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11] 치매 예방·치료 속도 내는 한국의 최첨단 연구

浮萍草 2013. 5. 28. 07:00
    말하고 게임하고… 치매 예방 로봇 '실벗', 기억력 향상 효과 크다
    실벗, 참여자 행동 기록… 치매 진행속도 살피는데 큰 역할 3개월 동안 하루 1시간씩 이용한 사람들 대뇌피질 두꺼워져 혈액검사 통한 조기진단 연구도 활발… 5년내 상용화 목표 난 13일 서울 강남구 치매지원센터. 둥근 몸통의 로봇이 흰색과 검은색이 교차하는 바둑판 위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10여명의 눈길이 로봇에 집중됐다. 로봇은 "제가 움직인 대로 똑같이 이동해 보세요. 이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시공간 지각 능력을 향상시켜 줍니다"라고 말했다. 로봇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한 사람씩 바둑판 위에 섰다. 자신 있게 움직이던 김모(67)씨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로봇의 이동 경로를 잊어버린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로봇은"제한 시간이 다 됐습니다. 다음엔 꼭 성공하세요"라고 말했다. 이 로봇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010년부터 2년간 제작해 작년 초 내놓은 치매 케어 로봇 '실벗'이다. 의료진과 협의해 제작한 치매 예방·치료 프로그램 7개가 내장돼 있다.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말하고 게임하고… 치매 예방 로봇'실벗',기억력 향상 효과 크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치매지원센터에서 치매 케어 로봇 ‘실벗’을 활용한 치매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실벗이 바둑판 위를 이동
    한 자리를 기억했다가 따라 걷는 게임 ‘실벗 따라 종종종’은 시공간 지각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채승우 기자

    로봇을 이용한 치료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3년 전부터 기억력에 문제를 느껴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해왔다는 김씨는"당시엔 금방 들은 얘기도 까먹고 손자 이름이 기억이 안 나 펑펑 울기도 했다"며"로봇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고 요즘은 기억력이 좋아져 실수도 잘 안 한다" 고 말했다. 로봇을 제작한 KIST 김문상 지능로봇사업단장은"참여하는 사람의 기억력 집중력 등이 게임 기록으로 저장되는데,이 기록의 변화가 치매 진단이나 진행 속도를 살피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실벗의 치매 예방 효과는 의학적으로도 검증됐다. KIST와 삼성서울병원이 진행한 공동 연구 결과 3개월간 하루 1시간씩 로봇 프로그램을 이용한 60세 이상 노인 24명의 대뇌피질이 미세하게 두꺼워지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같은 기간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은 37명의 대뇌피질은 얇아졌다. 대뇌피질은 감각과 운동, 언어 기능을 담당한다.

    KIST는 혈액검사를 이용한 치매 조기 진단법에서도 상당한 연구 성과를 거뒀다. 현재 치매 진단은 과정이 복잡하고 오진(誤診)도 많다. 혈액으로 치매 진단이 가능해지면 간단한 건강검진만으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된다. KIST 김동진 뇌과학연구소장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혈액에도 들어 있다"며"혈액에 있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치매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치매 완치의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껏 치매에 걸리면 뇌세포가 파괴돼 기억이 사라진다'는 게 정설이었지만,'뇌에 기억이 남아있는데도 이 기억을 제대로 꺼내 오지 못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치매 원리의 증거를 찾았기 때문이다. KIST 이창준 신경과학연구단장은 "치매 환자의 기억회로를 복원하면 이미 치매가 진행 중인 환자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KIST에 따르면 로봇을 활용한 치매 예방·치료, 혈액을 이용한 조기 검진,치매 원리 연구는 모두 세계 최초의 성과로 각각 저명한 국제 저널에 논문 게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1대당 3000만원인 치매 케어 로봇은 대량생산이 어려워 현재 국내 2곳 해외 1곳에만 보급된 상태다. KIST의 치매 관련 연구진은 20여명, 1년 예산은 60억원 정도다. 미국 대형 제약회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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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안준용 기자 / 박상기 기자 / 이민식 기자 /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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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발 앞서가는 선진국들
    스웨덴, 전문가 280명 특별팀 구성… 백신 상용화 등 연구… 호주, 2년마다 대규모 치매학술회의 열어 국민관심 높여 재 세계 곳곳에서 '치매 퇴치 전쟁'에서 이기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치매 연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호주 호바트시(市)에서 호주 치매 연구 협회인'알츠하이머 오스트레일리아'주최로'전국 치매 학회 (Alzheimer's Australia National Conference)'가 열렸다. 이 학회를 위해 전 세계 치매 전문가와 치매 환자, 가족 등 8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학자들은 최신 연구 성과를 토대로'음악·미술 치료의 효능','건강한 식습관' 등 치매 환자를 돌보는 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발표 했다. 환자 가족들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2년마다 열리는 호주의 전국 치매 학회는 올해로 벌써 15회째를 맞았다. 알츠하이머 오스트레일리아 측은 "치매에 대한 전 국가적 관심 덕분에 학회에는 학자와 치매 가족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 했다. 호주가 '치매 학술 연구의 장(場)'이라면 스웨덴은'치매 기술·정책 연구의 본보기'라고 할 만하다. 스웨덴은 2005년부터 신경정신과 의사 인체공학 전문가 컴퓨터공학자 사회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 280명이 한데 모인 '스웨디시 브레인 파워(Swedish Brain Power·SBP)'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최신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약사와 공동 임상 시험을 진행해 치매 백신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치매 조기 진단법이나 기타 치료법 등도 연구한다. 프로젝트에 등록된 치매 환자 1만8000여명은 원격진료를 받는 것은 물론 실시간으로 SBP 연구 결과를 찾아볼 수도 있다. 스웨덴의 '치매 종합 대책'이라고도 불리는 SBP 프로젝트에는 스웨덴 전체 치매 진료 시설의 95%, 1차 진료 시설의 30%가 동참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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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안준용 기자 / 박상기 기자 / 이민식 기자 /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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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치매 연구 위한 '뇌 은행' 절실
    선진국들은 국가차원 운영, 맞춤형 치료 위해 꼭 필요 "死後 뇌 기증" 40%로 늘어… 뇌 은행 설립 기본요건 호전 라질 상파울루 대학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뇌 은행(Brain Bank)'이 있다. 치매 등 각종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뇌 4000여개를 체계적으로 보관·관리하는 곳이다. 10년 전 브라질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이 뇌 은행은 현재 세계 뇌 연구의 중심지나 다름없다. 각국 연구진이 치매를 비롯한 각종 뇌 질환의 원인 증상 예방법 등을 연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곳을 찾기 때문이다. 뇌 은행은 이들의 연구에 필요한 뇌 조직을 제공하고 20개국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일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에 있는 한국뇌연구원에서 한 연구원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쥐의 뇌 샘플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브라질뿐만이 아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 대부분과 미국, 일본 등은 저마다 국가 차원의 뇌 은행을 운영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이재홍 교수는"선진국은 치매 환자가 사후 기증한 뇌를 통해 국가 치매 연구를 진행한다"며"'한국형 치매'를 연구하기 위해선 뇌 은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형 치매가 따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뇌 손상 분석을 통해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치매 특징을 알고 이에 맞는 예방·치료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에는 아직 뇌 은행이 없다. 2011년 설립된 한국뇌연구원이 그나마 뇌 은행 기능을 할 만한 기관으로 평가받지만,지금도 동물 뇌를 통한 기초 연구를 주로 할 뿐 뇌 은행 설립에 관해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연구원 관계자는"(뇌 은행 설립과 관련) 교육부와 협의 중인데 설립 필요성에만 공감하는 정도라 구체적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 고 말했다. 뇌 은행이 뿌리내리지 못한 것은 사후 장기 기증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 탓이 크다. 치매는 대부분 의식이 온전치 않은 환자 대신 보호자가 기증 여부를 결정하는데 전통 장례 관습상 가족의 뇌를 선뜻 내놓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런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본지와 설문조사 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에게'국내 치매 연구를 위해 사후 뇌를 기증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은 결과, 400명(40%)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 중 82명은'꼭 기증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뇌 기증에 대한 사회 인식이 개선되면서 뇌 은행의 기반 여건은 어느 정도 충족된 셈이다. 한설희 건국대병원장은"뇌 은행은 국가 치매 대책의 최대 인프라"라며"정부가 뇌 은행 설립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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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안준용 기자 / 박상기 기자 / 이민식 기자 /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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