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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삼복(三伏)

浮萍草 2013. 7. 15. 09:22
    복밭 일구는 삼복<三福>날로 삼자
    더위라는 ‘불기운’을 다루는 ‘잡절’의 하나… 백중 하안거 중이니 정진으로 더위 이겨내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말이 있다. 삼복더위가 밥알조차 무겁게 느껴질 만큼 심신을 지치게 만든다는 뜻이다. 대개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들어 20일이면 삼복이 끝나지만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이나 되는 올해는 한 달 내내 복중(伏中)에 놓인 셈이라 심리적 더위도 길어질 듯 하다. 삼복은 24절기가 아니라 잡절(雜節)이다. 대표적인 잡절이 한식과 삼복인데, 24절기를 기준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 날을 잡아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는 지침을 알려 주는 날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한식이 실제 ‘불’을 다루는 날이라면, 삼복은 ‘더위’라는 ‘불기운’을 다루는 날인 셈이다. 삼복의 의미 속에는 ‘여름과 가을’, ‘양기와 음기’ 간의 갈등 또는 화합이 담겨 있다. 옛사람들은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에 세 날짜를 정해놓고, 사람이 개처럼 엎드린 모습에 굴복.복종의 뜻을 지닌 ‘伏’ 자를 써서 삼복(三伏)이라 불렀다. 이는 가을의 음기가 일어나려다가 여름의 양기에 눌려 엎드려 있다는 것으로 여름의 불(火) 기운이 가을의 금(金 기운을 제압해 굴복시켰다는 뜻이다. 불이 약하고 쇠가 성하면 불기운을 눌러 꺼버릴 수 있겠지만 불기운이 강하고 왕성할 때는 능히 쇠도 녹여버리지 않겠는가. 따라서 불이 성할 때는 고개를 들려던 금의 기운도 세 번까지 굴복한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한편에서는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삼복은 경일(庚日)인 날에 들게 된다. 하지 후 셋째 경일이 초복 넷째 경일은 중복이며 입추 후 첫 경일이 말복인 것이다. 이처럼 경일을 복날로 삼은 이유는 오행으로 볼 때‘경(庚)’은‘금(金)’이고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기 때문에 가을의‘금(金)’기운으로 여름의 ‘화(火)’ 기운을 물리치려 함이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꼽는 삼계탕에서도 더위에 맞서 이겨내려는 이치를 배운다. 닭과 인삼은 영양을 보해줄뿐더러 양기가 강하여 속을 덥게 하니 몸속과 바깥 기운의 균형을 맞추려는 이열치열의 원리가 담겨 있다. 그런데 닭(酉)을 방위와 십이지로 보면 서쪽에 해당하여 오행으로 금이요, 계절로는 가을이다. 닭의 속살 또한 서방의 색 금의 색과 같은 흰색이니 금의 기운을 지닌 날에 금 기운의 닭을 먹고 더위를 극복하라는 선인들의 뜻과 지혜가 놀랍다. 당나라의 동산양개(洞山良价) 스님은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법을 묻는 제자에게 답한다. 그것은 ‘추위와 더위 따윈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이며 그곳은 ‘추울 때는 추위에 뛰어들고 더울 때는 더위에 뛰어듦’이라고…. 정진으로 이열치열하는 우리의 불교 삼복풍습이 이러한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듯하다. 사찰마다 백중기도에 들고 스님들은 하안거 중이니 사부대중이 한결같은 정진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자들은 더위에 굴복하는‘삼복(三伏)’을 복밭을 일구는‘삼복(三福)’으로 새겨봄직하다. 불교에서 꼽는 삼복(三福)이란 인륜의 도를 지키고 행해서 얻는 세복(世福) 부처님이 제정한 계율을 지켜 얻는 계복(戒福), 스스로 불도를 닦고 다른 이에게 전하여 얻는 행복(幸福)을 말한다. 세복, 계복, 행복이 또한 하나의 도로 통하는 것이기에 일심으로 정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불교신문 Vol 2927호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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