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귀·코·목 들여다보기

코골이, 수술 외에 다른 치료법도 많다

浮萍草 2014. 1. 5. 06:00
    
    ㆍ환자 혼란스럽게 하는 의사들의 제각각 치료법
    각한 코골이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진료실 풍경은 대동소이하다. 
    코를 고는 본인 스스로 심각성을 느껴서가 아니라 함께 잠을 자는 사람에 의해 끌려오다시피 한다. 
    대부분 아내가 먼저 진료실에 등장하고 뒤이어 남편이 부인의 손에 이끌려 들어온다. 
    질환 설명도 부인의 넋두리로 시작된다. 
    “선생님, 결혼 후 편안하게 잠을 잔 날이 없어요. 
    코를 골다가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심장마비인 것 같아 불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말 불안해서 살 수가 없네요.”
    정작 코골이 관련 검사나, 환자 본인의 이야기를 들을 새도 없이 부인들은“우리 남편 코골이 수술 좀 해주세요”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코골이는 수술로 간단히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기대치가 그만큼 높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코골이는 단순히 수술로 해결되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연구결과마다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검사 후 수술 치료를 하는 확률은 30~50% 정도이며 나머지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다양한 처방이 내려진다. 
    게다가 코골이를 치료하는 병원마다 제시하는 치료법이 제각각이어서 환자들은 더더욱 혼란스럽다. 
    똑같은 환자를 두고 A병원은 ‘양압기를 쓰세요’ B병원은 ‘구강내장치를 써보세요’, 
    C병원은 ‘수술 합시다’ 등으로 의견이 나뉜다. 
    그래서 필자에게 이른바 second opinion(2차 조언)을 가장 많이 구하는 분야도 코골이 치료다. 
    환자의 기호도 영향을 미치지만 의사 전공에 따라 치료방침이 달라지는 경향도 있다.
    ㆍ나에게 맞는 코골이 치료법은?
    우선 코골이 치료 방법들을 열거해보자. 돈이 들지 않는 치료법부터 수술까지 소개한다. 첫째는 체중조절이다. 성인 코골이 환자들은 비만 때문에 코를 고는 경우가 많다. 비만은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를 기준으로 볼 때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25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한다. 살이 찌면 눈에 보이는 곳뿐만 아니라 연구개나 인두벽 혀 등에도 필요 이상의 지방이 붙게 된다. 그 결과 목구멍 안쪽이 비대해져 공기가 통하는 길을 막아 코를 골게 되므로 살을 빼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코골이 환자들은 체중조절을 하지 않고서는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코골이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기 체중의 10%를 줄인다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상당 부분 호전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술이 아무리 성공적으로 마무리돼도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다시 코를 골 확률이 높아지므로 체중 조절은 모든 코골이 치료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둘째 올바른 잠 습관을 만드는 ‘체위 치료’다. 턱이 뒤로 밀린 무턱이나 목젖이 늘어져 있는 코골이 환자에게 특히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코골이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잠 습관은 30도 정도의 베개 높이에서 목 옆으로 베고 자는 것이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자게 되면 혀가 뒤로 쳐지고 목 안의 점막과 근육이 기도를 막아 코를 골 가능성이 높다. 반면 옆으로 누워 자면 혀가 뒤로 밀리지 않고 늘어진 점막과 근육들이 옆으로 쏠리면서 다시 숨길이 트인다. 등을 대고 반듯이 자는 습관이 된 사람은 갑자기 옆으로 누워 자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예전엔 잠옷 뒤에 테니스공을 매달아 놓고 잠을 자도록 해 잠결에 다시 등을 대고 자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도 있었다. 셋째, 권투 선수가 착용하는 마우스피스처럼 생긴 ‘구강내장치’ 치료법이다. 뒤로 밀려 있는 아래턱(하악)을 1~3mm 정도 앞으로 당겨 혀 뒤쪽 기도를 넓혀 주는 장치이다. 이 장치는 잠잘 때 입 안에 장치를 물고자는 방법이라 통증이 없고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매일 밤 틀니처럼 끼고 자야하고 턱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불편함도 있다. 환자의 치아 모양에 맞게 맞춤 제작하며 보통 착용 후 1주일 정도면 적응된다. 마른 체형에 턱이 작거나 들어가 있는 무턱에 효과가 좋지만 중증도 이상의 심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엔 효과가 미미하다.
    넷째 잘 때 코나 입에 산소마스크처럼 생긴 장비를 착용하는‘지속양압치료(CPAP)’다. 2011년 미국수면학회에서는 심혈관 장애를 한번 앓았거나 고위험 환자에게 1차적으로 이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흔히 양압기로 불리는 이 치료는 지속양압공급기를 통해 공기를 불어 넣어 원활한 호흡을 유지해 주는 방법이다. 마스크를 쓰고 자면서 공기를 공급하면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지 않고 숨을 쉴 수 있다. 숨을 잘 쉬게 되면 자연스레 코골이가 멈추며 잠을 잘 자게 돼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수술을 하지 않는 치료법 중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으로 심각한 수면무호흡증(폐쇄성 수면모호흡)을 동반한 코골이 환자에게 적합하다. 양압기에 맛들인 코골이 환자는“자고 일어나면 개운하고 머리가 맑아진다”며 외국 출장 갈 때 짐 목록 1호로 챙길 정도다. 치료 효과가 뛰어나 꾸준히 사용하면 치료 성공률은 거의 100%다. 특히 수면검사에서 무호흡 지수가 심한 환자의 경우 이 치료법이 최선이다. 하지만 평생 마스크를 끼고 자야 한다는 심리적 요인 그리고 매일 양압기 청소와 세척을 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절반 이상은 중도에 포기한다. 게다가 기계값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ㆍ수술결정엔 수면다원검사, 수면내시경검사가 필수
    마지막으로 수술이다. 코골이 수술은 아이러니하게도 남성이 아닌 여성 환자가 최초 사례다. 1952년 일본의 이케마쓰(Ikematsu)교수는 코골이를 호소하는 결혼을 앞둔 젊은 여성환자에게 구개 인두 및 구개수 수술을 시행한 후 코골이가 개선됐다고 보고했는데 이것이 코골 수술의 효시가 되었다. 수술은 두 가지를 꼭 염두에 둬야 한다. 먼저 코골이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인지 가려내는 것이다. 단순 코골이인지 심각한 수면무호흡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수면다원검사’가 필수적이다. 수면 중 생리지표를 종합적으로 검사하는 수면다원검사를 받으면 코골이와 동반되는 수면무호흡증 정도 뇌파 안구운동 혈압 수면 자세, 혈액 내 산소포화도 등을 종합적으로 알 수 있다. 즉 수면무호흡 유무와 심각한 정도를 알 수 있는 검사다. 이때 수술이 필요한 코골이 환자라고 판단되면 “어떤 문제 부위를 수술해야 할지”결정하는 것이 성패를 가른다. 제 아무리‘최첨단’코골이 수술법이라도 코 목젖 설근 편도 등 어떤 부위를 수술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코골이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인 것이다. 최근엔 어떤 부위가 좁아져 코를 고는지 좁아진 부위를 확인해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한‘수면내시경검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수면내시경검사는 위내시경검사처럼 수면유도약물로 실제 수면을 유도한 상태에서 어느 부위가 좁아져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의 원인인지 명확히 판단 가능하기 때문에 수술 적응여부뿐만 아니라 적합한 수술방법을 결정하고 수술 성공 확률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불필요한 코골이 수술은 줄이고, 환자들의 치료 성공률도 높이는 일거양득 검사법이다.
    ㆍ‘코골이=수술’은 그룻된 공식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코골이방지 베개 코골이방지 수면조끼 코골이방지 침대 매트리스 등 코골이 관련 특허제품만 족히 수백 가지가 넘는다. 특정질환과 관련돼 특허가 많다는 것을 거꾸로 해석하면“명확한 치료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치료법이 아주 다양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코골이가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코골이=수술치료"라는 그릇된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고 생활습관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5년 전 남편의 코골이 수술로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다며 고마워했던 모 부인께서 필자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선명하다. “선생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새 남편을 주신 것 같아요”.
    Premium Chosun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병원장 lsd134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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