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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방황하는 칼날

浮萍草 2014. 4. 28. 09:57
    시대가 흘러도 수술은 외과의사의 집도에서 시작된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중2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그만큼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일 텐데요 사춘기 청소년들의 일탈은 간혹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춘기 문제는 나라에 예외가 없습니다. 
    중2병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일본도 청소년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우리 보다 덜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담은 소설들도 많이 소개가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은 이러한 문제를 피해자 가족의 시각에서 세밀하게 다룬 책이었습니다. 
    동명의 영화가 일본에서도 개봉되었지만 책만큼의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원작의 무게가 워낙 커서일까요?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 개봉된 같은 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원작의 힘을 정재영 이성민이라는 명 연기자들이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슴 아픈 현실을 담은 영화‘ 방황하는 칼날’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싱글 대디인 상현(정재영)은 여중생인 수진에게 좋은 아빠가 되지는 못하고, 생활도 팍팍합니다. 
    그러나 그나마 평온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사랑하는 딸이 성폭행들 당하고,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 것입니다. 
    지지부진한 경찰의 수사에 답답해하는 상현에게 범인들에 대한 제보가 옵니다.

    제보에 따라 범인들 찾는 상현 범인들의 숙소에서 딸이 죽어가는 동영상과 그것을 즐기는 범인을 보고는 이성을 잃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에서 살인자로 변한 상현은 형사 억관( 이성민)의 추적을 받으며 공범들을 단죄하러 떠납니다.

    청소년 범죄의 법적인 맹점에 괴로워하는 형사 억관과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분노의 갈등은 이성민과 정재영이라는 두 배우의 연기에 깊이를 더해갑니다. 단죄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칼날입니다. 공정한 법의 칼날 그리고 사적인 복수의 칼날은 어디를 향할 까요? 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아픈 우리의 현실을 내보이며 깊은 울림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끝납니다.

    의학적인 칼의 의미, 외과를 지칭합니다. 외과 의사를 칼잡이라고도 하지요. 그 이유는 모든 수술의 시작에는 피부를 절개하는 칼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칼날을 메스라고 하는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외과의 대명사입니다. 물론 과학이 발전하면서 외과용 칼도 발전을 거듭합니다. 칼잡이와 칼날이 하나로 된 메스에서 현재는 칼날과 칼잡이가 분리되는 형태로 되었으며 다양한 모양의 칼날을 바꾸어가며 장착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칼날의 모양에 따라 고유한 숫자를 부여하여 수술실에서는 숫자로 보통 지칭합니다. 예를 들어 “10번 블레이드(칼날) 주세요.”라고 말이지요. ​피부나 장기 등의 조직을 메스로 절개할 때 제일 먼저 발생하고 또 중요한 문제가 출혈입니다. 수술 시야를 방해 할 뿐 아니라, 중요 장기의 심한 출혈은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외과 의사들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가 나는 혈관이나 조직을 집게 같은 겸자로 물어놓기도 하지만 현재는 전기 소작기와 고주파에너지를 가진 바이폴라 지혈기 등의 개발로 한결 편하게 수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보비라는 별칭을 가진 전기 소작기는 ‘전기 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칼끝에 전류가 흐르게 되어있고 피부나 조직에 닿게 되면 저항에 의한 열이 발생하여 조직을 태우거나 응고 시키게 됩니다. 미세 혈관들이 응고되면서 수축하여 출혈부위가 막히게 되는 원리입니다. 바이폴라 고주파 소작기는 젓가락 같은 집게의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피가 나는 혈관이나 조직을 젓가락질하듯이 잡으면 집게의 각 부위에서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 흐르는 전류는 조직의 저항에 의해 열을 발생하여 역시 조직을 응고, 출혈을 막게 됩니다. 물론 출혈부위를 실로 묶거나 클립 스테이플 등을 이용하여 지혈을 하기도 하지만 보비 전기 소작기와 바이폴라 소작기의 개발은 현대 외과의 큰 발전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절개와 조직 제거를 하기도 합니다. 레이저의 다양한 파장과 세기를 조절하여 혈관이나 피부의 치료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초음파를 이용한 조직의 절개나 제거도 쓰이고 있습니다. 뼈를 자르는 초음파 나이프도 개발되어 실제로 임상에 이용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발전하는 의료기술에 외과의 발전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고주파, 레이저 나이프 등은 내시경 수술 등의 미세 침습 수술의 발전을 가져왔고 무혈 수술의 첨병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외과 수술의 시작, 집도는 고전적인 칼인 메스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외과 의사가 ‘칼 주세요!’ 혹은 ‘메스!’ 혹은 ‘나이프!’라고 보내는 사인을 시작으로 수술은 시작됩니다. 모든 수술의 시작, 피부의 절개는 메스의 칼날에 의해 시작되고 이것은 오랫동안, 어쩌면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지 모릅니다. 우리 사회의 법과 도덕의 칼날은 방황하기도 하고 간혹 더 갈등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외과의사의 손에 쥐어졌던 칼날은 현재도 똑같이 외과 수술의 대명사로 변하지 않고 수술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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