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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무위사

浮萍草 2013. 10. 20. 10:33
    극락보전 맞배지붕의 단아함이 마음을 사로잡아
    살짝 아래로 들어간 용마루의 중앙부는 전체적인 직선의 단조로움에 변화를 주고 있다.월출산고려시대에는 월생산이라 부르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와 월출산이
    되었다.‘달이 뜨는 산’이라는 멋진 이름 답게 경치도 일품인 호남5대 명산 중 하나다.배례석선각대사탑비(보물 507호)극락보전 조금 옆으로 신라말의 명승이었던
    선각대사의 업적을 기려 946년(고려 정종 원년)에 세운 비가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삼층석탑선각대사탑비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천년이
    넘는 탑이건만 훼손이 심해서 그런지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느낌의 석탑이다.사찰 답사를 다녀볼수록 이런 이름 없는 석탑들에 점점 관심이 가니 묘할 따름
    이다.이 커다란 세 나무는 팽나무 두 그루와 느티나무 한 그루인데 같은 즈음에 심어졌는지 크기도 수형도 비슷하게 자랐다. 마치 의형제를 맺은 듯 사이 좋게 서
    있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다.

    파랑새가 완성하지 못했다는 관음보살의 눈동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혹시 없는 것이 아니라 지그시 눈을 감은 미소의 모습은 아닐까… 전을 짓고 백일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한 노승이 찾아왔다. 그는 새로 만든 법당에 자신이 직접 벽화를 그리겠다고 자청하였다. 주지 스님은 노승의 차림이 비록 누추했지만 범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이내 노승의 요구에 승낙했다. 노승은 49일 동안 절대 법당을 들여다보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노승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법당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이를 너무나 궁금히 여긴 주지 스님은 결국 49일이 되던 마지막 날 문에 구멍을 뚫고 안을 들여다보고 말았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곳에 노승은 온 데 간 데 없고 작은 파랑새 한 마리가 붓을 물고 벽화를 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인기척을 느낀 파랑새는 붓을 떨어뜨리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관음보살의 눈에는 눈동자가 없다고 한다.
    아미타여래삼존벽화(국보 313호)두루마리 탱화가 아닌 토벽의 붙박이 벽화로 그려진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후불벽화다.실내에 있는 모든 벽화는 모두 보물1315
    호로 지정되어 있으나 아쉽게도 관리의 어려움으로 경내 성보박물관에 옮겨 보관하였고, 지금 있는 것들은 모사된 그림들이다.아미타여래삼존좌상(보물 1312호)
    벽화를 조성하고 2년 뒤에 본존불을 조성했는데, 불상의 모습은 벽화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그동안 목조로 알고 있던 삼존불은 최근 균열로 인한 보수를 하며
    소조인걸로 밝혀져 학계로부터 깊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찰들의 전설 중 하나다. 파랑새가 그렸다는 벽화는 전남 강진의 무위사 극락보전 안에 있다. 사실 비슷한 전설이 다른 절에 없지 않지만 무위사 극락보전하면 파랑새를 떠올릴 만큼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무위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무위(無爲)’라는 뜻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아무 걸림이 없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는 불교적 의미다. 이 또한 마음에 와 닿는다. 이 벽화가 있는 극락보전은 국보13호로 1430년에(세종12년) 지어진 우리나라에 몇 남지 않은 조선 초기 건물이다. 팔작지붕의 유려한 안허리 곡선의 전통한옥만 알던 내게 맞배지붕의 참맛을 깨닫게 해준 건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천년고찰이라는 무위사 가람을 직접 거닐어 보면 황량함마저 감돈다. 번창했을 때 58동에 이르던 전성기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극락보전을 제외한 모든 전각들이 최근 새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월의 묵혀 온 깊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말쑥한 모습의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을 들어서면 종무소 누각 밑으로 극락보전 맞배지붕의 단아함이 이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경내로 올라서는 발걸음에 설렘마저 담긴다. 극락보전에 들어서 배를 올리고 앉아 삼존불과 후불벽화를 바라본다. 파랑새가 완성하지 못했다는 관음보살의 눈동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혹시 없는 것이 아니라 지그시 눈을 감은 미소의 모습은 아닐까. 전설이 가져다주는 미완의 아름다움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를 파랑새를 기다리는 긴 여운으로 남는다. 가만히 눈을 감자 부드러운 바람이 느껴졌다. 마치 파랑새 날갯짓 같은 희미한 미동. 오후의 법당 안에는 어떤 무위의 편안함이 살포시 밀려 들어왔다.
    ☞ 불교신문 Vol 2953     이장희 일러스트레이터 www.tth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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