빈곤 부르는 '인생 10계단'

浮萍草 2014. 6. 3. 06:00
    2030세대, 마지막 10년은 赤字…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노후 보낼 것"
    ① 1920~39년생 - 준비도 안했는데 100세 시대 "얼마나 더 살지 몰라 더 막막" ② 1940~54년생 - '마지막 10년' 1억원 黑字세대, 그래도 병들어 큰돈 들까 걱정 ③ 1955~69년생 - 현재 소비수준 계속 유지하면 국민연금 있어도 40%가 파산 ④ 1970~83년생 - 육아·부모님 용돈·대출이자 "노후대비 하라는데 돈이 없어" ⑤ 1984~93년생 - 평생 14억 벌지만 쓸 돈 더 많아… 평균 2억원씩 빚지는 末年
    ㆍ① 우리 나이 일흔다섯 이상(1920~ 39년생)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 1925년생 신윤호(88)씨는 젊었을 때 광주광역시에서 장사해서'유지'소리 들었다. 이젠 옛날 일이다. 아내와 사별하고 소형 아파트에서 월 50만~60만원으로 혼자 산 지 8년째다. 노후 대비용으로 구입한 시장통 상가 건물이 대형 마트에 밀려'똥값'이 됐다. 그걸 팔아서 막내아들 사업자금 대주고 나니 아파트 전세금 포함해 수천만원 남았다.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게 제일 막막하네." 신씨 세대는 일제강점기 태어나 8·15, 6·25, 4·19, 5·16을 잇달아 겪었다. 고도성장이 시작됐을 때 이미 장년이었다. 수명 연장은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이다. 1925년생 신씨가 45세 되던 해(1970년) 한국 남성의 기대 수명은 58.7세에 불과했다. 지금은 77.6세다. 국가도 개인도 준비가 없었다. 집 한 채 있는 것도 이렇게 오래 살 줄 모르고 자녀에게 미리 증여해버린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도 가입 대상이 아니었다. 이들의 평균 자산은 1억9000만원. 그중 금융자산은 1423만원뿐이다. 하지만 아직 살날이 길고, 필요한 돈도 많다. 가령 신씨 같은 1925년생의 기대 수명은 93.5세다. 5년 반 더 살면서 월 75만원씩 생활비로 쓰려면 4950만원이 필요하다. 병원비 부담은 별도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씨 또래는 앞으로 사망할 때까지 남자는 3644만원 여자는 3126만원을 더 쓴다.
    ▲ 그래픽=유재일·김성규 기자

    ㆍ② 어려서 6·25 겪은 베이비붐 이전 세대(1940~54년생), "불안하지만 우린 그나마 낫다"
    전북 전주에 사는 김용환(68)씨 부부는 얼마 전 교외에 1억5000만원짜리 전원주택을 장만했다. 지난 10년간 손자 둘을 돌보느라 전원생활은 엄두도 못 냈지만 이제는 애들도 컸으니 텃밭이나 가꾸며 살아볼까 생각 중이다. 그는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다 조그맣게 자영업을 했고 지금은 국민연금,예금 이자,자녀들이 주는 용돈을 합쳐 월 100만원쯤 안정적인 수입이 있다. 최대한 절약해서 20만~30만원씩 저축도 하고 있다. "아직 건강한 편이지만, 다들 오래 산다니까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요. 언제 병 들어서 큰돈 들지 모르잖아요." 김씨 세대는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일 때 태어나 2만달러가 되는 것까지 봤다. 한참 일할 때(1980~90년대) 두 자릿수 임금 인상과 주식·부동산 가격 폭등을 경험했다. 실물·금융자산을 합쳐 평균 3억원쯤 가지고 있고, 일할 능력도 있다. 김씨 또래 남성은 평생 1억원을 더 벌 수 있다. 목돈 들 일을 거의 끝낸 것도 큰 행운이다. 자녀들을 대부분 결혼시켰고 노부모 봉양도 마친 사람이 많다. 마지막 10년까지 비교적 넉넉하게 버티면서 본인의 의료비를 감당해도 평균 1억6230만원 정도'흑자'를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ㆍ③ 베이비부머와 386세대(1955~69년생) "많이 벌지만, 쓸 일도 많다"
    베이비부머와 386세대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우리 사회의 등뼈다. 우선 인구수(1214만명)가 엄청나다. 한국인 네 명 중 한 명(24.2%)이 이 세대에 속한다. 현재 평균 자산은 2억9449만원. 남은 평생 더 벌 수 있는 돈도 5억8000만원이나 된다. 대부분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고 연금 수령액도 이후 세대보다 많은 편이다. 하지만 아직 돈 쓸 데가 한참 남았다. 씀씀이도 큰 편이다. 베이비부머가 현재의 소비수준(연 3400만원)을 유지하면 국민연금이 있어도 열 명 중 네 명은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KDB산업은행 전망). 조기 퇴직 위험을 견디고 인생 2막을 시작해야 할뿐더러 자녀도 결혼시켜야 한다. 특히 노부모 봉양이 문제다. 이들의 부모는 노후 준비가 안 된 일흔다섯 이상 어르신(1920~39년생)이 많다. 노부모 한 명을 10년간 부양할 경우 생활비·의료비로 1억2000만원이 든다.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지금 많이 벌어도 나중에 부모 세대 못지않게 마지막 10년을 가난하게 보낼 수 있다.
    ㆍ④ IMF세대(1970~83년생)와 88만원 세대(1984~93년생) "우리에게도 기회가 오긴 할까"
    13년차 회사원 정종수(41)씨는 요즘 전셋값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지금 사는 경기도 분당 아파트를 내년 초에 재계약해야 하는데 전셋값이 2년 새 5000만원 올랐다. 통장 잔액이 거의 없어 또다시 대출에 의지해야 하는데 맞벌이하는 아내와 둘이 합쳐 1억 가까이 벌어도 육아 비용 부모님 용돈,대출 이자,여행 비용 내고 나면 전셋값 말고 돈 모일 새가 없다. "쓸 데는 많고 금리는 낮고… 기회가 없는 세대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정씨 세대는 IMF 외환 위기 전후에 취직해 IT 거품,글로벌 금융 위기를 잇달아 겪었다. 부동산 거품이 극에 달했을 때 상투를 잡았고 지금은 전셋값이 올라 고통스러워한다. 예금·주식·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불릴 기회가 없었다. 현재 가진 돈은 평균 1억8034만원. 앞으로 평생 더 벌 수 있는 돈이 11억4854만원인데 위 세대처럼 투자로 불려서 버는 돈이 아니라 일해서 버는 돈이다. 그다음이 88만원 세대(1984~93년생)다. 어느 세대보다 풍족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마지막 10년은 지금 노인들보다 더 곤궁하게 보낼 가능성이 있다. 고도성장 시대에 성장해 저성장 시대에 어른이 됐고 고질적인 취업난을 겪고 있다. 더구나 연금 탈 나이가 될 때, 국민연금이 고갈된다(2060년) 평생 평균 14억원을 벌 텐데 먹고 입고 돌아다니는 기본 생활비로만 12억원이 든다. 위세대처럼 인생 고비마다'남들처럼' 과잉투자하고 부실하게 수확하는 행태를 반복한다면(6억원 이상 소요) 남는 게 없는 정도가 아니라 평균 2억원씩 빚을 지고 세상을 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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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팀장=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 최규민 기자 / 박국희 기자 / 김정환 기자 / 문현웅 기자 / 런던=김미리 기자 |/ 타이페이=박순찬 기자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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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10년' 貧困(빈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심해진다
    20代가 윗세대처럼 살아간다면 末年 평균 2억씩 빚더미
    는 비 내리던 8월 밤 울산 모 아파트 13층에서 40대 가장이 자살 소동을 벌였다. 일하다 다쳐 몇 달째 쉬고 있는 박경수(가명·41)씨가"여든 노모의 암 치료비 250만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면서 소주를 마시고 112에 전화를 걸었다. 자살 소동 얼마 전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위암 진단을 받은 노모는 암세포가 간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박씨는 노모에게 "지금 먹는 항암제가 안 들으면 다른 약으로 바꿔줄 테니 마음 약하게 먹지 말고 오래오래 살다가 같이 가이소"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그 약값을 어떻게 감당하나 싶어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오래 살고 오래 앓게 됐으니 생활비도 병원비도 더 필요한데 우리나라 노인들은 이미 벼랑 끝이다. 다섯 집 중 세 집이 가진 자산을 다 털어도'최소한의 생활비'를 조달하지 못한다(245만 노인 가구 중 151만가구·LG 경제연구원). 그래서 노인 세 명 중 한 명이 돈벌이를 한다(65세 이상 경제활동 참가율 29.5%). 같은 나이 OECD 평균(12.7%)보다 훨씬 더 많다. 한평생 개미처럼 일하는 한국인들이 왜 이렇게 대거 절벽 끝에 매달려 있을까? 본지 취재팀이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의뢰해 한국인의 인생행로를 분석해보니 열심히 살아도 인생 마지막 10년을 가난하게 보내게 만드는'내리막 계단 10개'가 있었다〈표 참조>. 사람이라면 누구나 밟는 단계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단계마다 개인이 쏟아부어야 할 돈이 자꾸만 늘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노인들부터 88만원 세대까지 총 다섯 세대로 나눠보니 세대가 내려갈수록 마지막 10년을 가난하게 보낼 가능성이 되레 높았다. 성장이 둔해지면서 국민 개개인이 10계단을 밟을 때 받는 충격이 점점 심해지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단계에서 갈수록 더 많이 쏟아붓고 더 적게 거두는 현상이 벌어졌어요.
    와중에 수명은 계속 늘어났고요. 그런데도 국민 대다수가'남들처럼' 사느라 돈 모아야 할 때를 잇따라 놓쳤어요."(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실장) 윗세대처럼 살 경우 지금 20대는 뭔가 남기긴커녕 평균 2억원 빚을 지고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30대와 40대 초반도 1000만원 가까이 빚을 남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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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게 적은 노인, 자식 얼굴 보는 횟수도 적어
    부모의 소득 1% 높아질수록 자식 週1회 만날 가능성 2배 국 노인들은 가진 게 적을수록 자녀와 만나는 횟수도 적다.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서 소득 상위 20% 노인들은 열 명 중 네 명(38.0%)이 따로 사는 자녀 중 가장 친한 자식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얼굴을 봤다. 하위 20% 노인들은 자식을 그만큼 자주 본다는 응답이 훨씬 적었다(28.0%). 또 상위 20% 노인들은 다섯 명 중 한 명(19.5%)이 따로 사는 손주들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났다. 반면 하위 20% 노인 중에는 손주를 일주일에 한 번 만난다는 응답이 그 반도 안 됐다(8.5%). 다른 나라도 가족관계와 재산이 이런 식으로 연결될까? 2007년 고(故) 정재기 숭실대 교수가 미국·영국·일본·한국 등 OECD 15개국 3만4544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니 부모의 재산에 따라 자식과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다. 한국은 부모 소득이 1% 높아질수록 따로 사는 자식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얼굴 보고 만날 가능성이 2배 커졌다. 나머지 14개국은 부모의 소득과 만나는 횟수가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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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50代, 老부모·백수 자식 업고 가다 본인 末年엔 미끄러질 판
    [빈곤 부르는 '인생 10계단'] ① 등록금 치솟고 ② 취업 늦는데 - 사립대 4년 등록금 3100만원, 대졸 신입 평균연령 서른 육박 ③ 자녀 교육비 오르고 - 초등학교~대학까지 1억원 ④ 내집 마련은 멀고 - 월세·利子로 3200만원 허공에 ⑤ 살 만하면 퇴직 압박 - 직장인 실제 퇴직 연령 53세 ⑥ 창업하자니 겁나는데 - 자영업 58% 月100만원 못벌어 ⑦ 자식 결혼 ⑧ 노부모 부양 부담 - 자녀 결혼식·집 구하는 데 2억, 부모1명 10년 모시면 7200만원 ⑨ 이젠 내가 아픈데 - 1인당 병원비·약값 1억 들어 ⑩ 어느덧 현실이 된 100세 시대 - 오래 사는 만큼 오래 앓아 '버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사회.' 한평생 개미처럼 일한 한국인들이 마지막 10년을 가난하게 보내도록 만드는 핵심 이유다(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실장). 인생 10단계<그래픽 참조> 그 자체는 세계 어디나 보편적이지만 한국서는 유독 단계마다 개인이 쏟아부어야 할 돈이 계속해서 늘어 왔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취재팀과 함께 분석한'가난으로 가는 10개의 계단'을 보면 우리 사회 구조와 생활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훤히 보인다. 개인의 선택이나 능력으로 이 계단을 덜 힘들게 내려가든가 사회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국민이 마지막 10년을 비참하게 보내는 암울한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다.
    ◇ 첫 계단 : 너무 비싸게 너무 많이 배운다(20~29세). 스무 살이 되는 순간 맞닥뜨리는 게 높은 등록금이다. 2013년 현재 국공립대는 평균 407만원, 사립대는 735만원이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 4년 안에 졸업하면 각각 1700만원 3100만원이 든다. 사립대 등록금은 2000년 이후 10년간 82 올랐지만 같은 기간 대졸자 연봉은 기업 규모와 고용 조건에 따라 제자리걸음이거나 되레 뒷걸음질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 진학률은 68%에서 79%로 계속 늘었다(한국교육개발원). ◇두 번째 계단 : 너무 늦게 월급 탄다(25~32세). 취업이 1년 늦어질 때마다 3400만원씩 손해 보는 셈인데 대학 졸업하고 3개월 이내에 취업하는 사람은 51%에 불과하다. 졸업 후 1년이 지나도 취업 못 하는 사람이 26%로, 졸업에서 첫 취업까지 평균 11개월 걸린다. 한쪽에선 스펙 쌓느라 다른 한쪽에선 학자금 아르바이트하느라 취업 연령은 자꾸 고령화되고 있다(1998년 26세→2008년 29세·인크루트). ◇세 번째~여섯 번째 계단 : 어렵게 대학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해 결혼까지 골인해도 그때부터 본격적인 지뢰밭이 펼쳐진다. 우선 교육비·주거비 때문에 저축을 못 한다(30~60세). 자녀 한 명을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졸업시킬 때까지 공교육비와 사교육비를 합쳐 1억원 정도가 든다. 내집을 마련하고 대출금까지 완전히 갚을 때까지 월세·대출 이자 등 허공으로 날아가는 부대비용만 평균 3200만원이 든다. 집값 원금이나 전세 보증금처럼'남는 돈'빼고 그냥 허공에 없어져 버리는 액수만 따졌을 때 그렇다. 예전엔 집값이 올라 이런 비용이 보전됐지만 지금은 고스란히 '마이너스'다. 자녀는 한창 학교 다니고 아파트 대출금은 아직 다 못 갚은 50대 중반쯤 조기 퇴직 위험이 온다(50~60세).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올해 통과됐지만 임금 근로자의 실제 퇴직 연령은 평균 53세다(2012년 통계청 조사). 58세가 정년인 직장에서 53세에 그만둘 경우 다른 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한다고 해도 원래 직장에 그냥 살아남은 사람들보다 1억6000만원 손해다. 재취업을 못하고 창업하지만 자영업자 720만명 중 58%가 월 100만원도 못 벌고, 절반이 창업 3년 내에 망한다(55~65세). ◇일곱 번째~여덟 번째 계단 : 노부모와 다 큰 자식을 한꺼번에 업고 가야 한다(60~75세). 신혼부부 한 쌍이 결혼식 올리고 신혼집 구하는 데 평균 2억2998만원 든다(2013년 한국소비자원 조사). 10년 새 2.5배 불어난 액수인데 주위를 둘러보면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았다"는 젊은이를 갈수록 찾기 힘들다. 동시에 노부모도 돌봐야 한다. 연금 등 노후 대비가 취약한 현재의 노인 세대는 자식에게 전적으로 의지한다. 부모 중 한 분을 10년간 모신다고 가정하면 기본적인 생활비로 7200만원 정도가 든다. ◇아홉 번째~열 번째 계단 : 부모를 떠나보내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자기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70~85세).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건강보험 급여 빼고 순수하게 자기 호주머니에서 병원비와 약값으로 나가는 돈이 남자는 평생 9589만원 여자는 1억1430만원이다. 그중 절반이 65세 넘기고 쓰는 돈이다. 생각보다 오래 살고 생각보다 오래 앓는 패턴이 굳어지면서 장수(長壽)가 축복보다 부담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그다음이다(85~100세). 자기 또래 기대 수명보다 10년 더 살면 한 달에 60만원씩 써도 7200만원이 든다. 아직 내려가야 할 계단이 까마득한 20~30대에 비하면 인생 대부분의 고비를 넘은 노년층은 오히려 사정이 낫다. 현재의 소득·지출 구조로 볼 때 노년층이 20~30대에 비해 더 부유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1980~90년대 고도 성장기를 경험한 세대는 두 자릿수 임금 인상과 주식·부동산 가격 상승 덕분에 재산을 불릴 기회가 있었다. 그때 고생해서 나라 경제가 일어선 덕분에 나라 전체가 잘살게 됐지만 한편으론 그때 자리 잡은 고비용 사회구조 때문에 젊은 세대의 앞날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가 1920~39년생에게] 자식에게 재산 미리 물려주지 말라
    집이나 농지가 있으면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주택연금·농지연금을 활용해야 한다. 자식과 솔직하게“나중에 물려줄 테니 생활비·의료비를 대겠느냐 아니면 주택연금·농지연금으로 해결하는 게 좋겠냐”고 대화해봐야 한다. 최근 고령의 재산가가“자식이 잘 모시겠다고 해서 미리 물려줬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서 재산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졌다. 절대로 미리 증여하지 말아야 한다. 현금 수입이 필요하다며 상가 등에 투자하려는 노인이 간혹 있다. 확실한 경우가 아니라면 안 하는 게 낫다. 괜히 현금도 안 들어오고 돈만 묶이기 쉽다. 농촌 노인은 낯선 사람의 친절한 전화를 경계해야 한다. 금융 사기가 고단수다. 건강할 때 미리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등 연명치료를 원하는지 밝혀둬야 자식들이 고통받지 않는다. [전문가가 1940~54년생에게] 국민연금 당겨 쓰면 1억2000만원 손해
    아직 퇴직하지 않았을 경우 퇴직금을 보는 순간 ‘내 돈이 아니다’ 생각하고 연금으로 돌려야 한다. 부모한테 종신연금이 나오면 자식들이 “오래 살라”고 한다. 그렇다고 가진 돈을 몽땅 연금에 넣으면 연금 수익성이 떨어져 손해를 보거나 급전이 필요해 쩔쩔매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어떤 경우건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황금비율’인 자기 자산의 24~42%를 종신연금에 묶어두는 것이다. 재취업할 때 전직·직급·체면 따지지 말아야 한다. 생활비가 달린다고 국민연금을 당겨 받으면 꾹 참은 사람보다 최고 1억2000만원 손해다. 창업할 사람은 자기가 눈여겨본 직종에서 최소 1~2년간 최저임금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해 보길 권한다. 마음이 위축되면 될 일도 안 된다. 은퇴자는 실업자가 아니다. 열심히 살았으니 쓰고, 놀고, 베풀면 된다. [전문가가 1955~69년생에게] 자녀 조기 유학 보낼 돈, 자신에게 써라
    40대 중반~50대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와 386세대는 지금 당장은 가장 여유 있는 세대다. 기업에서는 부장 혹은 임원의 위치에 올라 월급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만큼 쓰는 것도 많다. 지금 노인들은 한 달에 40만~50만원 가지고도 사는 법을 안다. 은퇴한 뒤 자신도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자문해 보라. 조기 유학도 독일·프랑스 등 희소성도 있고 비용도 적은 곳이 아니라면 이젠 피해야 한다. 오래 벌어야 하니, 자녀의 스펙보다 자신에게 투자하라. 씀씀이를 크게 줄일 수 없다면 계속 버는 수밖에 없다. 아내도 취업 전선에 나가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돈을 벌고 있는 지금이 마지막 10년을 준비할 마지막 기회다. 지금의 40~50대에게 귀농·귀촌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5억원 집을 팔아서 시골로 내려가면 2억원으로 집 사고 나머지를 은행에 묻어둘 수 있다. [전문가가 1970~93년생에게] 유능할수록 직장 옮기는 시대… '러브콜' 올 때 떠나라
    부모 세대까지는 평생 한 직장 다니는 게 미덕일지 몰라도 IMF 전후에 취업한 세대와 88만원 세대부터는 유능한 사람일수록 헤드헌터의 ‘헌팅’ 대상이 된다. 심하게 말하면 위 세대는 A급이 직장에 남았지만 이들부턴 B급이 남는다. 위 세대에겐 “재취업할 때 눈높이를 낮추라”고 권했다. 하지만 이들에겐 “아직은 절대 내려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오래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세대의 최대 문제점은 대부분 맞벌이를 많이 해서 씀씀이가 크다는 점이다. 금리가 낮아 저축해도 불리는 재미가 없다. 그러다 보니 버는 족족 쓰고, 빚 무서운 줄 모른다. 돈 남아 저축하는 사람이 어딨나? 저축부터 하고, 아껴서 써야 한다. 100세까지 산다면 도대체 몇십억을 모아야 하나? 어차피 돈 모아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차라리 퇴직 전 3년 동안 1억원을 자신한테 투자하라. 매달 30만~50만원씩 들여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고 거기서 월 100만~150만원씩 꾸준히 수입을 올려라. 혹은 좋아하는 취미를 찾아서 10년 정도 긴 안목을 가지고 시간을 투입하라. 길고양이 사진도 10년 동안 꾸준히 찍으면 ‘길고양이 전문 사진가’라고 불러주는 곳이 여기저기 생긴다. 한국보다 20년 먼저 저성장 시대를 맞은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무기력증에 빠졌다. 우리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 [세대별 조언해준 전문가] 김광석 현대경제硏 선임연구원·류재광 삼성생명은퇴硏 수석연구원·민주영 펀드온라인코리아 차장·손성동 미래에셋은퇴硏 연구실장·최문희 FLP컨설팅 대표· 최성환 한화생명은퇴硏 소장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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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마지막 10년을 부유하게 지내려면?
    지막 10년 가난하게 보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이제 인생은 일흔이나 여든에 끝나지 않습니다. 
    미리 준비해야 웃으면서 마지막 10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국내 최고 은퇴 전문가와 재테크 전문가들이 세대별로 ‘돌직구 컨설팅’을 해드립니다. 
    듣기 좋은 말 쏙 빼고, 반드시 실천해야 할 충고만 담았습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류재광 삼성생명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민주영 펀드온라인코리아 차장·최문희 FLP컨설팅 대표·최성환 한화생명은퇴연구소장이 
    모였습니다. 
    
    일제 시대 태어난 세대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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