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3〉 미얀마 ③

浮萍草 2014. 1. 27. 10:50
    삶과 하나 된 지극한 기도
    얀마의 가족도, 한국의 가족도 모두 반대가 심했던 혼인이었다. 
    미얀마에서 만난 30대의 그 남성은 십년 전 미얀마 소수민족인 인따족과 혼인한 최초의 한국인이었는데 두 나라를 오가는 우여곡절 끝에 양가를 설득시켜 지금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그는 신혼시절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간호사였던 아내는 첫날밤 갑자기 자신에게 삼배를 하고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미얀마의 풍습인가보다’생각하며 무슨 기도를 했는지 물었더니“오늘 혼례를 올리기까지 잘못된 점들을 반성하고 매사에 감사하며 앞으로 잘살아가도록 부처님께 기도
    했다”고 하였다. 
    그런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매일 밤 삼배를 하기에 놀라서 말렸지만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고 하는 수없이 자신도 함께 맞절하는 나날을 보냈다.
    한참을 그렇게 지내다가 1년쯤 지난 뒤 아내를 설득하여 맞절을 그만두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잠이 깨어 아내가 침대 아래서 자신에게 몰래 절을 하는 것을 보고 그는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미얀마 사람들의 보편적 풍습은 아니지만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그렇게 배웠고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에게 매일 절을 하며 마음의 평화를 느꼈던 것이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이래봬도 전 매일 삼배를 받고 산답니다.”
    삶과 하나 된 지극한 기도 집집마다 불단을 모시고 매일 아침 예불 올리며 감사로 가득 찬 삶 살아
    그런데 미얀마에는 집집마다 불단(佛壇)이 있고 매일 아침 예불을 드릴 때면 다섯 번의 절을 올린다고 한다. 세 번은 불ㆍ법ㆍ승 삼보에 귀의하는 의미이고 네 번째는 스승 다섯 번째는 부모를 향한 절이다. 따라서 마지막 절은 부모님이 계신 쪽을 향해 올린다는 것이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매일 스승과 부모에게 절 올리는 그 마음이라면, 능히 남편과 아내에게도 절을 올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가하면 만달레이의 마하무니(Maha Muni) 사원에는 새벽마다 많은 이들이 찾아든다. 매일 새벽4시에 마하무니 부처님의 얼굴을 닦는 세안의식을 보기 위해서이다. 스크린을 통해 세안장면을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의 낮은 기도소리는 경내를 가득 채운다. 의식이 끝나면 길게 줄을 서서 부처님의 얼굴을 닦은 물을 담아가며 ‘마음이 깨끗해지도록 세수할 때 조금씩 쓰기 위해’‘시장에서 파는 물건에 뿌리기 위해’가져간다고들 말한다. 그들에게 불교는 종교 이전에 삶과 하나가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사원 한쪽에는 앙코르제국에서 만들었다는 검은 청동상들이 서 있는데 특정부위의 색깔이 벗겨지고 반들반들 윤나는 모습이 독특하다. 그곳에 조금만 있으면 청동상의 무릎을 만지고 자신의 무릎을 만지기를 반복하며 절하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곧 의문이 풀리게 마련이다. 청동상과 자신의 같은 부위를 문지르면 아픈 곳이 낫는다고 여겨 이들은 ‘치유의 동상’이라 부른다. 지극한 기도와 감사로 가득 찬 삶…. 그러한 삶에 어찌 삼독(三毒)이 싹틀 수 있겠으며 매일 남편에게 절 올리는 마음에 어떠한 미움이 자리 잡을 수 있겠는가. 일상에서 만난 미얀마 사람들은 삼보를 향한 절 스승과 부모를 향한 절 그리고 남편과 아내를 향한 절이 하나로 통하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그들도 인간이기에 분노와 욕심과 어리석음을 지녔겠지만 끊임없이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은 지극한 기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불교신문 Vol 2980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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