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경전 속 불교식물 이야기

<9> 다라수

浮萍草 2013. 6. 27. 07:00
    부처님 말씀 하나하나 오롯이 새겨넣은 잎새
    경전을 새겨 넣은 다라수
    이가 없었던 시절, 경전을 기록할 곳이 마땅치 않아 아쉬웠을 것이다. 그래서 글자를 써넣을 수 있는 재료로 몇 가지 야자나무 잎을 사용하였는데 외떡잎 식물인 야자나무는 나란한 잎맥을 가지고 있고 섬유질이 많아 어떤 잎보다 질기다. 오래 보존하려면 수분도 적고 습기도 잘 빨아들이지 않아야 하며 질겨야 하는데 야자는 그런 면에서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글자를 새길 수 있는 야자나무는 세계적으로 약 3000여 종이 있으며 산스크리트어 ‘잎’이란 뜻의 파트라(pattra)를 음역하여 패다라(貝多羅)라고 부르게 되었다. 글자를 새길 수 있는 다라수는 지방에 따라 여러 종류인데 대표적인 것은‘Corypha utan과 Borassus flabellifer’란 학명을 가진 나무들이다. 그렇다면 패엽경(貝葉經)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패다라에다 고대 인도의 문자인 산스크리트어로 부처님의 말씀을 하나하나 새겨 넣은 것이 ‘패엽경’인데 패다라 나무들에서 접힌 부채 모양을 한 채로 잎이 돋아나는 어린 상태 그대로 잘라내어 잎을 하나씩 붙인다. 부처님 열반하시던 해 제자들 각자 들은 바 결집 왕사성 칠엽굴서 500여 비구 경율장 정리…다라수 잎에 새겨
    며칠 동안 음지에서 말린 다음 겹쳐서 한 달 정도 그대로 두고 그 후 쌀뜨물로 쪄서 바깥에서 건조시키고 폭 6~7cm 길이 60~70cm 정도로 잘라낸 후 나무판에다 고정 시키고 다시 가마에 넣어 삶아냄으로써 곰팡이가 피는 것을 방지한다. 마지막으로 고운 모래로 표면을 갈아내면 마침내 ‘패엽경’의 재료인 패다라가 완성 되는 것이다. 산스크리트어는 소리글자로서 세로쓰기를 하는 한자와는 달리 가로쓰기를 하는데 글자를 새길 때는 끝이 날카로운 송곳으로 긁어 내는 오목새김을 한다. 그러나 그 상태로는 글자가 보이지 않으므로 숯과 코코넛 기름을 혼합한 먹을 먹이고 헝겊으로 닦아내어 글자 부분이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그리고 양쪽에 구멍을 뚫어 실로 몇 십장씩 꿰어 묶어 마지막으로 묶음의 맨 앞과 뒷면에 글자가 새겨지지 않은 패다라 한 장씩을 붙이고 다시 나무판을 대어 보관하는 것이다. 패엽경은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어렵게 만들어졌는데 각각 계율, 경전 논장으로 나누어져서 3개의 광주리에 보관되었고 이러한 전통적인 사경 방식은 현재까지 스리랑카의 중요한 사찰에 전승되고 있다. 패엽경이 최초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부처님이 돌아가시던 해였다고 하는데 제자들은 생전에 부처님께서 설파한 가르침을 보존 하기 위해 각자 들은 바를 여시아문(如是我聞) 즉‘내가 들은 바는 이와 같다’고 하여 서로 논의하고 모아서 결집(結集)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왕사성의 칠엽굴에서 가섭(迦葉)을 상좌로 500명의 비구가 모여 경(經), 율(律), 장(藏)의 정리하여 다라수 잎에 새기게 된 것이 시초인 것이다. 두 가지 패다라 나무에 대해 알아보자. 첫번째 학명이‘Borassus flabellifer’이고 영명은‘Palmyra palm’혹은 ‘Toddy palm’인 야자로 가지가 없으며 높이는 30m에 달한다. 열매는 지름이 15∼20cm으로 검고 둥글며 1∼3개의 종자가 들어 있는데 자라는 꽃 이삭을 자르면 즙액이 나온다. 이 즙액은 설탕의 원료로 쓰고 발효시키면 럼(rum)이 되는데 잎은 수분이 적고 섬유질이 많으며 바싹 말랐을 때 단단해 지는 특징이 있어 보존성이 더 뛰어나다. 목재는 단단해서 카누를 만드는 데 쓰고 종자의 배젖은 건조시켜 식용한다. 패엽경으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대추야자와 더불어 중요한 야자나무로 취급되는 야자인 것이다. 두번째는 학명인‘Corypha utan’이고 영명은‘Gebang Palm’또는‘Cabbage Palm’인 나무로 가로수와 조경수로 굳이 국명으로 부르자면 공작야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공작야자는 아니다. 이 야자나무는 높이가 20m에 달하며 서남아시아와 호주와 인도네시아 뉴기니가 원산지인데 이 나무가 속하는 Corypha 속의 나무 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높이가 무려 5m에 달하는 꽃무리에서 100만여 개나 되는 꽃을 피워낸다.
    불교신문 Vol 2858    민태영 한국불교식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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