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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수덕사 대웅전

浮萍草 2013. 9. 26. 11:02
    무엇이 자꾸만 돌아보게 만드는 것일까
    이 널찍한 경내는 더 없이 시원스럽지만, 알고 보면 한 중간에 있던 선방을 없앤 결과다. 1990년대 사찰 중수를 하면서 다시 꾸몄는데, 답답하긴 해도 고유했던
    한국 사찰의 맛이 사라졌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란 가을 하늘 아래 어울리지 않는 사찰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수덕사 경내의 그늘에 앉아 대웅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진정 오늘 가을 하늘은 수덕사를 위해 눈부신 햇살을 내려 보내는 것같이 마냥 감미롭기만 하다. 오랜 시간을 머금은 대웅전은 바르고 거짓말 할 줄 모르는 모범생처럼 정직해 보인다. 한 치의 흔들림 없이 한 자리에 지켜 선 채로 모셔온 부처님으로부터 받은 공덕인들 얼마나 지극할까. 기둥은 살아 있는 고목처럼 지상에 뿌리를 박고 늙어 온 듯하고, 서까래는 가지가 되어 지붕을 이고 수백 번 되풀이 된 눈과 비를 품에 안아 왔다. 그 세월이 정확히 705년. 건립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목조건축물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톡톡히 자신을 뽐낼 만큼 충분한 가치를 지닌 건물이지만 단청 없는 소박한 모습의 겸손함은 오히려 건물을 더욱 고풍스럽게 만들고만 있어 자꾸만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평일 오전 드문 인적의 경내에는 햇살만 가득하다. 대웅전은 한껏 여유를 부리며 일광욕 중이다. 그 모습을 스케치북에 담으며, 나 역시 햇살 아래 손을 내밀어 본다. 따스하다. 덕숭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선선했지만 지리했던 여름을 끝내는 공기가 나쁘지 않다. 가녀린 가을 내음 속에 수덕사의 대웅전은 그렇게 705번째의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1308년에 만들어졌다는 붓글씨가 발견되어 건립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이다.하지만 건축양식의 수법으로는 부석사 무량수전
    이나 봉정사 극락전이 건축연대가 조금 더 앞선 것이라고 한다.오래된 건물인 만큼 끝없는 변화가 수반되어 온 것이 사실인데,근래만 보아도 일제시대에는 대웅전
    맞배지붕 옆에 풍판이 달려 있었고, 일본식 세살문이 있었지만, 현재에는 풍판을 없애고 정면에는 빗살문을 달았다. 탑과 석등들의 위치를 비롯해 마당에서 대웅전
    기단 위로 올라가는 계단도 여러 번 바뀌어 왔는데, 최근 새로 놓인 난간 달린 하얀 화강암 계단은 조금 과해 보일 정도로 거창하고 손맛이 느껴지질 않아 이질적
    으로만 보인다.

    주심포 맞배지붕의 아름다움은 지붕을 받치는 측면의 구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배흘림기둥을 연결하는 각 부재의 견고하고 치밀한 구성의 배열은 건축을 넘어
    예술작품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원래 구성 부재들 사이에는 수생화도,나한도,소불삼례도,극락조도 등의 불화가 가득 그려져 있었다고 하는데 모두 손실되어
    지금은 노란 벽면만 단순하게 남았다.그래서인지 건축 부재들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듯하다.


    ☞ 불교신문 Vol 2946     이장희 일러스트레이터 www.tth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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