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귀·코·목 들여다보기

어지럼증 있을 때 보양식-철분제-영양제 보다 급한 것

浮萍草 2014. 2. 18. 09:39
    어지럼증의 80%는 귀 때문에 발생<
    정연휴 마지막 날 50대 중반의 주부 A씨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머리가 핑 도는 느낌과 함께 천장이 빙빙 돌고 구토까지 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터라 잠시 쉬면 괜찮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어지러운 증상은 더욱 심해지고 구토도 멈추지 않았다. 
    놀란 가족들은 중풍(뇌졸중)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서둘러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피범벅이 된 교통사고 환자부터 독감환자들까지 그날따라 유난히 응급환자는 많았고 어지럽게 대기하는 10여분이 마치 한나절 같았다. 
    응급실 당직의사는 A씨의 상태를 보더니 심전도검사와 혈액검사, X-레이검사까지 다급히 지시했다.
    잠시 후 뇌졸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CT, MRI촬영까지 마쳤고, 응급실 도착 2시간만에 검사결과를 마주했다. 
    당직의사는“검사결과 뇌출혈이나 뇌경색 소견은 보이지 않는다. 
    안정을 취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이비인후과에서 어지럼증 검사를 꼭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다음날 이비인후과 어지러움클리닉을 찾은 A씨는 눈동자 움직임을 기록해 분석하는 비디오안진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이석증’으로 판명됐다. 
    반고리관 안에 떠돌아다니는 돌가루인 이석(耳石)을 제자리로 돌리는 이석치환술을 통해 10여분 만에 거짓말처럼 어지럼증은 사라졌다. 
    올 겨울엔 강추위가 잦아지면서 A씨처럼 중장년층 어지럼증 환자들이 유난히 병원을 많이 찾는다. 
    A씨는 필자에게 “귓속 돌가루 때문에 이 고생을 했나싶어 당황스럽고 헛웃음이 나온다. 
    솔직히 CT, MRI 검사비도 아깝고 응급실은 다시 가기 싫은 곳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눈동자의 움직임을 기록하여 분석하는 비디오 안진검사.

    ㆍ빙빙빙~어지러우면 어떤 병원 가야할까
    어지럼증은 대한민국 남녀노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증상이다. 단순히 앉았다 일어설 때 술을 마신 후 갑자기 햇빛에 노출됐을 때 등 어지러운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인체는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배를 타거나 하면 인체의 긴장과 흥분 익숙치 않은 환경에 처할 때 어지러움을 느낀다. 여기까지는 병이 아닌 일반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평상시와 똑같은 상황에서 주위 물체가 빙빙 돈다거나 자기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거나 하면 의학적으로 ‘병적 어지럼증’으로 분류 한다. 이럴 때는 검사를 받고 치료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지러울 때 병원 치료보다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는다. 어지럼증이 심하다 싶으면 남성들은 원기(元氣)가 부족해서, 여성들은 빈혈이 아닌지부터 의심한다. 그래서 남성들은 몸에 좋다는 보양식부터 찾고, 여성들은 철분제와 영양제부터 찾는다. 이마저 신통치 않으면 그때서야 병원 갈 생각을 하는데 병원 선택도 고민꺼리다. ‘어지럼증과’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어떤 병원을 가야 할까가 고민이다. 응급실을 가기엔 응급상황은 아닌 것 같고 인터넷에서는 이비인후과 내과, 외과 신경과를 가라며 더 헷갈린 정보만 가득하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어지러운 증상에 따른 병원 과별 선택법 그리고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대부분의 원인을 차지하는 귀 질환들을 소개한다.
    ㆍ어지럼증은 귀 문제가 80%
    흔히 ‘어지럽다, 현기증이 생긴다. 핑 돈다. 어찔어찔 하다’ 등의 증상은 우리 몸에 균형을 유지하는 감각에 문제가 생기면서 느껴지는 증상이다. 특히 귓속 깊은 측두골에 위치한 내이의 전정기관은 머리의 움직임과 중력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인다. 어지럼증 치료도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각 기관 중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병적 어지럼증은 크게 귀에서 문제가 생긴 것 뇌 등 중추신경계에서 비롯되는 어지럼증으로 분류하는데 병적인 어지럼증의 80%는 귀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귀 질환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원인은 무척 다양하다. 귓속의 돌(이석) 위치가 잘못돼 생기는 이석증을 비롯해 ▲전정신경염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 ▲귀에 독성이 있는 약물에 의한 어지럼증 ▲편두통성 어지러움 ▲내이염 ▲청신경 종양 등이 어지러움을 유발한다. 그중에서도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이 이비인후과에서 확인되는 어지럼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병적인 어지럼증의 절반 이상은 이석증이 원인이다. 전정기관에 있는 아주 작은 돌가루(耳石)가 세반고리관으로 잘못 들어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특정한 위치로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심한 어지럼증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머리를 한쪽 방향으로 갑작스레 움직였을 때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심한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심할 경우 메스꺼움 구토를 하기도 한다. 이때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호전된다.
    ㆍ귓속 돌가루, 이석증이 주범
    이석증을 확인하기 위해 이비인후과에서는 환자를 침대에 앉힌 다음 머리를 잡고 한쪽으로 돌린 상태에서 눕히면서 증상이 유발되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한다. 이 검사로 이석증이 확인되면 머리 위치를 단계적으로 바꾸는 동작을 취하게 해 세반고리관에 들어 있는 돌 부스러기들을 제자리로 돌리는 이석치환술을 시행하는데 이렇게 하면 발작적인 심한 어지럼증은 바로 사라진다. 1~2회 치료로 90% 이상 증상이 호전된다. 그래서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환자로부터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가장 많이 받는 치료도 이석치환술이다.
    후반고리관에 이석(귓돌)이 들어간 경우에 시행하는 이석치환술./조선일보DB

    전정신경염도 어지럼증과 연관성이 깊다. 갑작스레 한쪽 귀 전정신경의 일부 또는 전부가 손상돼 균형감각이 무뎌져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인데 대개 심한 감기를 앓고 난 뒤 발병한다. 귓속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기면 돌발적인 어지러움·메스꺼움·구토 등이 나타나며 주로 중년 이후, 양쪽보다 한쪽 귀에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메니에르병은 빙빙 도는 어지럼증과 청력저하, 이명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어지러운 증상은 20~30분에서 수 시간까지 지속되기도 하지만 대개 24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치료를 위해서는 소금이 적은 음식 섭취가 중요하고 카페인과 담배·술·초콜릿의 섭취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귀 속 문제가 아니고 뇌졸중과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이 의심되면 신경과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신경과에서 주로 진단하는 ‘중추성 어지럼증’은 몸이나 머리를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물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공중으로 붕 뜬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며 어지러운 것이 특징이다. 뇌졸중 뇌종양 심한 편두통 등이 중추성 어지럼증을 유발하는데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갑자기 어지럽고 비틀거리게 되면 이 질환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밖에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등 정신과 질환을 가진 사람의 절반 정도도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대개 몸이 붕 뜬 느낌, 넘어질 것 같은 느낌, 머리 안이 도는 느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는 정신건강의학과가 적합하다. 빈혈 때문에 어지럼증이 자주 나타나는 환자는 내과 또는 가정의학과 진료가 도움이 된다. 심한 당뇨병, 갑상선 질환이 있을 때에도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ㆍ그렇다고 응급실을 망설이지는 마라
    어지럼증이 심할 때 어떤 병원을 가야할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어지러우면서 물건을 잡기 힘들 정도로 팔다리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면 곧바로 응급실로 가라. 뇌졸중(뇌경색이나 뇌출혈)일 가능성이 높다. 이명이나 난청과 같은 청각 이상이 동반되거나 갑자기 몸의 위치를 바꾸거나 움직일 때 어지럽다면 이비인후과를 가라.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전정기관 이상으로 생기는 ‘말초성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높다. 몸이나 머리를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물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공중으로 붕 뜬 것 같은 느낌 물체가 두 개로 보이며 어지러우면 신경과로 가라. 뇌 이상으로 인한‘중추성 어지럼증’의 가능성이 높은데 뇌종양, 뇌졸중, 심한 편두통 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평소 고혈압, 당뇨병 등이 있는 환자라면 더더욱 서둘러 진단 받는 것이 좋다. 최근엔 대학병원 전문병원 등에서 어지러움클리닉 어지럼증클리닉과 같은 이름으로 어지럼증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클리닉이 다수 개설됐다. 이곳에서는 어지러운 양상이 이비인후과 질환인지 신경과 질환인지를 파악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본인의 증상만으로 도저히 과 선택이 어렵다면 어지러움클리닉을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어지럽다는 것은 분명 우리 몸의 이상신호인 만큼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더 이상 보양식이나 영양제에 기대어 어지럼증 치료시기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
    Premium Chosun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병원장 lsd134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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