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자 실전인문학

<3> 제 1장 한자개론 한자가 알기도, 배우기도 힘들다?

浮萍草 2013. 6. 14. 09:13
    
    2) 방법이 없는 한자 학습
    울 강남의 모 초등학교에서 한 학기동안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상은 5학년 학생 24명. 8개 반에서 각각 3명씩 선별된 24명은 한자를 배우기 위해서 학원에 가거나 방과 후 한자 학습에서도 제외된 그러니까 한자 학습에 관한한 
    변방에 놓여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어린이들과는 처음 만나는 것이어서 첫 시간에 ‘한자’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생각 한가지씩을 말해보기로 했습니다.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어렵다’‘배워야할 숫자가 너무 많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답이었습니다. 
    한자가 어렵고 또 배워야할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은 어린이들만의 생각이아니라 성인도 공감하는 사실이니까요.
    그중 한 아이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죽고 싶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의 장난기어린 표현이겠지만 이유를 알고 싶어서“한자 때문에 죽고 싶다니 무슨 말이냐?”라고 물었더니 엄마는 한자급수 따라고 성화고 자기는 한자가 
    어려워서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모 일간지에 한자학습지 관련 회사 연구소장의 한자에 관한 인터뷰기사가 실린 적이 있습니다.
    한자학습의 비결을 묻는 물음에 연구소장은 “수십 번씩 써보고 무조건 외우는 수밖에 없다”라고 답하였습니다.
    한자연구소 소장의 공적인 발언이므로 이는 한자에 대한 우리의 실상을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조선조 어린이들의 처지는 더욱 힘든 것이었습니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할 당시에도 조선조의 어린이들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천자문(千字文)과 시름해야 했습니다.
    담장 밖으로 천자문을 낭독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선비집안의 자랑으로 여길 정도였습니다.
    동양사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 또는 생활과 교육에 필요한 덕목 철학적 인식 등을 엮어 양(梁)나라 사람 주흥사(周興嗣)가 쓴 것으로 알려진 천자문은 약
     2천년동안 한자 학습을 위한 교재로써만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전하는 도구로써의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천자문(千字文)’
    은 어린이용 한자 학습서가 아닙니다.
    ‘천자문’으로 한자를 배운다는 것은 마치 옛 시(古詩)를 이용해서 한글을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학습서라고 할 만한 마땅한 교재가 없다보니 그나마 천자문에 의지해서 한자를 배우는 것이지 천자문 자체는 학습서라기보다는 노련한 작가가 쓴 한편의 역사․문화․
    철학 소위 문사철(文史哲)의 서사시로 보아야 합니다.
    동양에서 기초적인 인문학적 소양은 천자문을 통해서 전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천자문을 마친 어린이들은《격몽요결(擊蒙要訣)》《사자소학(四字小學)》등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동양학의 태산준령이라 할 수 있는 소위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도 어린이들에게 중학생까지는 900자 고등학생 900자 상용1800자, 상용 3500자 등으로 단계를 정해놓고 배우기를 요구하지 않습니까?
    최소한의 상용한자를 정해놓고 무조건 외우기를 요구하는 우리의 한자교육.
    수 십 번씩 써보고 무조건 외울 수밖에 없는 우리의 한자학습!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한자가 무엇인지 모르고 무조건 답습을 강요하는 한자교육!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과연 한자는 처음부터 알기 힘들고 배우기 힘든 그런 문자일까요? 
    
    Whantimes         조옥구 한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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