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2〉 미얀마 ②

浮萍草 2014. 1. 20. 06:00
    ‘붓다’와 ‘낫’을 나란히 모시다
    간이 섬기는 신의 모습이 이토록 다양할 수 있을까. 
    코끼리를 탄 화려한 차림의 왕에서부터 뾰족한 수염에 흰옷을 입은 수행자, 말을 탄 무사와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갖가지 술병을 매달고 말을 달리는 한량, 
    다소곳한 자세로 봉황을 타고 있는 귀부인 검은 옷에 삿갓을 쓴 오누이, 곱사등이에 이르기까지 신단에는 저마다 특별한 사연을 지니고 있을 법한 온갖 신들이 모셔져 있다.
    모두 미얀마에서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모시는 신 낫(Nat)이다. ‘수호자’라는 뜻을 지닌‘낫‘은 실존인물들이었으나 비참하게 죽어 인간에게 섬김을 받는 신으로 좌정한 존재
    들이다. 
    이들의 사연은 곧 신화이며, 각자 들고 있는 지물(持物)이나 차림새와 자세는 그러한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장치들이다. 
    ‘낫’은 억울한 죽음으로 인해 원한을 지녔기에 잘 모시면 인간을 보호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해를 끼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수호신으로 마을입구에 모시는가하면 집안마다 대대로 내려온‘낫’을 세습하여 일상의 평안을 비는 가신(家神)으로 섬기기도 한다. 
    집을 짓거나 이사를 할 때는 물론 축제나 경기를 할 때 자동차나 배를 탈 때, 농사를 짓거나 수레를 굴릴 때도 음식과 꽃을 바치며 무탈하기를 비는 것이다.
    불교와 민간신앙 어우러져 토착신 ‘낫’ 수호자 상징해 가신으로 섬기며 평온 기원
    국민의 약 90%가 불교신자인 미얀마에서‘낫’은 어떤 의미일까. 사원마다 한편에 모셔놓은 ‘낫’의 모습에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뿌리 깊은 자신들의 토착신이 부처님과 나란히 자리함은 미얀마 사람들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낫’은 일상의 대소사에 스며들어 있는 현세신앙의 대상이요 복을 얻고 액을 물리치는 소박한 바람을 맘껏 의지하는 존재이다. 그들은 욕망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공덕을 쌓아 붓다의 길을 따르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지만 한편으로 길흉화복을 주관하는 ‘낫’에게 현실의 바람을 갈구함으로써 커다란 위안을 삼아온 것이다. 그러나‘낫’의 총 본산인 뽀빠산은 물론 ‘낫’을 모신 사원마다 어김없이 가장 높은 자리에 모신 대상은 부처님이다. 이는 미얀마에서 불교가 지닌 위상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얀마사람들의 불교적 삶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모습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아들이 돼서 좋은 일 많이 하고 싶어요.” 단기출가에 들어가는 어린이가 눈을 반짝이며 하는 말에서 이들에게 불교란 어떤 의미인지 절감하게 된다. ‘낫’은 일상의 신앙대상일 뿐만 아니라 영매사(靈媒師)가 주재하는 굿에 불려나오기도 한다. 낫거도(Natgadaw)라 부르는 무당은 진한 화장을 한 여장남자로, 칼을 들고 타악기 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신을 부른다. 이러한 굿판은 ‘낫’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제물을 차려놓고 축제처럼 치러지는데, 신과 무당과 마을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신명나는 잔치마당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우리와 흡사하다. 절에 산신각과 칠성각을 두고 민간의 신을 함께 포용하는 통불교의 모습 마을주민들이 다함께 모여 공동체를 보호해줄 신을 모시고 흥겨운 굿판을 벌이는 모습이 모두 그러하지 않은가. 불교와 민간신앙, 서로 다른 두 믿음을 갈등하지 않고 품어내는 것은 인간의 ‘마음’을 가장 중심에 두는 민초들의 역량이리라.
    ☞ 불교신문 Vol 2978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