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세시풍속 담론

<43〉머리와 가슴과 발

浮萍草 2013. 12. 24. 11:29
    이 세상의 구조는 ‘의타기<依他起>'
    ‘가슴에서 나아가 발을 움직이는 그 한 걸음’ 부처님은 삶 자체가 행동…서로 주변 돌봐야 “일생 동안의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 그리고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다.” 신영복 선생은 머리와 가슴의 차이에 대해, 그리고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려움에 대해 ‘가장 먼 여행’으로 표현하였다. 돌이켜보면 머리로는 그럴듯한 생각을 곧잘 하여 말로 내뱉지만 그것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기 어려웠고 가슴으로 느꼈다 하더라도 발을 움직여 행동으로 옮긴 적은 드물지 않은가. 행동하는 양심들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지만 그곳에 함께 발을 들여놓기란 참으로 먼 것이다. 그러기에 그는 또“머리 좋은 사람이 마음 좋은 사람만 못하고 마음 좋은 사람이 발 좋은 사람만 못하다” 하였다. 평생을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유행(遊行)하였던 부처님은 삶 자체가 행동이었다. 길을 걸으며 갖가지 상황을 만날 때마다 질문과 답변으로 가르침을 주었고 많은 이들이 모이면 넓은 들판에서 야단법석을 펼쳤으며 길 위의 숲에 누워 열반하셨으니 참으로 발의 의미를 생생히 일깨워준 삶이었다. 열반에 들며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놓은 소식에 이르면 그의 두 발로 남긴 것이 후세인들에게 길(道)이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주변사람들 중에 “나는 남에게 받지도 주지도 않고 산다”는 이들이 더러 있다. 사람들과 크고 작은 물질로 얽히는 것은 말썽의 소지를 지니고 있어 경험에서 우러난 자신만의 깨우침인 셈이다. 그러나 어디 그러기가 쉬운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삶의 지침으로 삼을만한 것인가.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의 구조를 의타기(依他起)라 표현하였다. 세상살이는 다른 것과 서로 의지하여 일어난다는 뜻으로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나만 홀로 서려 한다면 나 또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노인이 마을로 이사 온 부잣집을 방문하였다. 책을 읽고 있던 부자는 노인을 맞으면서 두 개의 촛불 중 하나를 급히 꺼버렸다. 노인은 ‘많이 인색한 분이구나’ 생각하며 마을아이들을 위해 세운 학당이 어려움에 처해 기부를 청한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런데 부자는 귀 기울여 듣더니 선뜻 큰 금액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 노인은 깜짝 놀랐다. “이토록 많은 금액을 기부하실 줄 정말 몰랐소. 내가 들어오자 촛불 하나를 끄기에 일은 틀린 거라 생각했지요.” 부자는 웃으며 말했다. “글을 읽을 땐 촛불 두 개가 필요하지만 이야기하는 덴 한 개라도 충분하니까요. 초 하나에 그토록 인색할 게 무어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이처럼 절약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제가 오늘 이런 금액을 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돈이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어렵다’는 옛말이 때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물질을 소유한 이보다 물질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이가 세상을 제대로 살고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면 가슴에서 발로 이어지는 여행이 참으로 멀다는 것을 더욱 절감한다. 눈앞에 고통 받는 이가 있다면 손을 잡아줄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들과는 물리적 거리가 마음까지 접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슴에서 나아가 발을 움직이는 그 한 걸음의 차이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우리는 또 ‘마음으로’ 안다.
    ☞ 불교신문 Vol 2973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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