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국인의 마지막 10년

1 오래 사는 대신 오래 앓는다

浮萍草 2014. 6. 1. 06:00
    '마지막 10년' 절반을 앓다 떠난다
    [1] 오래 사는 대신 오래 앓는다 末年 5~6년간 병치레… 10년전보다 2년 늘어 세계 '죽음의 質' 조사서 40개국 중 최하위권
    재호(가명·65)씨는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 작년 6월 위암 진단을 받았다. 그때 이미 항암 치료가 안 들어서 의사는 "길게는 6개월, 짧게는 3개월"이라고 했다. 일반 병동에 입원했다 올해 6~8월 세 차례 호스피스 병동에 보름씩 입원했다. 지금은 통증이 심하지 않아 본인 희망대로 집에서 지낸다. 매주 두 차례 가정 간호사가 찾아와 혈압을 재고 의료용 마약을 준다. 지금 그가 인생의 낙으로 생각하는 건 소박하다. 일반 병동 있을 때 매운 거 먹지 말라고 해서 김치 한쪽 못 먹었는데 요즘은 부인(59)이 챙겨주는 충무김밥에 백김치·동치미를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아들(33)·딸(35) 얼굴 보면서 찬불가를 듣노라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가족을 보는 게 참 좋아."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한국이 먹고살 만해졌다지만 아직도 노년의 삶과 죽음의 질에 관한 한 우리는 후진국이다. 박씨처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품위 있게 마지막을 기다리는 사람은 소수다. 삶의 마지막 10년 동안 한국인은 중산층도 너무 쉽게 가난·고독·병마에 내몰린다. CEO와 장관을 지낸 사람들마저 병상과 빈소에서 장바닥 같은 소동을 왕왕 겪는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2010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연구소(EIU)가 실시한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 조사에서 전 세계 40개국 중 32등이었다(10점 만점에 3.7점). 최상위 10개국 점수(평균 6.9점)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런 현상의 배후에는 무엇보다 수명은 계속 늘어나는데 건강이 못 받쳐주는 상황이 있다.
    고려대 박유성·김기환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2002~2010년 국민건강보험 전 국민 진료 기록과 최근 25년치 통계청 출생·사망 기록을 정밀 분석한 결과 불과 10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남녀 모두 수명이 3년 반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병원에 안 다니고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일명'건강 수명'은 그중에서 1년 반이 채 안 됐다. 그 결과, 10년 전 한국인은 남녀 모두 3~4년씩 앓고 세상을 떠났는데 지금은 5~6년씩 앓고 숨을 거둔다. 갑작스레 오래 살게 됐지만 건강은 미처 따라오질 않아서 전 국민이 인생 마지막 10년 중 절반 이상을 앓으면서 보내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오래 살고 그만큼 오래 앓게 됐는데 그걸 받쳐주는 시스템은'제로'(0)에 가깝다 보니 간병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증폭된다. '한국인의 마지막 10년'을 어떻게 관리하고 준비하느냐가 이제 우리 사회 삶의 질을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이 몇 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알아보기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草浮
    印萍

    10년 새 壽命(수명) 3년 더 늘었지만… 
    그중에 2년은 질병 안고 사는 기간
    [고려대 연구팀, 全국민 진료기록 빅데이터 분석] 사망 주원인 9가지 질병 중 결핵 제외한 모든 질병이 환자는 늘고 사망자는 줄어 뇌혈관 질환 환자 크게 증가, 심장병 환자도 많이 늘어… 조기 발견·치료 영향인 듯 개인의 의료 기록을 하나하나 들여다봐도 누가,언제,어떤 병에,왜 걸렸는지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다. 변수(變數)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천만명의 의료 기록을 끈질기게 분석하면 질병별·지역별·세대별로 독특한 패턴이 드러난다. 고려대 박유성·김기환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2002~2010년 건강보험 전 국민 진료 기록을 분석해보니 한국인은 같은 노인이라도 의료 인프라, 경제적 수준, 생활문화에 따라 지역별로 생로병사(生老病死) 패턴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질병 패턴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한국인의 목숨을 주로 빼앗는 9가지 질병은 ①결핵 ②암 ③당뇨병 ④고혈압성 질환 ⑤심장 질환 ⑥뇌혈관 질환 ⑦폐렴 ⑧만성 하기도 질환(호흡기병) ⑨간 질환이다. 고려대 연구팀이 빅데이터를 연령별로 쪼개서 들여다보니 전 국민이 끙끙 앓으면서 오래 살게 된 현실이 실감 나게 드러났다. 암·당뇨, 심장·뇌혈관 질환 등에서'환자는 늘고 사망자는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현재 남녀 공히 사망 원인 1위는 암(癌)이다. 맨 처음 조사를 시작할 때(2002년)와 비교하면 60세를 기점으로 환자 수가 급속히 치솟다가 70대 후반에 정점에 이른다. 반면 사망률은 과거 노인들보다 낮아졌다.

    나이 들수록 암으로 죽는 사람이 늘어나는 패턴 자체는 변화가 없었다. 현재 평생에 걸쳐 남자 약 3명 중 한 명이 여자는 4명 중 한 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요컨대 고령화로 암 발생자는 계속해서 늘어나지만 의학 발달 등의 이유로 사망자는 줄어들었다. 결국 노년기에 암 생존자 또는 암 투병자로 살아갈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암 이외 다른 질병 가운데 남자는 상대적으로 간 질환 사망률이 높고 여자는 심·뇌혈관 질환 사망률이 높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 뇌혈관 질환에서 나타났다. 과거보다 노년기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그래픽 참조〉. 처음 발병하는 나이도 앞당겨져서 50세부터 환자가 확연히 늘었다. 하지만 이 역시 사망자는 도리어 예전보다 줄었다. 치료 기술의 발달과 조기 약물 투여의 효과로 보인다. 그만큼 뇌혈관 질환 후유증을 안고 말년을 살아가는 한국인이 부쩍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심장병도 유사한 형태다. 환자는 늘고 사망률은 그대로다. 노년에 심장병 치료로 활동 반경이 줄어든 환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당뇨병 환자는 30대 후반부터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 조기 발병 추세가 확연하다. 70대가 되면 3명 중 한 명이 당뇨병 환자로 나온다. 조사 시작 시점에는 같은 연령대 한국인 10명 중 1명만 당뇨병 환자였다. 이 병도 사망률은 과거보다 감소했다. 이 추세라면 인생 후반 40년을 당뇨병과 살아가는 사람이 주변에 부지기수로 보인다. 간 질환은 발생자 변화가 없으나 사망률은 확 줄었다. 간염 백신 보급으로 젊은 층에서 환자가 줄고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의 확산으로 사망자는 줄어든 결과다. 간 질환이 40~50대에 많은 것은 여전하다. 고혈압은 30세부터 조기 발생하고 있다. 60대 후반에는 절반이 고혈압이다. 비만 인구가 늘었고, 외식(外食)의 증가로 짜게 먹는 계층이 많아진 탓이다. 폐렴 발생과 사망은 노년으로 갈수록 꾸준히 늘고 있다. 생각보다 오래 살게 됐다는 건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 오래 앓게 됐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수명에 관한 한 한국인은 체력도 없는데 멋모르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멋진 돌을 욕심껏 배낭에 쟁여 넣었다가 뒤늦게 다리가 후들거려 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현대 의학의 발전이 기정사실이라면 그것이 개인과 국가에 다 같이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고려대 연구팀은"건강이 받쳐주지 않는 수명 연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분명해졌다"면서"빠른 속도로 노인이 늘고 있는 대한민국이 고령화의 파도를 어떻게 넘을지 국가 차원의 큰 그림과 개인 차원의 작은 그림을 둘 다 서둘러 그려야 한다"고 했다.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草浮
    印萍

    한 병원에 두 빈소… 삼베 두건 쓰고 난투극… 
    한국인,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분쟁으로 얼룩
    
    2010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연구소(EUI)가 실시한'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 조사는 총 24개 항목이다. 
    의료 수준이 만족스러운지,말기 환자 치료 비용이 적절한지,국민연금·건강보험이 튼튼한지,호스피스 병상 수가 넉넉한지,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한지 싸늘한지 
    꼼꼼히 따져 물었다. 
    조사 대상이 된 40개국은 OECD 회원국 중 30개국과 개발도상국 10개국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보다 등수가 낮은 나라는 멕시코와 터키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한국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취재팀이 두 달간 의료·재정·장례·법률·호스피스 전문가 56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한국인의'마지막 순간'이"조금이나마 좋아지고 있다"는 사람은 6명밖에 없었다. 
    "한국이 잘살게 됐다지만 한국인은 여전히 너무 힘들게 세상을 떠나고 죽음 관련 분쟁도 너무나 많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취재팀이 주요 상조회사에 근무하는 10년 이상 경력 장례지도사 10명을 만나보니"그런 문제점이 갈수록 극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 빈소"라고 했다.
    ㆍ형제가 따로 빈소 차려
    14년 경력 장례지도사 양모(52)씨는 서울 모 대형병원 장례식장에서 황당한 의뢰를 받았다. 두 형제가 나란히 앉아 저마다"내가 상주(喪主)니까 내가 빈소를 차리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고인은 서울 강남에 빌딩 한 채와 억대 현금을 가진 부자였다. 고인은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다. 먼저 돌아간 그의 부인은 생전에 장남에게 재산을 더 많이 물려주려고 했다. 그 당시 차남이 심하게 반발해, 결국 형제가 수년간 유산을 놓고 대립했다. 아버지마저 별세하자,두 형제는 곧장 한 병원에 두 접객실을 빌려 각자 하나씩 차지했다. 둘 다 빈소 앞에 서서 조문객에게 "이쪽으로 오시라"고 했다. 조문객들은 황당해했다. "어느 쪽 빈소로 가야 하나요? 봉투는 한 개 가져왔는데…." 형제는 봉투가 문제가 아니었다. 고인의 유산을 차지하려고 저마다 조문객에게 "내가 진짜 상주"라 했다. 친척들은 할 수 없이 두 빈소에 다 들렀다. 조문객 상당수가 빈소를 나서며 "곤혹스럽다"고 혀를 찼다.
    ㆍ상주끼리 지팡이로 10여합
    장례지도사들은"돈 많은 사람만 싸우는 게 아니라 돈 없는 유족들도 죽기 살기로 싸운다"고 했다. 전북 한 마을에서 한평생 농사짓고 산 A씨가 숨을 거뒀다. 고인을 선산에 묻은 날,장남·차남·사위가 고인의 유산 7000만원을 두고 주먹다짐을 벌였다. 장남이 말했다. "제사를 모시는 내 몫이여." 차남이 맞섰다. "뭔 소리여? 아버지는 내가 모셨어." 술에 취한 사위가 장남의 왼뺨을 후려쳤다. "누나 몫은 생각 안 하냐, 이 ××아!" 장남·차남·사위가 뒤엉킨 육탄전의 신호탄이었다. 충남 공주시의 한 농가에선 누런 삼베옷을 입고 삼베 두건을 쓴 두 형제가 상주가 짚는 대나무 지팡이로 10여합을 주고받았다. 한쪽이 부아가 치밀어 "오늘 끝장을 보자"고 소리치자 다른 쪽은 "××× 넌 위아래도 없냐?"며 소리쳤다. 싸움은 지팡이가 두 동강 나고서야 끝났다.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草浮
    印萍

    대도시 대부분 환자 많지만 사망자 적어… 
    제주는 환자·사망자 모두 적어 '행복한 섬'
    중소도시·농촌 지역서 환자 적고 사망자 많은 이유는 병 제때 치료 못 받기 때문 부산도 환자 적고 사망자 많아… 대도시임에도 특이한 패턴 번 빅데이터 분석은 몇 가지 수수께끼를 안겼다. 가령 서울은 60세 이상 인구 중 암에 걸린 사람 비율이 전국적으로 높은 곳 중 하나다. 남성은 100명 중 8명(전국 3위), 여성은 100명 중 5명(전국 1위)이 암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진다. 하지만 그중에서 실제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 비율은 제주도만 빼고 전국에서 제일 낮다. 남녀 모두 암 환자 10명 중 1명만 숨지고 나머지는 생존한다. 경남은 정반대다. 경남은 60세 이상 인구 중 암에 걸린 사람 비율이 서울의 3분의 2 안팎이다. 남성 100명 중 6명, 여성은 3명이 암으로 병원에 갔다. 하지만 실제로 사망하는 사람 비율은 서울의 2배쯤 된다. 남성은 5명 중 1명, 여성은 6명 중 1명이 숨졌다. 똑같은 한국인인데, 무엇이 서울 노인과 경남 노인의 운명을 갈랐을까?
    ㆍ부산 노인이 위태롭다
    서울·경기·광주·대전·울산은 ▲ 환자 숫자는 전국 평균보다 많은데 ▲ 사망자 숫자는 전국 평균보다 적은 현상이 9가지 주요 질병 중 최소 6가지 이상에서 나타났다. 환자가 많으니까 얼핏 보면 부정적 현상 같지만 실제로는 의료 인프라가 우수하니까 병이 중해지기 전에 제때 치료받고 있다는 얘기다.

    부산·강원·충북·전남·경북·경남은 거꾸로였다. 9가지 질병 중 최소 6가지 이상에서 ▲ 환자 숫자는 전국 평균보다 적은데 ▲ 사망자는 전국 평균보다 많은 현상이 나타났다. 환자가 적은 만큼 건강한 게 아니라 제때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뒤늦게 몸져눕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이 지역들은 기대 수명 역시 전국 평균보다 모두 짧았다. 부산만 빼고 전부 중소 도시와 농촌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분석을 총괄한 박 교수가 "부산은 의료 인프라나 소득 말고 다른 요인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후속 연구 전에는 뭐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행복한 지역은 제주도였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9가지 주요 질병 모두에서 아파서 병원 신세 지는 사람 비율도 낮고 실제로 죽은 사람 비율도 낮았다. 남녀가 다 그랬다.
    ㆍ강원도 노인이 힘들어한다
    문제는 자살이다. 서울에서는 60세 이상 할아버지 1만명 중 7명(0.07%) 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강원도에 가면 이 수치가 2배로 뛰고 충북·충남이 강원도를 바짝 쫓는다. 강원도 할아버지는 1만명 중 14명(0.14%) 충북 할아버지는 13명(0.13%) 충남 할아버지는 12명(0.12%)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 여성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서울의 60세 이상 여성은 1만명 중 3명(0.03%)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강원·충북·충남에서는 1만명 중 5명(0.05%)이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노인 자살은 외롭고 가난해서 벌어지는 비극이지만 사회경제적 조건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가령 전남은 똑같이 농촌인 데다 추락사·교통사고 등 사고사 비율도 엇비슷한데 자살률만큼은 강원·충청보다 훨씬 낮았다. 60세 이상 전남 할아버지는 1만명 중 7명(0.07%) 할머니는 3명(0.03%)만 돌아오지 못할 선택을 했다. 강원·충청의 절반 내지 3분의 2 수준이었다.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草浮
    印萍

    5년 전 '좋은 죽음(Good Death)' 개념 만든 영국, 마지막 10년 삶의 質 세계 1위
    [생애 말기에 대한 인식 바꾸기에 성공한 영국 사회] - 영국이 제시한 '좋은 죽음'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과 함께 존엄 유지하며, 고통 없이… 생애 말기 치료프로그램 가동 호스피스 예산 66%가 기부… 왕실·정부·민간단체 함께 '편안한 죽음'에 대한 준비 호소 국 런던 해머스미스 지역에 있는 매기 센터(Maggie's Centre) 런던. 아담한 빨간색 2층 건물에 들어서자 커다란 식탁이 나타났다. 버니 바이른 센터장은"암 환자들이 편히 식탁에 둘러앉아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기쁨'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고 했다. '식탁'은 '함께하는 죽음'의 상징이었다. 이곳의 모토는'평온(calmness),명료(clarity), 그리고 한 잔의 차(a cup of tea)'이다. 매기 센터는 최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영국 내에서 주목받는 비영리 암 힐링 센터이다. 영국 내 14개 센터가 있다. 치료 기관이 아니라 암 환자와 가족들이 무료로 와서 쉬는 '커뮤니티 센터'다. 그런데 연간 10만명 이상이 찾는다. 2008년부터 찰스 왕세자의 부인 커밀라 콘월 공작부인이 회장을 맡을 정도로 이들의 '함께하는 죽음'은 화제다.
    ㆍ함께 나누는 마지막 삶
    '죽음의 질'을 따질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얼마나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느냐'다. 죽음을 앞둔 이들을 돌보는 호스피스는'편안한 죽음'을 맞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다. 영국은 인구 6300만명에 호스피스 병상이 3175개다. 한국은 인구가 5000만명인데 호스피스 병상은 880개뿐이다. 2010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연구소(EIU)가 전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조사에서 영국이 1등 우리가 32등에 머문 것도 이 때문이다.
    ▲ 영국 런던 해머스미스 지역에 있는 매기 센터 런던. 가정집처럼 꾸며진 센터에서 암 환자들이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평화롭게 얘기하고 있다.‘ 함께하는
    죽음’으로 주목받는 이 센터가 내세운 슬로건은‘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기쁨을 즐기자’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영국은 전통적으로 '죽음의 질' 강국이다. 1967년 현대적 호스피스의 시초인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가 런던에 설립됐다. 영국의 관심은 이제 '생애 말기에 대한 사회의 인식 바꾸기'다. 영국 특유의 '나눔' '기부' 전통도 영국인의 마지막 삶을 안온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BBC 라디오 4'의 인기 프로그램 '여성시간(Woman's Hour)'에 피오나 헨드리라는 청취자가 출연했다. "암 투병으로 삶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떠난 남편을 지켜보며'죽음 준비'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그녀는'죽음 준비' 전도사를 자청했다. 슬퍼하는 대신 그는 방송에서 "미리 생애 말기를 준비할 수 있는 '장례식 박람회'"를 제안했다. 영국 '호스피스돕기연합(Help the Hospices)'에 따르면 133개(2008년 현재)에 이르는 영국 내 민간 호스피스의 연간 예산은 5억파운드(약 8500억원). 이 중 정부 지원은 34%이고 나머지는 개인이나 단체의 기부로 운영된다. 그만큼 죽음을 위한 기부도 일반화돼 있다.
    ㆍ'죽음' 알리는 사회
    처음부터 영국이 죽음에 호의적인 나라는 아니었다. '신사의 나라'인 만큼 죽음 얘기를 꺼리는 문화가 있었다. 사회 분위기를 바꾼 건 정부였다. 2008년 영국 정부는 고령화는 심각해지는데 죽음에 대한 사회적 준비가 부족함을 직시하고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생애 말기 치료 전략(The End of Life Care Strategy)' 보고서였다. 이때 나온 개념이'좋은 죽음(Good Death)'.'익숙한 환경에서'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가족·친구와 함께' '고통 없이' 죽어 가는 것. 이 4가지로 좋은 죽음은 정의됐다. 보고서를 기점으로 정부는 2009년 '생애 말기 치료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비영리단체들도 동참했다. 2009년 출범한 민관합동기구 '다잉 매터스(Dying Matters:중요한 죽음)'는 영국보건부와 전국완화치료위원회 (National Council for Palliative Care·NCPC)가"죽음을 금기시하는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로 2009년 만든 단체다.
    해마다 5월이면 '죽음 알림 주간(Dying Matters Awareness Week)' 행사를 연다. 이브 리처드슨'다잉 매터스'대표는 "거리낌 없이 생의 마지막을 얘기하고 직시하는 사회에서 '잘 살고 잘 죽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죽음의 질' 1위라는 명성은 '의료 인프라(practice)' '정책(policy)' '사회 인식(public)' 삼박자 위에 얻어진 것이다.

    Premium Chosun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goodluck@chosun.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