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심장박사 의 심장 이야기

택시 운전사의 심장에 당기는 방아쇠

浮萍草 2014. 1. 4. 11:45
    뜻한 소통을 이야기하는 김애란 작가의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라는 한 편의 소설이 있다. 
    그곳의 배경이 되는 ‘택시’라는 공간은 이러하다.
    홍대에서 수색까지 가는 아가씨가 처음 본 택시기사 용대에게 볼륨을 높여 달라고 할 수 있는 곳 헤어진 애인 이야기를 초면의 사람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곳 술김에 갖은 
    허세를 부리며 당당해질 수 있는 곳. 
    어쩌면 택시는 앞으로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그런 택시에서 바라보는 바깥 세상의 밤은 차갑고, 매섭기만 하다. 
    소설 속 주인공 용대 또한 가족들에게 무시받고 외면당하면서 현실에 애정을 갖지 못한다. 
    소설 제목에서 뜻하는‘그곳에 밤’은 어쩌면 주인공 용대나 손님들이 택시 안에서 바라보는 허위와 무정함으로 찌들은 현대인들의 밤 혹은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심장전문의가 갑자기 무슨 ‘택시’ 이야기를 꺼낼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만나본 환자 중에서 심근경색 환자를 가장 많이 접했던 직업군은 바로 ‘택시기사’ 이다. 
    서민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서 하루의 다리가 되어주는 택시 기사. 
    한때 택시는 이렇게 시민의 발로 일컬어지며 각광을 받았지만 대체운송수단이 많이 늘어나면서 택시종사자 모두는 어려움을 말로 표현 못한다고 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그저 차만 몰고 씽씽 달리면 저절로 손님이 태워지고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니며 하루 종일 시내를 돌며 손님을 찾으러 다녀야 하고 정말 재수가 없는 
    날엔 그것조차 공치게 되는 일도 허다하다. 
    아마도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어른의 입장이라면 누구나 와 닿을 수밖에 없을 수많은 거리의 가장을 향한 안타까움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지난 10월의 저녁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막혀 사는 택시 운전사들에게 흡연은 돌연사를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maum@chosun.com

    ‘나는 택시기사입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환자들은 다수가 택시를 하면서 온갖 병을 다 얻었다고 한다. 스스로를 종합병원이라고 말할 정도다.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사납금을 채워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등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52개국 24.000 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INTERHEART’ 연구는 만성적인 직무스트레스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 발생률이 2배 이상 높다고 보고 했다. 그들은 좁은 운전석에서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질적인 무릎 관절염에다 허리·목 디스크 증상 치질 또한 있기 쉽고 제때 소변을 못 봐 방광염에다 전립선 질환, 불규칙한 식사로 위장약을 달고 산다고도 이야기한다. 이렇다보니 운동 부족과 연속적인 긴장감으로 스트레스가 많다. 또한, 도심에서 운행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교통 체증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대기 오염에 노출되기 쉽다. 무엇보다 잠을 자도 풀리지 않는 만성피로가 가장 큰 문제라며 택시 교통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또한 많다고 한다. 과로로 인해 심근경색 뇌출혈에 걸린 동료들이 주위에 많다고 열변을 한다. 이젠 나도 심근경색을 겪고나서 겨우 살아난 동료 중의 하나가 되었노라고. 앞서 그들이 얘기하는 많은 스트레스 요인들이 갖가지 질병들을 야기시키기도 하지만 그 중 그들이 내색하지 않았던‘필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그 스트레스를 받고 안 필 수 있겠는가’ 라고 자기합리화하며 어쩔 수 없었다는 흡연, 이는 스트레스와 함께 그들의 심장에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버스와 택시 등 여객자동차 운전사들의 차량 내 흡연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현행 법에는 버스.택시에 승객이 타고 있을 때만 운전사의 차내 흡연을 금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승객 탑승 여부에 관계없이 흡연이 전면 금지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 국토부는 운전사들이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독성 물질이 차량 내부에 남아 임산부.노약자를 포함한 승객에게 간접흡연과 악취 피해를 줄 수 있어 흡연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약 1만명 이상의 환자를 3년간 분석하여 흡연자와 비흡연자 그리고 간접흡연자들의 동맥경화의 진행을 관찰한 ARIC (Atherosclerosis Risk in Communities) Study의 결과를 보면 3년 동안의 경동맥(carotid artery)의 내막내측 두께를 흡연자와 간접흡연자와 비교한 결과 흡연자의 경우 내막내측 두께가 약 50% 증가했다. 간접흡연자의 경우에도 약 20%의 진행을 보였으며 비흡연자에 비해 11%의 진행을 보였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더 빠른 진행을 보여 간접흡연자 역시 동맥경화의 진행에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계속되는 흡연으로 인한 동맥경화증의 진행은 혈관의 내경을 좁아지게 하고 심장은 좁아진 혈관을 통해 피를 공급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며 혈액의 점도 또한 증가하여 혈전을 형성하기 쉽게 하여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의 심장 발작과 뇌졸중 그리고 급사의 위험을 증가시키게 되는 것이다.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 일컫는 것이 아니다. 특히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인 스트레스 흡연 운동부족 불규칙하고 고열량의 식습관 밤낮 교대근무 등의 고위험군에 많이 노출되어 있기에 항시 이를 위해 가족구성원으로서 남편의 그리고 아버지의 심장건강을 챙겨야 함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암은 진단된 이후 가족구성원들의 관심사가 되지만 심장병은 돌연사로 언제든 찾아올 수 있기에 증상이 없어도 가족이 나서서 심장건강을 체크하자고 챙길 필요가 있다. 어느 한 택시기사는 포럼을 통해 ‘즐거운 택시인생’이란 주제의 발표회를 갖고 이와 같이 말한다. “택시는 위험하고 어렵고 더럽다는 의미가 아닌 즐겁고(delightful) 역동적이고(dynamic) 자기 발전 가능한(developable)이라는 의미의 3D업종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여건이 한 순간에 달라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택시기사’에게 만연해있는 흡연 스트레스 등의 건강 악재에 대해 그리고 이들을 사회적으로 지원해야한다는 점에 대해 사회적 이해가 커지길 바란다. 그래서 그들이 사는 세상이 외면이 아닌 세상과의 따뜻한 소통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오길 소망해본다.
    Premium Chosun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dslmd@kum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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