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세시풍속 담론

<38> 소설(小雪)과 현동(玄冬)

浮萍草 2013. 11. 25. 10:06
    눈 내릴 때 화롯가에 있는가…
    과거 계절은 여름.겨울로 구분 겨울은 ‘깊은 것’을 취하는 시기 설(小雪)은 ‘첫눈’처럼 예쁘고 설레는 말이다. 새해에 내리는 눈을 상서롭다고 여겨 서설(瑞雪)이라 하듯이 첫눈 또한 좋은 징조로 반기게 마련이다. 입동이 겨울기운의 시작을 알렸다면 소설은 눈이 내리는 것으로 겨울이 한발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절기이다. 소설에 날이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된다고 보아‘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겨울은 추워야 자연스럽다는 당연한 사실을 느끼게 된다. 겨울을 뜻하는 ‘동(冬)’자는 본래 아랫부분의 두 점이 없었다고 한다. 윗부분의 치()자는 끈을 묶어놓은 모양인데 ‘끝’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였다. 끈으로 묶었다는 것은 일단락을 뜻하여 한 해의 마지막 계절을 나타내기에 적합했던 것이다. ‘마칠 종(終)’자도 실(?)을 동여맨다()는 조합으로 마친다는 뜻을 나타낸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런가하면 의 형상에서 겨울양식을 챙겨두는 의미를 유추하기도 한다. 갑골문에 나오는 그림형태의 이 글자를 보면 끈을 묶어 양쪽에 주머니를 매단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우내 먹을 나물이나 곡식 등을 쥐가 먹을 수 없도록 매달아놓는 우리네 풍경과 겹쳐지면서 식량갈무리야말로 겨울의 첫걸음인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나중에 ‘얼음 빙(氷→)’자가 들어감으로써 겨울의 의미가 더 확고해진 셈이다. 그런데 은나라 때까지만 해도 일 년을 봄과 가을의 두 계절로만 나타냈다고 한다. 두 계절을 각 여섯 달로 여겼기에 어른의 나이를 춘추(春秋)라고 하는 것도 이에서 유래했다. 주나라 때 봄의 후반을 여름(夏)이라 하고 가을의 후반을 겨울(冬)이라 일컬어 사계절이 정립되었다. 특히 여름을 뜻하는 ‘夏’자가 기우제에서 춤추는 무당의 모습을 상형한 데서 왔다니 흥미롭다. 이에 비해 서양에서는 동양과 반대로 봄.가을을 뜻하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여름과 겨울을 뜻하는 Summer와 Winter가 고대부터 생겨난 말인 데 비해 Autumn은 14세기 말에서야 생겨났다. Spring은 ‘급히 움직이다’라는 어원을 지녔는데 샘ㆍ용수철이라는 뜻으로 쓰이다가 점차 ‘빛이 보이다’, ‘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다’는 뜻이 생겨났고 ‘봄’을 일컫기 시작한 것은 16세기에 이르러서라는 게 통설이다. 유럽은 위도가 높아 일 년을 어둡고 긴 겨울과 밝고 상쾌한 여름의 두 계절로 나누었던 것이다. 명나라의 회산(晦山)스님이 쓴〈선문단련설(禪門鍛鍊說)〉에 나오는 내용으로 예전에 어느 고승이 눈 내리는 것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눈이 내리면 세 가지 유형의 스님을 볼 수 있다. 상등의 스님은 선실에서 좌선을 하고 중등의 스님은 먹을 갈아 붓을 들어 시를 짓고, 하등의 스님은 화로를 끼고 앉아 무얼 구워 먹을까 궁리를 한다.” 눈이 내릴 때 화로에 감자든 고구마든 구워먹는 스님이 흉 될 리 없다. 회산스님의 뜻은 마음 닦는 일을 뒷전에 두고 자연과 인간사의 변화에 민감한 수행자의 자세를 꾸짖는 것이리라. 본디 청춘(靑春)이란 봄을 달리 이르는 말이고 겨울을 달리 현동(玄冬)이라 부르기도 했다. 봄은 푸릇푸릇한 것을, 겨울은 깊은 것을 취한 것이다. 눈 내리는 그윽하고 깊은 겨울에 방황하는 이들을 위해 회산스님이 일찌감치 답을 내놓은 것일까.
    ☞ 불교신문 Vol 2963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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