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12] 치매극복 걷기 대회… 8세부터 88세까지 500명 참가

浮萍草 2013. 5. 29. 07:00
    "치매, 우리 함께 이겨내자"… 아픈 아내·엄마 손잡고 희망의 行進
    치매 아내와 함께 온 남편, 치매 걱정하는 노부부도 "치매와 싸우는 사람들 만나 함께 얘기하며 큰 힘 얻어" "엄마, 열심히 돌봐드릴게요" "여보, 지금처럼만 있어주오…" 희망의 우체통에 엽서 수북 씨 30도 따가운 햇볕도, 세월의 무게로 가늘어진 다리도 그들의 걸음을 붙잡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치매센터가 주최·주관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한'치매 극복 걷기 대회'가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강시민공원 뚝섬유원지에서 열렸다. '동행 치매를 넘어'라는 대회 슬로건처럼 여덟 살 꼬마부터 88세 노인까지 500여명이 한데 모여 3.2㎞ 코스를 따라 걸었다. 걷는 내내 도란도란 얘기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유진호(80)· 이규연(77)씨 부부는"요즘도 사람 이름이 기억 안 날 때마다'우리 내외가 치매 아닌가' 걱정했다" 며 "이곳에서 치매를 이겨내려는 많은 분과 만나 얘기 나누면서 외로움을 떨쳐내고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ㆍ치매 가족도, 일반인도 "치매를 넘어 희망을 되새긴 하루"
    "남자보다 여자가 치매에 더 잘 걸린다."(정답: ○) "옛날 일을 잘 기억하면 치매가 아니다."(정답: X)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치매 상식 OX 퀴즈'부터 풀었다. 사회자가 정답을 발표할 때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아∼"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인천에서 왔다는 조복열(여·64)씨는"평소 치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10번 문제에서 탈락했다"며 아쉬워했다.
    아름다운 동행,치매를 넘어…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치매센터가 주최·주관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한 ‘치매 극복 걷기 대회’가 25일
    서울 뚝섬유원지에서 열렸다.5월의 화창한 봄날,치매를 알고 이겨내기 위해 모인 참가자 500여명은 한강변 3.2㎞ 결승점을 향
    해 한 걸음씩 내디디며 치매 극복의 의지를 다졌다. 거의 모든 참가자가 완주했다. /성형주 기자

    오후 3시 참가자들이 몸풀기 체조를 한 뒤 "동행 치매를 넘어"를 다 함께 외치며 뚝섬유원지 수변 무대에서 1.6㎞ 떨어진 반환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임춘수(69)씨는 이날 4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고경희(66)씨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괜찮지?" 더운 날씨 탓에 아내의 이마에 땀이 맺히자 임씨가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아내는 말없이 웃었다. 치매 환자 가족뿐 아니라 일반 참가자들도 걷기 행렬에 동참했다. 초등학생 아들딸을 데리고 온 이모(37)씨는"아이들에게 치매는 부끄러운 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함께 왔다"고 말했다. 중앙치매센터 직원들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코스 곳곳에서"아버님, 어머님 힘내세요. 파이팅!"을 외치며 함께 걸었다. 주말을 맞아 한강으로 나온 시민들은 이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원어민 강사 제이슨(34)씨는"치매(dementia)를 이겨내자는 취지로 걷기 대회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며"가족이 함께 손잡고 걷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고 말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한 시간이 채 안 돼 3.2㎞ 코스를 완주했다. 최고령 참가자 조규상(88)씨는 "치매에 대해 공부도 하고 이렇게 걸으면서 운동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였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치매에 관심을 갖는다면 치매도 이겨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ㆍ치매 아내에게 보내는 엽서… "지금처럼만 있어주오"
    이날 걷기 대회 주최 측 부스 한 곳에는 빨간 '희망우체통'이 마련됐다. 이 우체통에는 걷기 대회 전후 참가자들이 치매 환자들에게 쓴 엽서 수십 통이 담겼다. '엄마! 치매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답니다. 열심히 돌봐드릴게요' '누님 힘내세요. 꾸준히 치료하면 건강이 찾아올 겁니다' 같은 치매 가족의 엽서부터 '훌륭한 간호사가 돼 어르신들 따뜻하게 보살펴드릴게요'라고 쓴 대학생 엽서까지 다양했다. 임춘수씨도 아내를 향해 엽서를 썼다. '언제까지 함께하고 싶은 당신께. 사십 년이 지난 오늘 기억을 하나씩 잃어가는 기억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당신을 곁에서 지켜보는 내 마음은 한없는 후회뿐입니다. 당신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내 부족함을 당신이 알아줬으면 고맙겠고. 지금처럼 더 이상 힘들지 않으면 고맙겠어요. 못난 남편이 201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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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안준용 기자 / 박상기 기자 / 이민식 기자 /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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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5년전 치매 조기 발견후 희망 갖고 간호, 일상생활 거의 지장 없어… 
    의사도 놀랄 정도"
    3.2㎞ 완주한 서소광씨 부부 "5년간 약 한 번도 안 거르고 매주 치매지원센터 찾아 치료… 아내, 요즘도 출근해 업무"
    치매 극복 걷기 대회 참여한 장덕례·서소광
    (왼쪽부터)씨 부부가 한강변을 걷고 있다.
    /성형주 기자
    "자∼한번 웃어봐요. 김치∼이." 치매 극복 걷기 대회에 참가한 서소광(70)씨는 아내 장덕례(63)씨에게 연신 카메라 포즈를 취해보라고 했다. 장씨가"귀찮아 그만하자"고 해도 서씨는"오랜만에 멀리 소풍 오니까 좋잖아. 어이쿠 저기 꽃이 예쁘게 피었네"라며 아내를 또 강변에 세웠다. 서씨가 열심히 사진을 찍는 이유는 따로 있다. 2008년 치매 진단을 받은 아내가 외출했던 기억을 종종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처음 기억이 안 난다고 했을 때는 얼마나 당황스러웠던지…. 그런데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니까 다시 기억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서씨의 최신형 스마트폰에는 아내와 함께한 나들이 사진과 동영상이 가득하다. 5년 전 장씨는 갑자기 2∼3개월 만에 체중 10㎏ 이상 줄었고 전화할 때 들은 내용을 금방 잊곤 했다. 병원 진단을 받아보자 알츠하이머 치매라는 결과가 나왔다. 서씨는"아내 나이 60도 안 됐을 때였다.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장씨의 상태는 의료진도 놀랄 정도로 호전됐다. 5년 전처럼 장씨는 요즘도 남편이 운영하는 공장에 출근해 전화 받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일상생활이나 의사소통에 거의 지장이 없다. 증상이 보이자 병원에 가 치매를 조기 발견했고 남편 서씨가 헌신적으로 간호한 덕분이다. 서씨는"5년 동안 한 번도 약 먹이는 걸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서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아내를 데리고 치매지원센터를 찾고 두 번은 집 근처 공원을 2시간 이상 산책한다. 꾸준한 체력 관리 덕분에 부부는 이날 낮기온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에도 3.2㎞를 완주했다. 장씨는 걷는 동안 강변에 핀 꽃 이름을 척척 알아맞히기도 했다. 서씨가 꽃이 보일 때마다"저 꽃은 뭐더라?"라고 물었고 아내가"저건 금송화야"라고 답하면 남편의 얼굴에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 부부는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서씨는"처음 아내가 치매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모른다"며"치매는 절망적인 병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고 말했다. 서씨는 희망우체통 엽서에 이렇게 적었다. '앞으로도 매일매일 건강한 모습으로 마주 보면 좋겠습니다. 늘 웃는 모습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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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안준용 기자 / 박상기 기자 / 이민식 기자 /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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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환자 가족,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간병
    간병 시간이 가장 큰 부담… 36%는 한 명이 간병 전담
    "일주일에 한 번도 집 밖으로 못 나가는 때가 있어요. 몇년 전부터는 밤에 시어머니가 몰래 나갈지 몰라 문 앞에서 잠을 자고요. 큰아이 중학교 입학하고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 한 번을 못 가봤어요."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박모(50)씨는"5년 전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리고부터 '나의 삶'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실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은 '간병 시간'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의대 김희진 교수 연구팀이 치매 환자 가족 100명을 설문 조사해 발표한 '치매 환자 보호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 가족은 '간병 시간(7점 만점 중 평균 5.75점)'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이는 '간병 방법(5.66점)', '사회관계 악화(5.58점)' 등보다 높은 수치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은 3년 이상 치매 환자를 돌본 가족으로, 이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치매 환자 곁에서 보내고 있었다. 간병 시간이 특히 부담이 되는 이유는 치매 환자 간병을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전담하기 때문이다. 설문 조사 결과 전체의 36%가 '환자를 가족 한 명이 돌보고 있다'고 답했다. 치매 증세가 심해질수록 간병 시간도 늘어나지만 대부분 가족은 늘어난 간병 부담을 여전히 한 명에게 떠맡기고 있었다. 이로 인해 결국 직장을 그만두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인 경우도 상당수였다. ' 치매 환자를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뒀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7%였고 51%는 '일하는 시간을 줄였다'고 답했다. 김희진 교수는"치매 환자 간병은 언제 끝날지 모를 장기전(長期戰)인데 이를 한 명에게 맡기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가족 구성원들이 역할 분담을 하거나 돌아가면서 환자를 돌봐야 하고 간병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도 마련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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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안준용 기자 / 박상기 기자 / 이민식 기자 /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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