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경전 속 불교식물 이야기

<6> 대나무

浮萍草 2013. 6. 6. 07:00
    대나무숲으로 조성한 최초의 도량 죽림(竹林)정사
    빨라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제도하려는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시니 이것이 인류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불교의 출발 현장이다. 하늘의 신이 부처님께 중생을 위해 법을 설하여 달라 청하였다는 범청권청(梵天勸請)이라는 설화문학적 표현으로 이 부분이 설명되고 있다. 삐빨라수 밑을 떠나 처음으로 법을 설하신 곳이 녹야원이니 여기서 법의 수레를 처음으로 돌린다는 의미 인 초전법륜(初轉法輪)이란 말로 표현을 한다. 이후 진리를 증득한 수많은 제자들이 여러 지방으로 나누어 다니며 교화하게 하였고 부처님도 당시 인도 문화의 중심지였던 마가다(Magadha)국 왕사성으로 향하였는데 왕사성은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처음 설하신 영취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텅 빈 대나무 속…‘무심’ 상징 대나무 마디 ‘절도있는 생활’ 뜻 강인한 의지 대변…화합과 융합 불자가 지녀야 할 삶의 자세
    이 길목에서 30명의 젊은이들을 교화하시고 우루벨라 병장촌으로 가서 당시 왕사성에서 가장 이름 있는 종교가였던 가섭(Kassapa) 세 형제(우리가 아는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인 가섭은 아니다.)를 교화하여 제자로 삼게 되고 그 형제들을 따르던 수 천의 무리 역시 부처님께 교화되어 제자가 되니 마가다 국왕을 비롯한 왕사성 사람들 모두 크게 놀라게 된다. 국왕은 물론 많은 왕실 권속들과 신하들이 함께 재가신자(在家信者)가 되었으며 부처님이 머물면서 가르침을 펼 수 있는 사원을 지어 바쳤는데 절은 가란타(迦蘭陀) 장자(長者)가 자기 소유의 죽림(대나무숲)을 헌상하여 건립한 것으로 이것이 바로 불교사원의 시초가 되는 죽림정사(竹林精舍)인 것이다. 죽림정사 건축재료라 할 수 있는 대나무는 여러 경전 속에서 대나무의 속이 비어 있는 것 위 아래로 마디가 있는 대나무의 식물적 특징에 빗대어 무심과 절도 있는 생활 태도에 대해 경계하곤 한다. 더구나 대나무는 불교의 첫 도량으로서 불교 신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야 식물인 것이다.
    대나무 수형

    불교에서는 위아래 질서와 절도를 지켜 누구나 그 질서 속에 안주해야 비로소 평화로운 사회가 이루어진다고 이르고 있는데,마디가 있는 대나무가 비바람에도 굴복하지 않는 강인한 의지를 대변함과 동시에 화합과 융화를 이루어 나갈 것을 상징하고 있어 불교도가 지녀야 할 마음자세와도 그 성질이 맞아떨어지는 식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계셨던 곳의 대나무는 어떤 종류일까? 모양과 식생 환경으로 미루어 보아 국명 큰가시 대나무이고 영어로 Indian Thorny Bamboo나 giant thorny bamboo라 부르는 Bambusa arundinacea 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 경전 속에서는 카라차다(Kharacchada)라 이르며 음역하여 구로전나(句鳥路娜)로 읽는다. 식물학적으로 보면 대나무는 상록성이며 벼과의 키 큰 풀의 총칭으로, 아열대 및 열대에서 온대지방까지 널리 퍼져 있고 특히 아시아 남동부, 인도양과 태평양 제도에 그 수와 종류가 가장 많다. 대나무는 좀처럼 꽃이 피지 않지만, 필 경우에는 전 대나무밭에서 일제히 피며 대나무의 꽃은 대나무의 번식과는 무관한 돌연변이의 일종으로 개화병(開花病) 혹은 자연고(自然故)라고도 하는데 개화 시기는 3년 4년 30년 60년 120년 등으로 다양하며 대나무 밭 전체 에서 일제히 꽃이 핀 후 모두 고사한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왕대속 해장죽속 및 조릿대속의 3속 15종의 대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왕대의 줄기로는 여러가지 가구나 공구를 만들며 초여름에 올라오는 죽순은 캐서 삶아 먹는다. 맹종죽이라 부르면서 주로 남쪽 지방에서 심는 죽순대는 5월에 나오는 죽순을 먹기 때문에‘죽순대’라고 하며 조릿대는 가을에 열매를 따서 녹말을 얻어 죽을 끓여 먹기도 하고 어린잎을 삶아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조릿대 잎을 그늘에 말린 것을 죽엽(竹葉)이라고 하여 치열 이뇨제와 청심제(淸心劑)로 이용한다. 이 조릿대는 차로서도 이용하는데 최근 항암약제로 크게 각광받고 있으며 뿌리와 줄기 잎 열매 모두를 다 약용과 식용으로 한다. 오죽(烏竹)은 오죽헌의 대나무로 유명하며 이대와 해장죽이라는 대나무도 있다.
    불교신문 Vol 2851    민태영한국불교식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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