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27 :베리드

浮萍草 2014. 5. 12. 11:02
    호흡중추는 산소가 아니라 이산화탄소에 반응한다
    고한 현대 음악의 거장 존 케이지의 작품 중에 <4분 33초>라는 유명한 피아노곡이 있습니다. 초연 당시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무대 위에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습니다. 박수를 받으며 연주자가 입장하고 피아노 앞에 앉습니다. 그리고 4분 33초의 침묵의 시간, 그리고 연주자는 다시 나갑니다. 그 시간 동안 그 공간을 채우는 음악은 무엇일까요? 관객의 헛기침 소리,속삭이는 소리,부스럭거리는 소리들,이 침묵 속의 팽팽한 긴장감이 존 케이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이었지요. 언뜻 장난 같기도 한 퍼포먼스로 볼 수 있겠지만 현대 음악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현대 예술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새로운 시도, 파격적인 스타일들은 익숙하지 않은 대중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여서 흥행을 생각해야 하는 상업영화에 새로운 형식의 영화는 도전이고 모험일 수 있지요. 스페인 출신인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의 영화 <베리드>가 그렇습니다. 아주 유니크한 영화로 스릴러 무비 마니아들을 흥분시켰는데요. 스칼렛 요한슨의 남편으로 더 알려진 (최근 뉴스로는 2년 만에 공식 이혼 했다고 합니다)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의 1인 연기에도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영화 <베리드>의 도입부는 마치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연상시키는 불편한 긴장감을 보여줍니다. 불 꺼진 영화관, 영화는 시작했으나 스크린은 캄캄합니다. 대사도 없습니다. 관객은 술렁이고 수군거리는 소리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때 스피커에서 신음 소리가 조금씩 커지며 영화가 시작된 것이 맞다는 것을 알립니다. 이 공간이 관 속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관객을 몰입하게 하지요. <베리드>는 특이한 스릴러입니다. 테러리스트에 의해 관 속에 인질로 갇힌 주인공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가 탈출을 위해 벌이는 사투,그리고 휴대폰으로 연결된 외부세계가 보여주는 단절감이 1시간 35분의 러닝 타임을 팽팽하게 이어갑니다. 한 명의 주인공, 관 속이라는 지극히 한정된 공간에서 과연 영화가 완성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시작된 영화는 CF의 카피처럼 '정말 그게 돼요?'가 정말 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휴대폰이라는 소통 기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전화 시스템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시스템 편의 위주로 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 합니다. 또 이라크 전을 바라보는 정부와 용역회사의 시각을 비판하며 소통의 단절이라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지요.

    관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얼마나 인간이 생존할 수 있을까요? <베리드>의 관은 땅 속에 깊게 묻힌 것이 아니고 관 자체도 틈이 많은 구조여서 공기가 어느 정도 통한다고 봐야 합니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서 지포라이터를 켜다가는 산소 부족으로 금방 질식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호흡 중추는 아이러니하게도 산소의 농도에 따라 호흡을 조절하기보다는 이산화탄소의 농도에 따라 조절한다는 것을 아십니까? 즉 밀폐된 공간에서 호흡이 가빠지는 것은 산소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올라가 호흡 중추가 그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빠르게 호흡하면 체내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어 다시 이산화탄소의 체내 농도가 낮아지는 원리입니다. 이와 반대의 경우인 과호흡 증후군이라는 질병이 있습니다. 자율신경 특히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호흡이 가빠지는 상황인데요. 이 경우엔 체내의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어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져 알칼리 혈증이 발생합니다. 그 증상은 어지러움, 감각 이상, 손발의 경련, 근육의 힘이 없어짐, 흉통, 부정맥, 시각 이상, 실신과 같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원인 중에는 심리적 요인인 공황 발작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만약 옆 사람이 특별한 원인 없이 갑자기 가쁜 호흡을 쉬며 쓰러지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경우 종이 백 혹은 비닐봉지 치료라고 하는 응급처치 법이 있습니다. 비닐봉지 등을 환자의 얼굴에 덮어 내쉰 숨을 다시 쉬게 하는 방법입니다. 내뱉은 이산화탄소가 다시 호흡으로 들어오게 되어 체내 농도가 높아집니다. 빠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데 다른 원인이 없는지를 잘 가려 써야 합니다. 지금은 연탄을 사용하는 곳이 많이 줄었습니다만 겨울철의 불청객은 연탄가스 중독이었습니다. 바로 일산화탄소 중독이지요. 그런데 공기 중에 많이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의 중독도 있습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는 체내의 이산화탄소가 아닌 산소의 농도에 따라 반응하게 됩니다. 이런 환자에게 갑자기 많은 산소를 주게 되면 호흡 중추가 이산화탄소가 아닌 산소의 농도에 따라 반응하게 됩니다. 이런 환자에게 갑자기 많은 산소를 주게 되면 호흡 중추는 충분한 산소가 있다고 판단 호흡을 멈추게 됩니다. 질식사할 수 있는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산화탄소 중독(CO2 narcosis)이라고 합니다. 지구의 생명을 결정하는 것이 이산화탄소입니다. 각 나라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많지 않은 방법 중의 하나가 탄소 배출량의 감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에서 생존에 꼭 필요한 것 중의 하나도 역시 이산화탄소라는 것, 세상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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