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26 :아워스

浮萍草 2014. 5. 12. 10:22
    위기의 3분, 생존을 위협하는 적들은 몰려오고...
    연재해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발생한 재난을 헤쳐 나가는 방법입니다. 그것이 발생되어서는 안 될, 잘못된 사회 시스템에 의한 인재일 경우에는 더하겠지요. 차디찬 바다 속의 세월호, 가슴이 미어지는 어린 학생들의 희생들을 보며, 하루하루가 힘들게 지나가는 시간 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시련을 헤쳐나가는지, 역사가 지켜볼 것입니다. 강대국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5년 8월 뉴올리언스의 제방이 붕괴되면서 도시가 물에 잠기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집니다. 사망과 실종이 수천 명이 넘고 폭동과 치안 부재로 인한 간접 희생은 수만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 당시 부시 행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피해를 더 키웠다는 교훈을 보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는 재해를 ‘얼마나 대비하고 어떻게 대응하는가’하는 것이 국가의 능력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아워스>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침수된 뉴올리언스의 한 병원을 무대로 한 48시간의 기록입니다.
    실제로 그 당시 침수된 뉴올리언스 메모리얼 병원에서 환자를 대피시켜야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 속에서 모든 환자를 동시에 후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우선적으로 대피해야하는 환자 분류가 필요했으나, 의사들의 결정에 논란이 많았습니다. 가망이 없는 환자들을 우선순위에서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전쟁에서 발생하는 대량 전사상자 상황에서도 적용되는 원칙인데 다른 기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아워스>는 영화적인 매력보다는 주인공 놀런 헤이스역의 폴 워커에 초점이 있는 영화입니다. 재난 영화도 스릴러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로, 폴 워커의 모노드라마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폴 워커가 2013년 11월30일 차량 사고로 사망하자 졸지에 유작이 되어버린 영화 <아워스>에 폴 워커를 그리워하는 팬들의 관심이 모아집니다.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보여준 브라이언 오코너의 우수에 찬 푸른 눈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스의 병원, 사랑하는 아내는 출산 중에 과다 출혈로 숨지고 조산으로 태어난 딸은 폐기능 장애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상태입니다. 놀런 헤이즈(폴 워커)는 갑자기 닥친 현재의 상황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분노하고 당황하던 놀런은 점차 딸의 존재에 숨겨졌던 부성애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병원 전체는 정전으로 인공호흡기는 배터리에 의존해야하고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놀런은 손으로 돌리는 수동 발전기를 찾아 배터리를 충전하지만 한 번에 3분 정도의 양 밖에 충전이 안 됩니다. 그에게 주어진 3분의 시간, 그 안에 생존을 위협하는 적들과 싸워 이겨내야 합니다. 과연 놀런과 그 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스토리만 놓고 보면 훌륭한 재난 영화나 혹은 스릴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폴 워커의 독백과 간간이 이어지는 해프닝 등으로 맥은 끊어지고 집중력을 잃습니다. 더욱 아쉬운 점은 개연성이나 에피소드 등에 허점이 많아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내의 사망을 알리는 의사, 출산 중에 간 손상으로 인한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의학적 인과 관계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의사는 실실 웃기 까지 합니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입니다. 사망을 알리는 의사가 그럴 수 없지요.
    놀런의 딸이 가진 폐기능 저하라는 설정도 문제가 있습니다. 의사는 48시간의 지나면 호흡이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48시간 동안에만 호흡이 약해지는 병이 있지도 않을뿐더러 점쟁이도 아니고 호흡이 돌아오는 시간을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조숙아에서 발생하는 호흡부전은 인공호흡기만 달아놓는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중간 중간에 가래 같은 분비물도 뽑아 주어야하고 기관지 튜브가 막히지 않게 식염수로 씻어내야 합니다. 특히 인공호흡기를 떼는 과정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결국 디테일한 설정이 부족, 완성도에서는 실패한 영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누가 봐도 라텍스 인형 같은 아기 거기에 대고 이야기하는 주인공은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어쨌든 폴 워커의 푸른 눈은 매력적이었던 영화였습니다. 인공호흡기는 호흡이 없거나 약한 환자에게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고마운 장비입니다. 특히 중환자실에는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장비입니다.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많아도 인공호흡기가 모자라면 호흡에 문제가 예상되는 환자는 받을 수 없습니다. 인공호흡기는 압력 시간 호흡량에 따라 조절되는 세 가지의 형태가 있으나 최근에는 호흡량에 따라 조절되는 형태(분당 호흡량,횟수 등을 세팅하면 자동으로 일정량의 호흡을 불어넣어줌)가 대부분이며 컴퓨터의 발달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모드로 조절되는 호흡기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압력형 인공호흡기도 상당수 쓰였는데 가격이 싸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환자의 상태에 따른 조절이 안 되는 단순한 기계였습니다. 미국의 버드라는 사람이 개발하여 버드 인공호흡기로 불리기도 했으며 실제 모양도 새집처럼 생겨서 그냥 ‘버드’라는 애칭 으로 불리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은 압축공기가 구비되어있지 않아서 ‘버드’에 산소탱크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에게 100% 산소가 투여되어 동맥 내의 산소포화도가 정상의 2-3배가 넘는 수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반 중환자 보다는 뇌사상태 등 가망이 없는 환자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열약한 환경에 있었던 우리 병원들의 과거의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은 훌륭한 인공호흡기들이 많이 보급되어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환자실 수가의 원가 보전율이 46%라는 현실은 이러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동력을 잃게 합니다. 이제는 사회시스템을 안전, 또 안전이라는 초점에 맞춰야합니다. 껍질만 번지르르한 OECD국가, 부끄러운 우리의 얼굴입니다. 두꺼운 화장을 지우고, 우리의 민낯을 제대로 마주보는 용기를 내어야 할 때입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