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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국(醫國)

浮萍草 2013. 12. 27. 09:30
    라는 안녕한가? 
    예로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인체의 질병과 건강을 살피는 의사의 일에 비유하곤 했다. 
    훌륭한 의사는 나라를 치료한다는 ‘상의의국(上醫醫國)’이란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성호 이익은 ‘의국(醫國)’이란 글에서 의사의 수준을 나누었다.
    “무릇 의사의 재주는 증세를 아는 것보다 형색을 보는 데에 있고 형색을 보는 것보다 맥을 잘 짚는 데에 있다. 
    증세는 비록 긴급하고 위중하지만 그냥 두어도 저절로 낫는 사람이 있으며 형색은 비록 상했지만 고질병을 지닌 채 죽지 않는 사람이 있다. 
    형색은 병들지 않았지만 맥이 병든 것을 ‘걸어다니는 시체’라 하는데 이를 놓치지 않고 알아보는 의사를 훌륭한 의사라 말한다.”
    성호에 의하면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세 수준의 의사가 있다. 
    “드러난 문제점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생각하는 자는 증세를 대하는 의사요 백성들의 근심과 고통을 슬퍼하고 백공(百工)의 풀어짐과 그만둠을 고민하는 자는 형색을 
    보는 의사다. 
    그리고 비록 눈앞에 당장의 근심은 없지만 화(禍)의 기미가 숨어 있음을 미리 깨닫는 자는 맥을 진찰하는 의사다.”
    숨어 있는 화 중 큰 것을 궁중 조정 변방의 세 방면에서 보았다. 
    “첫째 궁녀와 내시들이 외부와 교통하기 시작하는 것이고 둘째 외척이나 공신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단서가 있는 것이며 셋째 교활한 이웃 나라와 강한 적국이 엿보는 
    조짐이 있는 것이다.” 
    셋 중 하나만 있으면 선과 악이 뒤섞여 가려지지 않고 상과 벌이 제멋대로 이뤄질 것이며 두 가지가 있으면 권세가가 이기고 군자가 물러갈 것이며 세 가지가 모두 있으면 
    임금과 신하가 도탄에 빠져 모두 멸망할 것이라 했다.
    성호는 또 ‘간직의국(諫職醫國)’이란 글에서 말했다. 
    “사람의 몸에 이상이 생기면 침과 약으로 치료해야 하는데 나라에서는 간의(諫議)의 직책이 이에 해당한다. 
    나라의 병을 말하고 증세를 논해 잘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바로 언론의 역할을 가리키는 것이다.
     오늘 이웃 나라의 움직임은 마치 100년 전의 망국 전 역사를 다시 보는 듯하다. 
    동강난 한쪽에서는 왕조사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저열한 폭력으로 겁을 줘야만 체제를 유지할 수 있으니 누구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걸 알겠다. 
    다른 한쪽도 여기저기서 안녕하지 못하다고 하소연한다. 
    증세가 완연하고 고질적인데도 의사 노릇 하는 분들의 진단과 처방은 미봉적이고 무책임하다. 
    어쩌면 이것이 더 치명적 증세이겠다. 
    성탄 종소리가 드높은데 또 어디 구세주를 바랄까마는 의국을 기다리는 마음 절로 드는 걸 어이하랴.
    
    Khan         김태희 실학21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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