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자 실전인문학

<6> 제 1장 한자개론 우주적 논리, 체계, 질서의 한자

浮萍草 2013. 7. 20. 10:43
    한자는 무엇인가? - 옛사람들의 사고방식
    5) 옛사람들의 사고방식 문학(人文學)이라는 학문의 장르가 있습니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인간의 문을 통한 인식 체계’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文)’은 ‘문(門)’과 같은 것으로, 사람의 머리 정수리에 있는 숨구멍(頂門)을 말합니다. 머리 정문을 통한 두뇌의 작용으로 인식한 결과가 인문학인 것입니다. 따라서 동양 인문학이라 하면 동양 사람들이 인식한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 자신에 대한 가치체계라고 말할 수 있는데 동양에서는 대체로 bc500년경에 이 정신이 정립되고 가치가 체계화된다는 점을 들어 서양의 어떤 학자는 이 시기를 ‘축(軸, axial Age)의 시대’라고 불렀습니다. 보통 bc500년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 맹자, 우파니샤드 등으로 인해 인류의 정신이 정립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견해도 한자의 이해가 깊어지면 아주 부분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동양에서 공자는 ‘성인(聖人)’으로 추앙되며 인문학의 태두라고 불릴 정도로 부동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양의 가치체계는 유교(儒敎)가 장악하고 있고 유교의 기원이 공자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자는 어떻게 해서 ‘공자’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일까요? 용어 그대로 ‘생이지지(生而知之)’ 즉 태어나면서부터 저절로 그렇게 알게 된 것일까요?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이 논어 속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溫故而知新(온고이신)’ 즉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서(尙書)의 기록을 통해 일찍이 고대 요순(堯舜) 등 제왕(帝王)들과 소통했다고 술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공자께서 말한 많은 가르침들의 출처가 ‘옛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공자의 지식의 출처는 독서였던 것입니다. 노자(老子)는 도(道)와 덕(德)에 주목하여 5천자라고 불리는《도덕경(道德經)》을 남겼는데, 노장사상(老莊思想)으로 불리는 자연철학의 창시자 노자의 지식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노자가 주나라 왕실 도서관의 관장으로 종사했다는 사실에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겸애설(兼愛說)을 주장한 묵자(墨子)는 역사책인 ‘춘추(春秋)’를 묶은 끈을 10번이나 고쳐 매야 할 정도로 춘추를 읽고 또 읽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묵자의 겸애설의 출처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가(儒家)의 논리적 허점을 냉철하게 지적한《논형(論衡)》의 저자 왕충(王充)은 가난 때문에 책을 살 돈이 없어 서점의 한 모퉁이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을 읽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왕충(王充)의 날카로운 안목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요? 소위 축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인류의 정신이 정립된 시기 철학자들을 키운 학문적 소양이 독서였다면 책은 과연 무엇일까요? 책은 문자의 창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책은 곧 문자의 묶음입니다. 노자를 노자이게 하고 공자를 공자이게 하며 묵자를 묵자이게 하고 왕충을 왕충이게 한 책, 그 책을 이루는 문자(文字), 문자(文字)는 과연 무엇일까요? 노자, 공자, 묵자, 왕충을 길러낸 터전이 ‘문자(文字)’라면 ‘한자’에게서 그 학문적 소양의 기원을 찾는 것이 허황된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한자야말로 동양의 정신, 인류 문명의 산물이니까요. 그렇습니다. 한자는 단순히 책을 읽기 위해 배우는 도구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높은 정신적 소양을 갖춘 주인공들이 체득한 우주와 자연과 인간의 질서와 체계를 이용해서 한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한자 속에 이미 우리가 알려고 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공자에게 제자들이 물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많은 가르침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仁(인)이다” 공자가 논어(論語)에서 수 천자의 한자를 동원하여 설명하려는 것이 단 하나의 한자 ‘仁’이었다는 것에서 역설적이지만 한자의 위력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논어의 수많은 말들을 단 하나의 글자로 대별할 수 있을 정도로 한자의 위력은 실로 막강합니다. 한자의 효용성은 한자가 만들어진 이후 5천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실용문자로써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한자가 만들어진 논리와 체계와 질서가 우주적이며 근원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다 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Whantimes         조옥구 한자연구소장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