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심장박사 의 심장 이야기

베란다에서 담배 피운 남편, 아내와 접촉만 해도…

浮萍草 2014. 1. 4. 12:01
    년전의 일이다. 
    어느 50대 중년 여성이 가끔 발생하는 가슴통증(흉통)으로 내원하였다. 
    흉통은 3분정도 시도때도 없이 발생하였는데 흉통이 생기면 그 증상이 너무도 심하여 식은땀도 동반되곤 하였으며 또 잠시 후 거짓말처럼 호전되기를 반복하였다.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아다녔으며 정밀검사라 볼 수 있는 관상동맥 혈관조영술까지 시행 받았는데 그 결과는 정상 소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심한 흉통은 이전과 같이 간헐적으로 있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였다. 
    그녀는 또다른 종합 병원 몇 군데를 방문하여 여러 검사를 받았고 그 때 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큰 병원에서 이상이 없었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흉통을 호소하는 엄마를 자녀들은“엄마는 매일 아프다고 하고...병원에서 괜찮다잖아요, 
    좀 참아보세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남편 역시 그런 아내가 힘들어 귀가 시간이 늦는 등 점점 그녀는 외톨이가 되었다. 
    결국 그녀는 또다시 큰 병원을 찾았으며 마지막으로 발걸음한 나의 진료실에서 그녀의 치료가 결정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집에서도 흡연을 하는 흡연기호자로 수십년간 남편으로 인해 간접 흡연자로 살아왔던 것이다. 
    결국 심장의 관상동맥 혈관이 경련을 일으키는 변이형 협심증이란 병명을 진단 받고 그에 적절한 약물 치료로 호전된 상태이다. 
    변이형 협심증은 혈관의 혈류 장애로 인한 협심증으로 담배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또 관상동맥이 경련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혈액공급이 안 돼 흉통이 발생되는 질환이다.
    담배는 협심증을 발생시키는 강력한 위험 인자로써 익히 알려져 있으나 간접 흡연의 중요성은 최근에서야 강조 되고 있다. 
    1492년 콜롬부스(에드발 콜론)가 신대륙으로부터 이 '연기나는 풀'을 가져온 이래 담배는 세계적인 기호품의 하나가 되었다. 
    당시 콜롬부스가 인도에 도착했다고 착각하고 서인도 제도라는 이름을 붙인 곳의 원주민들이 치료약이나 종교 행사에 사용하던 이 풀은 처음에는 단지 진귀한 흥미거리로 
    사람들에게 퍼져나갔고 이후에는 심지어 두통이나 각종 질병, 기생충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까지 곁들여 값비싼 기호품으로 퍼져나갔던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들어 세상은 달라졌고 담배는 더 이상 '약'이 아니게 되었고, 도리어 '독'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동안 흡연이 암을 유발하고 담배의 니코틴은 중독성이 강하다고 맨 처음 알아차린 것은 담배회사들이었고 그들은 수십 년 동안 이를 숨겼다. 
    직접 피우지 않고 간접흡연만 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라는 것도 담배회사들이 먼저 발견했고 이것 역시 철저히 숨겨오다, 이제는 뿌리까지 들통이 났다.
    자연스레 폐암 심근경색 등 흡연 관련 질병으로 죽는 이들도 늘어났고 이와 함께 이들이 흡연 때문임을 입증하는 수많은 논문과 연구가 쏟아져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6.5초마다 한 명이 담배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라고 발표했다. 
    매년 간접 흡연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확실하게 드러난 것 만도 60만명에 이른다. 
    직접 흡연으로 죽는 이들이 500만명이라니 흡연자 10명당 1명 이상의 비흡연자가 죽는 셈이 된다. 
    미국암학회에서는 “미국에서는 연간 16만명이 폐암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이중 10~15%가 비흡연자로 파악되었다”고 발표하였다.

    1973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공공 장소에서의 흡연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개인의 권리 침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간접 흡연의 폐해"가 알려지면서 흡연은 단순히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사회에 대한 해악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 "라는 술의 유연성과는 달리 흡연은 그 양에 관계없이 좋지 않으며 그 어떤 이익도 없다 라는 것이다. 간접흡연 폐해에 대해 인식이 있는 사람도 대부분 담배연기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러한 담배의 독성 입자들이 피부 모발 옷 카펫 또는 흡연자의 차량내부 등에 입자형태로 묻어서 냄새나 접촉을 통해 2차 흡연에 이어 3차 간접흡연을 이어가게 한다. 즉 베란다에서 홀로 흡연을 하고 안방으로 들어 온 남편과의 접촉으로 피부 머리카락 등에 묻은 각종 발암물질이 체내로 흡수되어 임신한 내 아내와 태아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런던 왕립 의과대학 바솔로뮤대학 울프슨 예방의학연구소 발트 교수 연구팀은 19개의 개별연구결과 흡연자와 살거나 일하는 사람은 심장병 위험이 30%나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간접 흡연자가 하루에 담배 1개비에만 노출되어도 하루에 담배 9~10개비를 피우는 흡연자와 같은 위험에 처한다고 발표했다. 툴레인대학교 통계학자 지앙 헤 박사의 연구에서도 이탈리아 뉴질랜드 중국 영국 일본 미국에서 행해진 18개의 흡연관련 연구자료에서 6만 5천점의 자료를 모아 컴퓨터로 분석하였더니 비흡연자가 흡연자의 옆에서 살거나 일하게 되면 심장병 위험이 23%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담배 독소에 방어할 준비가 되지 않은 간접 흡연가는 혈액에 산소를 충분히 운반하지 못하게 되고 담배연기가 세포를 자극해 피를 엉기게 함으로써 심혈관 질환 발생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영국 런던대 마크하머(Mark Hamer)교수팀의 연구결과에서는 비흡연자 중 간접흡연에 심하게 노출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비흡연자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2배나 높다고 발표했다. 이는 13,000명 이상의 비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타액검사를 통한 간접흡연의 정도 측정 후 8년간 추적관찰한 연구 결과로 간접흡연에 심하게 노출된 비흡연자(흡연자와 동거자 생활 환경에서 매일 간접흡연에 노출된 사람)는 1,500명당 32명꼴로 심장질환으로 사망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은 비흡연자는 1,000명당 15명꼴로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특히 어릴 때의 간접흡연은 성인이 된 후에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평생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 비흡연 폐암환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어릴 때 부모가 흡연가였고 어렸을 때 간접흡연에 노출됐던 여성들은 부모가 담배를 피우지 않은 여성 들에 비해 유산할 가능성이 80%나 높았고 영유아에게는 담배냄새도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담배연기 속의 니트로사민은 손 옷 벽면 등에 묻어 있다가 다른 화학물질과 결합하여 강력한 발암물질을 발생시키는 흡연의 3차 피해도 증명되었다. 이처럼 어릴적 간접 흡연은 유전자 손상, 혈관 내벽 손상, 혈액 응고 증가를 가져온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매년 약 5천여명이 흡연 및 간접흡연으로 사망하고 있다. 호주의 멘지스연구팀은 30대 중반의 장기 추적조사를 통해 어릴 적 간접 흡연이 혈관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을 가져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어린나이였던 20년 전부터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팔의 혈압을 측정해 동맥혈관의 탄성도를 평가했는데 어려서부터 간접흡연에 노출되었던 경우 동맥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맥혈관의 탄성도 저하는 심혈관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을 알리는 적신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어린이의 약 40%가 정기적으로 가정에서 흡연에 노출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금연거리를 지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금연한 사람보다 지금까지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을 더 지독한 사람이라 부르는 21세기의 담배박해세태에 대한 상소문을 애연가 조선왕조 정조 임금이 읽는다면 그의 용안에 주름살이 하나 더 늘 일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하면 관할 길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지자체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며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흡연을 하게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흡연가들은 이를 지나친 규제라 반발하고 단속의 실효성도 의문거리다. 하지만 흡연자에 대한 차별은 비흡연자 뿐 아니라 흡연자 자신의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결코 쉽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200여년전 지독한 애연가였던 조선왕조 정조를 다시 모셔올 수도 없는 시대가 됐다.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철학을 논하던 프랑스 파리 카페에서도 이미 담배연기가 사라졌지 않은가. 간접흡연은 불쾌감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주변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WHO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석면사용을 금지하고, 방사능 유출을 철저히 감시하는 것처럼 간접 흡연도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법적규제를 받지 않는 금연 사각지대가 너무도 많다. 그 피해는 바로 곁에 있는 나의 사랑하는 아내, 나의 아이들로부터 시작된다.
    Premium Chosun         임도선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dslmd@kum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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