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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時務)

浮萍草 2014. 2. 7. 10:23
    ‘시무(時務)’란 그 시대에 힘써야 할 과제를 말한다. 
    성호 이익이 시무를 아는 사람으로 꼽았던 율곡 이이는 <성학집요> 위정(爲政)편에 ‘식시무(識時務)’란 글을 배치했다.
    “시대마다 힘쓸 일은 동일하지 않아서 각 시대마다 마땅히 해야 할 바가 있다. 
    큰 요체를 간추려 보면 창업(創業) 수성(守成) 그리고 경장(更張) 세 가지다.” 
    창업에 관해서는“요·순·탕·무의 덕을 가지고서 세상이 바뀔 때를 만나 하늘에 응하고 인심에 따라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라면서 논의를 삼갔다.
    수성은 성스러운 군왕과 현명한 재상이 처음 만든 제도가 좋은 효험을 보이면 후세의 군왕과 재상이 이를 그대로 준수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성대함이 극에 달하면 중간에 미약해지고, 법이 오래되면 폐단이 생기게 된다.” 
    이때가 바로 경장이 필요한 때다. 경장이란 현악기를 연주할 때마다 줄을 적절하게 조이고 풀면서 고르는 것이다.
    “수성해야 할 때 경장에 힘쓰면 병이 없는데 약을 복용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병이 생긴다. 
    경장해야 할 때 수성에 힘쓰면, 병에 걸렸는데 약을 버리고 누워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수성은 쉽고 경장은 어렵다. 
    수성은 중급 수준의 임금과 자리만 채우는 신하라 할지라도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데 경장은 높은 식견과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장에 합당한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율곡은 이에 대해 집을 고쳐야 하는데 수선할 사람이 없다며 집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겠냐고 반문했다. 
    율곡은 당시를 중쇠기로 보고 경장을 간절히 기대하며 <성학집요>를 선조 임금에게 바쳤다. 
    교주고슬(膠柱鼓瑟)과 수주대토(守株待兎)의 비유를 들면서 눈앞의 무사함만 다행으로 여기다 뜻밖의 재난을 맞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경장은 요즘 말로 개혁이다. 개혁은 주도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지지세력도 긴요하다. 
    개혁으로 손해 보는 사람은 완강하게 저항하고 개혁조치를 방해하겠지만 반대로 개혁으로 이익을 볼 사람은 누군지 잘 특정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기약하는 이익이 구현   
    될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개혁의 힘을 모으기가 어렵다.
    오늘날 시무는 무엇일까. 
    현실의 변화에 적합하게 대응하려는 유연한 태도와 노력은 늘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성취한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을 과연 쉬운 일로 여겨 소홀히 할 수 있을까. 
    또한 수성과 경장의 어려움은 오히려 창조적 활동으로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
    
    Khan         김태희 실학21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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