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火 클리닉

1 화날 땐 잠시 피한 뒤 무작정 걸어라

浮萍草 2014. 2. 6. 06:00
    “화가 날 때 잠시 그 자리를 피하고 심호흡을 한 후에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무작정 걸으십시오.”
    이 말은 제가 화로 인하여 우리병원을 찾는 환자분께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자리를 피하고 심호흡을 하며 걷는 것은 매우 좋은 분노 조절법입니다. 
    그런데 정작 “잠시”라는 말과“무작정”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인지 아직까지 환자로부터 이것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았는데 이 말은 환자 각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알아서 판단을 하는 모양입니다. 
    “잠시”라는 말은 매우 짧은 시간이고 “무작정”이란 말은 꽤 긴 시간인데 이것을 환자분들은 알아서 잘 정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화가 나면 도저히 조절을 하지 못하는 분이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이 분은 특히 운전대를 잡으면 그렇게 화가 난다는 것입니다.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차를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끼어드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욕부터 나오게 되고,일단 화가 나면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분을 풀어야 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화가 날 때 자신도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화를 실컷 내고 종료가 되어야 ‘아차 내가 너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화가 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끊어 오르고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또 한참 지나서야 안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순간’으로 1-2초 만에 나타나고 화가 가라앉는 것은 15분은 족히 지나야 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문제를 해결했을 때가 15분이지, 해결이 안 되고 분을 삭이지 못하게 되면 그날 하루 종일 마음에서 안정이 안 되어 어디라도 분풀이를 해야 
    한다고 호소를 합니다.
    별 것 아닌 일에 과도하게 화를 내는 것은 간헐적 폭발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화를 너무 자주 내는 것도,무조건 참는 것도 건강에 해로우므로 화가 나면 일단 심호흡을 하면서 화를 누그러뜨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조선일보DB

    화는 매우 빠른 감정입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도 가장 즉각적이면서 위험한 감정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머리 위로 치받아 올라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화는 더구나 감정만을 움직이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고 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키고, 또 피를 빨리 돌리지만 근육은 도리어 긴장을 시켜 굳게 만듭니다. 그래서 급하게 움직이는 혈행을 근육이 억지로 막다보니 심한 경우에는 혈관이 터지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화가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감정이기 때문에 ‘잠시’ 즉 매우 빠른 시간에 그 자리에서 피해야 합니다. 피가 거꾸로 솟기 전에 말입니다. 화가 이렇게 빠른 감정이기는 하지만 화가 머릿속에 남아 있게 되면 잘 사그라지지도 않습니다. 화는 매우 복잡한 감정입니다. 불과 같이 타오르기는 하지만 이후에는 잔해가 남게 됩니다. 더구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화는 마음 안에서 변형과 증폭이 됩니다. 풀지 못하는 숙제를 떠안으면서 점점 더 커지기도 합니다. 실제 화병으로 인하여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화를 10년이나 참고 지내왔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 10년 동안 마음의 응어리는 더 커져서 이제는 도저히 풀 수 없다고 합니다. 화가 이렇게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감정이기 때문에 ‘무작정’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풀어야 합니다. 응어리가 다 풀릴 때까지를 말합니다. 데이비드 플레이라는 심리학자는 눈 깜작할 사이에 분노와 짜증을 잠재우는 감정 조절의 원리로“3초간”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바로 이 3초라는 시간에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되는 것이고 이 결정에 따라 분노의 진행 방향이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감정을 지키기 위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감정폭군들을 무조선 무시하라’라고 조언을 합니다. 일단은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남에게 감정 폭군이 되지 말라’라고 조언을 합니다.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방향을 정한 화는 계속해서 발전을 하게 됩니다. 화를 내어 버리면 상대방에서 화를 전염시키기도 합니다. 화가 또 다른 화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도 속에서 꼬이면서 점점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또 무조건 참자고 생각했던 문제는 마음 속 어딘가 콕 박혀서 다른 씨앗을 퍼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화병이 되기도 하고 우울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심장병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암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 난 그 시점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 하느냐가 무척 중요한 문제입니다. ‘잠시’라는 시간과 ‘무작정’이란 말을 명심해야 합니다. 잠시라는 시간은 화가 어떤 방향을 정해 발전하기 전에 화를 멈추고 지켜보는 것이고 결정이 되기까지는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무작정 머물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노 폭발의 운전자는 우선 그 자리를 피하기로 하였습니다. 눈앞에서 화를 내게 한 운전자가 사라질 때까지 심호흡을 하면서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눈앞에서 사라진 후 자신의 화도 사그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ㆍ김종우
    경희대 한의과대 교수 aromaqi@naver.com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이며 강동경희대병원에서‘화병클리닉’과‘마음건강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화병에 대한 진료와 연구를 주업으로 하고 있으서, 힐링을 위하여 ‘명상을 기와 접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헬스조선에서 진행하고 있는‘명의와 함께하는 건강트래킹’과‘건강대학원’에 참여하고 있으며 EBS 힐링 프로젝트‘화풀이’에서 자문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97년 ‘홧병’2007년 ‘화병으로부터의 해방’,2013년 ‘화병 100문 100답’등 화병과 관련된 책을 출간했다. 또 2011년에 ‘기와 함께 하는 15분 명상’을 내는 등 힐링치유에 관한 저술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13년에는 5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화병임상진료지침을 발간해 화병에 대한 종합적인 진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한방정신과전문의 김종우의 火 클리닉’에서 임상에서 경험한 ‘화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이 병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칼럼으로 서술하면서 여러분과 만나고자 한다.

    Premium Chosun     김종우 경희대 한의과대 교수 aromaqi@naver.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