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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浮萍草 2014. 4. 21. 23:22
    만성적 통증은 근육을 이완시켜라
    족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위험한 관계입니다. 
    최근 가족이라는 장막 속에 가려진 아동학대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 할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가족이라는 관계만큼 폐쇄적이며 끈끈한 것은 없습니다. 
    오죽하면 북한에서는 국가를 물려받은 가족끼리 서로 죽여야 살아남고 우리의 재벌들은 가족끼리 회사를 나누어가지는 데 모든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야합니다. 
    이 세상에는 실제로 가족이라는 껍질아래 드러나지 않는, 숨 막히는 막장이 수없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TV연속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무디어져만 가고 작가들이나 제작자들은 치열한 시청률 경쟁으로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한 코미디 프로에는 이러한 막장 드라마를 패러디한 장수 코너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막장의 소재가 많다는 슬픈 현실이고, 그 대부분은 가족이라는 그늘에 가려져있습니다.
    ​막장에 품격이라니,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막장을 품격 있게 만들 수도 있군요, 
    할리우드 이야기입니다. 
    트레이시 레츠의 희곡 <어거스트: 오세이지 카운티>는 퓰리처상,토니상,뉴욕비평가상,드라마데스크 어워드 등을 석권한 작품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조리를 
    치열하면서도 위트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동명의 영화<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명품을 알아본 명배우들의 출연 요청이 쇄도하였다고 합니다.

    영화<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의 내용은 막장입니다. 숨 막힐 듯 뜨거운 여름, 오세이지 카운티에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가족들이 모이면서 그 동안 쌓인 갈등이 터져 나옵니다. 당연히 아버지 비벌리 웨스턴(샘 쉐퍼드)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상태입니다.​ 구강암에 걸린 엄마 바이올렛(메릴 스트립)은 항암 치료중입니다. 약물중독인데다가 모든 사람에게 가시 돋친 독설을 퍼붓는 성격입니다. 그녀에게는 세 명의 딸과 결혼한 여동생이 있습니다. 첫째 딸 바바라(줄리아 로버츠)는 젊은 여자와 바람난 남편 빌(이완 맥그리거)과 별거 중인데다가 14살 사춘기 딸 때문에 건드리면 폭발할 지경입니다.

    근처에 살면서 엄마를 돌봐주던 둘째 딸 아이비(줄리엔 니콜슨)는 이종사촌 찰스(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사랑에 빠져 함께 뉴욕으로 떠날 계획을 합니다. 조금 모자란 듯 한 찰스는 바이올렛(메릴 스트립)의 여동생의 아들로 갈등의 핵이 됩니다. 셋째 딸 캐런(줄리엣 루이스)은 언니 바바라(줄리아 로버츠)의 딸인 어린 조카에게마저 치근덕거리는 호색한과 결혼하려고 안달입니다. 그리고 바이올렛( 메릴 스트립)의 여동생 가족까지, 서로 상처를 들춰내고 설전을 벌입니다.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영화로, 명품 배우들의 연기가 그야말로 품격 있는 막장을 만듭니다. 특히 메릴 스트립의 카리스마는 영화전체를 압도하고 오랜만에 보는 줄리아 로버츠,그리고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한 셜록의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 변신 등, 배우들의 면면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입니다.

    영화에는 두 가지의 가족이 등장합니다. 혈연으로 뭉친 막장 가족과 그리고 인디언 가정부로 나오는 조나 입니다. 막장 가장 바이올렛(메릴 스트립)은 그토록 독설을 퍼붓던 가정부 조나의 품에 안기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혈연이라는 이름의 가족보다 더 진실한 가족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가족이라는 껍질이 가진 부조리를 심도 있게 그린 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입니다. ​영화 속 바이올렛(메릴 스트립)과 큰 딸 바바라(줄리아 로버츠)의 가장 큰 갈등은 바이올렛의 약물 중독입니다. 구강암에 걸린 바이올렛은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핑계로 신경 안정제 등의 각 종 향정신성 약물에 빠져 살고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로 나오는 약이 발륨( 디아제팜) 입니다.

    디아제팜은 1963 년도에 개발된 벤조다이아핀 계열의 가장 많이 처방되는 진정제 중의 하나로, 발륨(Valium)이라는 상표명으로 유명합니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수면을 유도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불면증이나 불안 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의존성과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진정제의 원리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GABA(gamma-aminobutyric acid)의 활성을 증가시켜서 수면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GABA의 양이 너무 많아지게 되면 호흡과 심장박동이 너무 느려져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합니다. 수면제 과용으로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이런 원리 때문입니다. 또한 중추 신경계에 작용하는 대부분의 진정제는 의존성과 중독성 때문에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발륨이라는 약이 통증 치료에 많이 사용된다는 것을 아십니까? 발륨의 진정 기능 중에는 근육의 이완효과가 있으며, 근육의 긴장으로 발생하는 통증에 효과를 발휘합니다. 극심한 근육의 긴장은 경련, 즉 쥐가 나는 현상을 초래합니다. 일반적일 처치로 효과가 없는 경련 시에 발륨을 투여하면 긴장이 풀어집니다. 만성적인 통증은 근육의 긴장을 유발하여 통증의 악순환을 만듭니다. 즉 통증이 생기면 근육이 긴장하고, 긴장된 근육은 다시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통증의 고리를 끊어주는데 근육 이완효과가 강한 발륨 같은 약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만성 통증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이것은 통증 치료에 방해가 됩니다. 심리적인 문제도 있지만, 우울증으로 인한 행동의 위축이 근육의 기능을 저해해서 통증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성적인 요통의 경우, 심리적인 치료와 아미트립틸린 같은 항우울제의 투여도 도움이 됩니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몸이 오래 아프면 마음이 아파지듯이 마음도 오래 아프면 몸이 아파집니다. 그래서 아픈 환자를 볼 때, 아픈 몸만 봐서는 안 됩니다. 그 들의 아픈 마음을 같이 볼 수 있어야합니다. ​몸과 마음을 같이 돌보는 것, 의사의 기본입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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