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옛글에서 읽는 오늘

도인법

浮萍草 2014. 1. 24. 12:02
    진과 흑산도에서 각각 귀양살이를 하던 다산 정약용과 그의 형님 정약전은 서로 만나지 못하고 대신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편지엔 공부 집안일 세상살이 등 여러 이야기를 담았다. 
    학문에 정진하는 다산의 모습도 볼 수 있고, 두 형제의 따뜻한 우애도 느낄 수 있다.
    편지엔 건강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다산 선생 나이 50세, 유배 11년째가 된 해 겨울이었다. 
    편지에서 다산은 형님의 건강을 걱정했다. 
    물고기 아닌 고기는 전혀 먹지 못한다는 형님에게 말했다. 
    “흑산도에 있는 산개(山犬)가 천 마리 백 마리뿐만이 아닐 텐데 제가 그곳에 있으면 5일에 한 마리를 삶아 먹겠습니다.” 
    개를 잡는 기술을 상세히 소개하고, 박제가에게서 배운 개 요리법을 자상하게 알려주고 있다.
    또한 도인법(導引法)이 유익한데도 게을러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도 했다. 
    ‘도인법’이란 도가 계통의 신체단련법으로, 여러 신체 동작과 호흡법을 취해서 건강을 꾀하는 방법이다. 
    <활인심방>과 <산림경제> 등에 소개되어 있다. 다른 편지에서는 도인법을 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도인법의 유익함을 잘 알면서도 12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고 밤 늦게 잠자리에 들면서 육경(六經) 연구에 열심이다보니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이제 육경 연구를 마쳤으니 마땅히 방 하나를 깨끗이 청소하고 아침저녁 여가에 도인법을 하려 마음먹었습니다. 
    방 안에 책 한 권도 없어야 더욱 좋겠지요. 
    만약 책이 있으면 오래된 습관을 버리기 어려워 필경 다시 책과 붓을 붙잡게 될 것입니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다 알지만 시작하고 습관 들이기가 쉽지 않다. 
    연초는 새로운 각오와 시작에 적당한 시기다. 
    내가 다니는 동네 배드민턴 동호회의 출석률이 새해 들어 현저히 높아진 것도 그런 까닭이리라. 
    새로운 습관을 들이자면 다산처럼 새로운 행동을 방해할 만한 것을 없애고 중단없이 계속 몰입할 유인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겠다. 
    <논어>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건강 목적도 좋지만 좋아하거나 즐기려면 우선 운동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또 잘할수록 좋아하고 즐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활체육 동영상을 찾아서 보고 동호회에서 특별히 레슨까지 받는 이유다. 
    아무튼 꾸준히 해서 연말엔 취미생활과 건강에 좋은 결산이 있어야 할 텐데.
    
    Khan         김태희 실학21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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