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경전 속 불교식물 이야기

<11> 쿤다

浮萍草 2013. 7. 11. 07:00
    “동남아 성지(聖地)마다 활짝…부처님의 새하얀 치아 묘사”
    다나 수만나 등으로 기록된 재스민 종류들은 부처님 삼십이상(三十二相) 팔십종호(八十種好) 중 32상 에서 부처님의 새하얀 이를 묘사하는데 인용된 식물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재스민은 향기가 강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부처님 전 어디든 이 꽃의 향기가 가득하곤 하다. 재스민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중요한 꽃으로 한자로 말리(茉莉)로 산스크리트의 말리카(mallik쮄)가 어원으로, 원래는 말리화(茉莉花)라고 불렀다. 재스민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국화(國花)이며 중국.타이완에서는 차(茶)의 향료나 향수의 원료로 사용 한다. 정신을 맑게 해주며 피로 해소와 심신 안정에 효과가 있고 고기 마늘 냄새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향기는 고급향수의 원료로도 각광받고 있다. 꽃의 향기는 긴장을 해소시키는 효과와 살균작용이 있어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모리화차(재스민차)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재스민 종류 전 세계 300여 종 인도 재스민, 쿤다…별모양 홑겹 코살라국 파사익왕 부인 말리카 재스민 동산에서 하녀로 일하다 사문에 공양…왕비로 간택
    태국에서는 이 꽃으로 화환을 만들어 부처님 전에 공양하는 풍습이 있고 스리랑카에서는 항상 집안에 모시고 있는 불단에 꽃잎만 따다가 접시나 작은 꽃바구니에 올리거나 물을 담은 투명한 그릇에 꽃잎을 띄우기도 하는데 이 때 재스민이 자주 사용된다. 필자의 스리랑카 성지순례 길에도 사찰 근처에 가면 입구부터 꽃들의 향기가 진동하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작은 꽃바구니를 정성 스럽게 들고 오가던 풍경이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식물학적으로 재스민 종류는 전 세계에 약 300여종이 있는데 인도재스민인 쿤다(軍荼 kunda)는 수많은 재스민 종류 중에서 별처럼 생긴 홑겹의 재스민이다. 경전 속에는 쿤다 외에도 재스민을 지칭하는 종류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수만나 혹은 소마나(須摩那,須曼那,蘇摩那,Sumana)라 부르는 아라비아 재스민(Jasminum sambac)이 있고 사제화 또는 사저,사제(闍提華,闍帝,闍底, Jati.Jatika) 또는 육관화라 부르는 스페인 재스민(Jasminum grandiflorum)이 그들이다.
    별모양을 띤 재스민, 쿤다
    재스민이 경전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부처님과 동시대를 살았던 코살라국 파사익왕과 그의 부인 말리카의 이야기 때문 이기도 한데 말리카(말리,末利)는 파세나디왕(파사익왕,波斯匿王)의 왕비이며 훗날 아유타야(아유타,阿踰陀)국왕과 결혼한 스리 말리(승만부인,勝鬘)은 석가로부터 장차 보광여래(연등불)가 될 것이라는 수기(授記)를 받은 비구니로 대승경전 가운데 여래장 (如來藏) 사상을 천명하는 대표적인 경전인 <승만경>과 기원정사를 부처님께 바친 제타(기타, 祇陀)태자의 어머니이다. 말리카는 원래 슈라바스티(舍衛城)에 사는 한 브라만의 재스민 동산을 손질하던 하녀로 원래 이름은 카필라였으나 재스민 동산 에서 한 사문을 공양한 후 그 공으로 파세나디왕을 만나 정성을 다하여 모셨다하여 재스민을 뜻하는 말리카(Mallika)라 불렸다고 하며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코살라국의 왕비로 간택되었다고 한다. 왕비가 된 뒤 자신이 공양한 사문이 석가모니 부처님임을 알고 기원정사(祈園精舍)에 머물고 있는 부처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듣고 귀의하였으며 파세나디왕도 인도하여 그 설법을 듣게 하였다고 전한다. 일설에는 말리카가 곧 스리말리(승만)이라는 설도 있다. 이처럼 재스민은 무수한 경전 속에서나 부처님 시대의 역사 속에도 존재하였던 식물인 것이다. 경전 속에 등장하는 재스민 종류는<법화경>제4장 법사공덕품(法師功德品)에서 수만나,사제화,말리화가 등장하며 <법구경>에서는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삼보(부처,가르침,동아리)를 피난처(의지처)로 삼는 사람,다섯 계율을 지키는 사람,후덕하고 탐욕스럽지 않은 사람 등 덕망 있는 사람의 명성은 멀리 널리 퍼지는데 바람은 백단나무의 향기도 진달래의 향기도, 재스민의 향기도 거스르지 못하고 오로지 선한 사람의 명성만이 그 바람을 거스를 수 있다고 게송으로서 설하시면서 덕의 향기가 이 모든 향기를 능가하다는 점을 강조하시는 부분이 나오며,<불설다라니집경> 등에서도 강한 향기를 가진 대표적 식물로서 등장하고 있다.
    불교신문 Vol 2862    민태영 한국불교식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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