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경전 속 불교식물 이야기

<8> 길상초

浮萍草 2013. 6. 20. 07:00
    부처님이 청한 부드럽고 깨끗한 성스러운 풀
    처님은 고행림이 있는 네란자라의 언덕을 떠나 자신의 길을 찾았고 마침 그늘이 좋은 삐빨라수를 발견하시는데 거기에는 앉기 
    좋은 반석이 놓여 있다. 
    오랜 고행에 지친 부처님이 근처에서 풀을 베던 사람에게 일러 부드럽고 깨끗한 풀을 얻어 깔고 앉으신다.
    부처님은 도(道)를 이루지 못하면 결코 이 자리(金剛寶座)에서 일어나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 풀에 앉으시는데 그러한 각오는 그를 
    출가하게 한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넘어선 무고안온의 열반을 얻는 길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서 나온 것이었을 것이다.
    식물 입장에서 보면 어떤 인간도 동참할 수 없었던 위대한 현장에 삐빨라수와 함께 부처님의 깨달음의 현장을 지킨 매우 의미있는 
    이 식물은 국명으로 길상초(영명 Halfa grass)라고 하는 풀로 이 풀은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부처님, 卍자 모양 길상초서 “道 이루지 않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
    현지명으로 쿠샤(Kusha, Daabh 또는 Dharba라고도 한다.)인 이 식물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전통 속에서 종교적 의미를 포함해 매우 신성한 식물로 여겨졌던 벼과의 식물이다. 먼저 길상초는 불교에 전래된 만(卍)자의 유래와 관계가 깊다. <수행본기경>의 부처님의 성도설화에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지나가는 농부에게 풀을 얻어 깔고 앉았는데 그 풀의 끝이 卍자 모양의 길상초(吉祥草)였다고 하며 그 이후 만(卍)자는 부처님의 가슴 손발 머리 허리에 보통 사람과는 다른 만자덕상이 있다고 여겨‘만덕이 원만한 모양’,‘진리의 본체’혹은‘부처님 신체에 있는 특이한 모습의 하나’로 불교의 상징으로 사용되었고 이런 이유로 불상의 가슴이나 손발에 만(卍)자를 그려 넣고 불교기가 제정되기 전까지 ‘만(卍)’자가 불교기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였던 것이라 한다. 인도 철학에 있어서도 리그베다(Rigveda,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적 문헌.브라만교(敎)의 근본경전(根本經典)인 4베다 중 첫째 문헌)에 의하면 이 쿠샤는 신들과 성직자들의 자리로 묘사되어 있으며 인도철학이 낳은 가장 위대한 경전이라 일컬어지는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ita 베다 우파니샤드와 함께 힌두교 3대 경전의 하나로 꼽히는 철학서)에서도 특별히 이 풀이 크리슈나(힌두 신화의 3대 신(神)중 하나인 비슈누의 중요한 화신)의 명상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자리로 묘사되어 있다.
    부처님이 오랜 고행 끝에 만났다는 길상초
    쿠샤는 이처럼 예로부터 성스러운 풀로 인식되어 브라만의 상징으로 생각되었고 힌두교 의식에서 빠지지 않는 식물이기도 한데 늦가을에 여무는 이삭은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견디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목초로 쓰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의 쿠샤는 파라오 쿠푸의‘태양의 배’ (solar boat-죽은 파라오의 무덤에 배를 만들어 놓으면 그 배를 타고 저승으로 간다는 부장품으로 쿠샤는 그 목조배를 연결시키고 방수가 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야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쿠샤는 북동부와 서부 열대 지방과 알제리나 소말리아, 이집트 등의 북아프리카가 원산지이며 아프가니스탄,중국,인도,이란,이라크,이스라엘,미얀마,네팔,파키스탄, 사우디 아라비아,태국에 이르기까지 온대와 열대 아시아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초본(풀)으로 인도에서는 비하르주(인도 동쪽 끝 위치)의 가야 부근이나 뱅갈 지방 강가의 모래땅에 많다. 현지명 ‘쿠샤’…브라만 상징 힌두교 의식에도 빠지지 않아
    건조지대에서의 쿠샤는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며, 민간요법에서 쿠샤는 이질과 생리 이상의 치료에 이용하고, 이뇨제로도 사용한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보는 길상초는 무엇인가? 길상초라 부르는 식물은 이 쿠샤 말고도 백합과의 식물이 있는데 이 식물의 학명은 Reineckia carnea 로 습지나 나무 그늘에서 잘 자라 정원의 그늘진 곳에 심는 식물 이다. 여름에서 늦가을에 연한 자주색의 꽃이 피며 일본에서도 꽃이 피면 집안에 경사가 있다 하여 키치조소(吉祥草)라 부르는 식물이다.
    이 식물은 중국,일본 남부 등지에 분포하는 식생 환경과 형태 등으로 미뤄볼 때 부처님이 깔고 앉으셨다는 길상초와는 거리가 있는 전혀 다른 식물인 것이다.
    불교신문 Vol 2856    민태영 한국불교식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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