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4〉 미얀마 ④

浮萍草 2014. 2. 10. 09:32
    꽃과 함께, 저마다 피우는 꽃
    얀마에서는 누구나 꽃을 산다. 
    젊은 여성들만이 아니라 아저씨도 노인도 일상적으로 꽃을 산다. 
    퇴근길의 가장은 아이들에게 안길 간식거리를 사듯 꽃을 사들고 집에 들어선다. 
    허름한 완행열차가 간이역에 설 때마다 꽃바구니를 머리에 인 사람들이 달려와 창문 너머로 꽃을 사고판다.
    치열한 삶의 현장인 5일장에도 어김없이 꽃 파는 이들이 자리하고 유일하게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옛 수도 양곤에서 차가 밀릴 때면 뻥튀기 대신 그들은 꽃을 팔고   
    있다.
    그런가하면 서민들은 작은 트럭을 개조한 간이버스를 즐겨 타는데 좌석에 앉기보다 반값을 내고 이층 짐칸에 또는 매달려가는 데 익숙하다. 
    미얀마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도 국적기는 프로펠러 비행기 밖에 없어 한국항공을 이용했을 정도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또 국민소득기준으로 최빈국에 속하는 수치를 보고, 우리는 미얀마 서민들의 삶이 버거울 것이라 속단한다.
    그리고 궁핍해 보이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들은 왜 꽃을 사는 것일까, 궁금해 한다. 그 이유는 집집마다 불단에 모셔놓은 부처님께 꽃을 올리기 위해서이다. 
    부처님을 모셔놓은 곳이라면 그곳이 사원이든 집이든 어디서나 시들지 않은 고운 꽃을 볼 수 있다. 그들의 토착신 ‘낫’을 모신 곳 또한 마찬가지이다.
    부처님 앞에 선 미얀마인 자연에서 피어난 꽃 닮아 삶 버거우리란 속단 말아야
    미얀마에 꽃이 많다면, 없는 것은 동전과 바지이다. 동전이 있긴 하나 거의 구경할 수 없고 바지가 있긴 하나 주로 아동용일 뿐 남녀 모두 ‘론지’라는 긴 치마를 입는다. 론지는 통으로 된 일반치마가 아니라 긴 사각형의 천을 남자는 앞 여자는 옆으로 독특하게 여며 잘 풀어지지 않게 입는다. 디자인이나 바느질 없이 입으니 이만큼 경제적인 옷이 드물며 디자인은 같지만 갖가지 옷감에 남성은 체크 여성은 꽃무늬로 다양한 패션도 가능하다. 그들의 론지를 보면 동전과 바지의 상관관계가 유추된다. 사각 천으로 된 론지는 주머니가 없어 긴 지갑을 뒤 허리춤에 꼽고 다니기 때문이다. 동전보다 지폐를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저렴한 이유도 있겠지만, 주머니가 없는 복식문화이기에 동전의 도태가 더욱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듯하다. 동전이 없으니 동전과 짝을 이루는 공중전화도, 자판기도 물론 없다. 편리함이나 신속함의 자취가 없다. 재단하거나 꾸미지 않은 긴 론지를 두른 채 맨발로 꽃을 들고 부처님 앞에 나타난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자연에서 피어난 꽃을 닮았다. 매일 새로운 꽃을 부처님께 올리는 이들 낯선 이방인에게 자신의 꽃을 나눠주며 부처님께 바치라고 싱긋 웃으며 건네는 이들…. 그들은 생활필수품을 사듯 일상적으로 꽃을 사지만 꽃을 사는 그 마음이 생선과 야채를 사는 마음과 같은 자리가 아님을 우리는 안다. 앙상한 구릿빛 팔에 힘겨운 삶의 무게가 느껴지건만 꽃을 들고 환하게 파고다에 들어서는 그들의 미소를 대하면 궁핍과 풍요에 대한 정의가 혼란스럽다. 꽃의 나라, 미얀마. 부처님이 한 송이 꽃을 들어 빙그레 웃어 보이신 그 미소를 이심전심으로 이해하는 듯 꽃처럼 저마다 조용히 피어 웃고 있는 국민들. 인도에서 씨를 뿌린 불교가 미얀마에서 꽃을 피웠다는 그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꽃 같은 사람들, 부디 서두르지 말기를….
    ☞ 불교신문 Vol 2982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