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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망종(芒種) 거두고 뿌리다

浮萍草 2013. 6. 4. 10:58
    한 철 하화중생, 다시 상구보리…
    보리는 종자로 거둬들이고 벼는 옮겨 심으니 
    시종 더불어 살고 있는지 돌아보라는 일깨움
    
    “보리는 익어서 먹고 볏모는 자라서 심으니 망종이라”고들 한다. 
    소만과 하지 사이에 드는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고 모를 심는 절기이다. 
    한해의 절반을 넘기는 6월에 한해 농사 가운데 가장 소중한 쌀과 보리를 한편에서 거두고, 한편에선 또 준비하니 절묘하다. 
    결실을 맺음은 곧 다른 결실을 위한 준비인 것이 우리네 인생 아니던가.
    망종까지 보리추수를 해야 모내기에 전념할 수 있음은 물론 보리를 베어낸 밭을 갈아 콩도 심어야 하니 중요한 일들이 겹친 망종 무렵은 바쁘기 그지없다. 
    그래서“부지깽이도 나서서 한 몫 한다”“제 발등에 오줌 싼다”“죽은 송장도 일어나 거든다”는 속담이 성행한 시기이기도 하다. 
    
    “엄마는 아침부터 밭에서 살고
    아빠는 저녁까지 논에서 살고
    아기는 저물도록 나가서 놀고
    오뉴월 긴긴 해에 집이 비어서
    더부살이 제비가 집을 봐 주네”
    라는 동시에도 종일토록 온가족이 논밭에 나가 일하는 오뉴월 농번기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
    그런가하면 정약용은 다음과 같이 농가풍경을 재미있게 읊었다. 
    
    “작기가 주먹만한 갓 까놓은 병아리들
    여리고 노란 털이 깜찍하고 예쁘구나
    어린 딸 공밥 먹는다 말하는 자 누구더뇨
    꼼짝 않고 뜰에 앉아 성난 솔개 보는 것을.” 
    어린아이도 행여 솔개가 햇병아리를 채갈까 야무지게 제몫의 밥값 하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일손만 바쁜 것이 아니라 하늘의 도움 또한 절실하다. 
    ‘찔레꽃가뭄’이라 하여 찔레꽃 피는 이 시절에 곧잘 가뭄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천수답이 많고 수리시설이 미약했기에 모내는 철에 비가 오지 않으면 한해 농사를 그르치기 일쑤였다. 
    모내기철 비 소식에 목마른가 하면, 돌아서기 무섭게 또 장마걱정으로 넘어가곤 한다. 
    이렇듯 해마다 되풀이되는 농사건만 늘 가슴 졸이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농부들의 삶이었다. 
    극심한 가뭄과 장마가 농사일뿐이겠는가. 
    굽이굽이 인생을 마칠 때까지 크고 작은 고비를 넘기며 용케 살아온 저마다의 삶이 장하고 또 애틋하다.
    망종(芒種)의 ‘芒’은 벼나 보리처럼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을 말하니, 
    결국 보리는 종자로 거둬들이고 벼는 새로 옮겨 심는 시기임을 알리는 셈이다. 
    농부가 수확과 파종을 거듭하며 인간과 자연의 생명을 이어주듯 각자의 자리에서 마무리와 시작을 거듭하며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라는 일깨움인 
    듯 여겨진다. 
    선비와 학자는 면학하여 제대로 수확하며 새로운 깨우침을 열어가고 있는지 그러한 깨우침이 책상머리와 상아탑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사회의 문제에 
    기여하고 있는지. 
    수행자는 참구하고 깨달아 자비와 지혜로써 세상의 빛이 되고 있는지….
    어떤 여류작가는 자신의 정적(情敵)에 대해“그녀가 싫은 것은 단 한 가지 화가인데 그림을 못 그린다는 것”이라고 했다던가. 
    모든 이들이 맡은 바 일을 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고가 아니라 최선’이듯 결국 의도와 진정성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가짐이라면 무엇인들 능히 해내지 못하겠는가. 
    보리수확을 마무리하고 모내기에 들어선 농부들처럼 한철 하화중생(下化衆生)으로 대처에 나섰다가 다시 상구보리(上求菩提)를 위해 하안거에 들어선 스님들의 
    삶을 응원한다.
    
    불교신문 Vol 2917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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