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19〉 일본③

浮萍草 2014. 6. 2. 10:33
    일상에 깃든 불교 심성
    본에서는 전통적으로 나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대표적인 것이 13세를 둘러싼 풍습들이다.
    “일본에 가보니 열세 살이 참 중요한 나이더라”는 어느 유학생의 말처럼 3월13일이면 그해 열세 살 된 아이들이 절에 와서 불공을 올리는 풍습이 만연하다. 
    이를 ‘13세에 올리는 참배’라는 뜻으로 주산마이리(十三參)라 하는데 경내에서 파는 열세 가지 종류의 과자를 사서 본존에 올리고 먹기도 한다.
    그들이 13세에 주목하는 것은 이 시기를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도기로 보기 때문이다. 
    13세는 십이지(十二支)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시작하는 해이자, 초경이 시작되는 등 신체적으로 성적 징후가 나타나는 때이다. 
    오늘날의 성년이란 법적ㆍ사회적 의미가 크지만 전통시대에는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생물학적 나이가 성년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였던 것이다.
    따라서 남자아이는 이때부터 어른의 속옷인 훈도시를 입게 되고 여자아이는 어린이용에서 옷감 한 필로 만드는 어른 기모노로 갈아입었다. 
    이 외에도 앞머리 자르기, 이름 바꾸기,스승 모시기,에보시(鳥帽子) 쓰기 등의 전통과 더불어 여자아이들이 치아를 검게 물들이는 하구로(齒黑) 풍습이 독특한 
    일본의 성인문화로 회자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나이에 관례(冠禮)를 행하면서 땋은 머리를 틀어 올려 갓을 쓰고 어른의 옷을 입고, 이름 대신 자(字)를 받는 전통이 있었다. 
    그런데 성년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념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신앙화 되어 있다.
    “열세 살을 넘지 않으면 사람인지 어떤지 알 수 없다”,“열세 살은 액년(厄年)이라서 액막이를 해야 한다”는그들의 담론을 보면,어른으로 진입하는 시기를 민감하고 
    중요한 혼돈의 통과의례의 시간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주산마이리 풍습이 불교와 결합된 것은 허공장보살(虛空藏菩薩)과 관련이 깊다. 
    허공장보살은 지옥중생을 구제하고 중생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서방의 승화부장불(勝華敷藏佛) 세계로부터 온 보살로,자비와 지혜가 허공처럼 광대무변
    하여 ‘허공장’이라 부른다.
    일본에서는 허공장보살의 연일(緣日)을 1월13일 3월13일, 7월13일로 보면서 허공장보살을 모신 사찰에서는 이날 제를 지내고 있어 열세 살의 의미를 중시했던 
    민간풍습과 ‘13’이라는 숫자를 중심으로 결합된 것이다.
    또 일본 남방계에는 혈연보다 나이를 중시하는 마을이 널리 분포되어 있다. 
    이들은 일정나이에 이를 때마다 그에 해당하는 연령집단에 들어가 이를 중심으로 엄격한 서열에 따라 공동체생활을 운영하는 것이다.
    같은 연령집단 안에서 서열은 나이로 결정되며 각 연령집단 간에도 노인들의 연령집단은 장년들의 상위에 군림한다. 
    나이를 먹을 때마다 유동적으로 다른 계층의 연령집단에 속하기에 나이를 중심으로 한 수평적 연대라 할 만하다.
    일본에서 13세가 어른으로 진입하는 전통적ㆍ주술적 통과의례의 시간이라면 20세에 치르는 제도적ㆍ사회적 통과의례로서 현대의 성인식 또한 유명하다. 
    이날을 아예 공휴일로 정해놓아 성년에 이르는 남녀는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공동체에서 치러주는 성인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이날의 과소비와 성인문화 흉내로 폐해도 많지만, 통과의례의 시기에 대한 주목과 일상 속에 깃든 종교적 심성은 일본문화의 중요한 특성임에 틀림없다.
    
    ☞ 불교신문 Vol 3013 ☜       구미래 건국대학교 외래교수,불교민속연구소장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