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귀·코·목 들여다보기

코골이는 환자 관상만 봐도 훤히 안다

浮萍草 2014. 1. 4. 06:00
    근 ‘관상’이라는 한국영화가 대박을 쳤다. 
    사람 얼굴만 봐도 상대의 운명 성격 수명까지 훤히 들여다본다는 관상가(觀相家)의 이야기인데 이비인후과 의사도 환자 관상만으로 십중팔구 알 수 있는 질환이 있다. 
    바로 코골이다.환자 얼굴만 보고“코골이 때문에 오셨나요”라고 물으면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아세요”라고 되묻는다. 
    순간 의사보다는 관상가를 대하듯 말이다.
    코골이 환자의 관상은 어느 정도 정형화돼 있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은 뚱뚱하고 목이 굵고 짧으며 아랫턱이 작은 무턱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목 안이 상대적으로 좁고, 입안을 살펴봤을 때 목젖이 길게 늘어져 있거나 편도가 크면 ‘코골이 환자’일 확률은 거의 100%다.
    ㆍ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코골이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 20년 전만 해도 필자에게 코골이 관련 신문칼럼 의뢰가 오면 고민할 필요 없이“코골이도 병이다”가 제목이자 주제였다. 또 코골이 때문에 병원 오는 환자들에게도 코골이가 왜 무서운 질환인지 하나하나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골이가 병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과거 코골이가 단순히 가족을 비롯한 잠자리 파트너의 숙면을 방해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최근엔 건강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며 적극 치료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특히 최근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이 사회적 문제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예를 들어 버스, 택시, 기차 등 대중교통 운전기사의 경우 수면무호흡으로 주간 졸림과 집중력 저하를 호소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2003년 일본의 고속전철인 신칸센이 지정된 위치로부터 무려 100m나 벗어난 지점에 정차한 아찔한 사건이 있었다. 나중에 열차 운전사가 정차 사실도 모른 채 졸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조사 결과 이 운전사는 평소 습관적인 코골이와 심한 수면 무호흡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1만 여명의 직·간접적 사망자를 낸 19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의 원인도 어이없게도 당직 근무자의 졸음에 따른 실수로 밝혀진 바 있다.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 등 대형 참사도 수면 부족에 따른 직원의 졸음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심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한다. 코를 곤다는 것은 곧 정상적으로 호흡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호흡을 통해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이 줄어 체내 산소량도 줄어든다. 체내 산소가 부족하면 폐와 심장 그리고 전신 혈관에 악영향을 끼쳐 고혈압 부정맥 당뇨병, 발기부전과 같은 심각한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드물지만 심근경색을 유발해 극단적인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코골이의 위험성

    ㆍ포유동물 중 사람, 그리고 00만 코를 곤다
    그렇다면 코는 왜 골까? 아주 먼 옛날에는 코골이는 남자가 밤중에 큰 소음을 내어 맹수로부터 자신의 여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가설을 내세우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을 제외한 동물 들은 엎드려 자거나 옆으로 잠을 자기 때문에 아랫턱이 아래로 처지는 일이 없다. 그래서 코를 골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등바닥을 땅에 대고 반듯하게 자는 본능 때문에 코를 골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인간은 오래 전에 바로 누워서 자는 법을 터득한 뒤로 코골이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코골이는 불독(불독은 아랫턱이 뒤로 가 있는 구조로 기도가 좁아져 있기 때문에 코를 곤다) 계통의 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동물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인간만 가진 특징이다. 코골이는 기도가 좁아지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숨을 쉴 때 코 입구부터 폐 사이 기도의 좁아진 부위에서 빨라진 공기 흐름 때문에 좁아진 부위의 점막이 떨리면서 소리가 난다. 코를 고는 소리는 코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입을 벌리고 숨을 들이마실 때 코와 목이 만나는 부위와 목구멍 안의 점막이 문풍지처럼 떨리기 때문에 나는 소리다. 이 단계까지는 건강한 사람도 경험하는 증상이며 병은 아니다.
    코골이는 기도가 좁아진 결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호흡 공기에 점막이 떨리면서 소리가 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코골이와 더불어 숨을 안 쉬는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되면 치료가 필요한 질환 즉 병이다. 단순한 코골이는 기도가 부분적으로 막히면서 코는 골지만 호흡이 정지되지는 않는다. 반면 수면무호흡증은 좁아진 정도가 심해 기도가 완전히 막히고 10초 이상 호흡이 끊어진다.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 또는 저호흡이 1시간에 5회 이상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으로 진단하는데 문제는 그런 환자들은 숙면을 취할 수 없어 피로를 달고 살고 낮에 졸립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한마디로 코골이는 단지 잘못된 잠습관이 아니라 만성 피로와 각종 질환을 일으켜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질병’이다. 이것이 바로 코골이를 치료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코골이의 구체적인 치료법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논해 보겠다.
    Premium Chosun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병원장 lsd134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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