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축생전

6. 소 (상)

浮萍草 2013. 7. 12. 07:00
    농사신으로 숭배 대상…깨달음 과정 묘사 
    고구려 고분 오회분 5호묘 벽화의 염제. 농사의 신이 소의 머리를 하고 있다.
    국 전설에 ‘염제(炎帝)’로 불리는 신농씨는 불로 음식을 익히거나 구워먹을 수 있게 해주, 쟁기 등의 농기구를 만들어 농사를 가르쳤다. 때문에 농사의 신으로 숭상 받는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있다.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란 얘기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 역시 예로부터 땅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우리나라도 신농씨를 떠받들며 농사가 모든 일의 근본임을 잊지 않았다. 고구려 고분 오회분 5호묘 벽화에서 염제는 소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하고 손에 벼 이삭을 들고 있다. 이른바 ‘농신’의 머리가 소라니. 소와 농사의 끈끈한 관계가 기괴(?)하게 드러나고 있다. 소는 여러 사람 몫을 너끈히 해낸다. 논이나 밭을 갈아야 하는 농경사회에선 절대적이었다. 그래서 각 가정에서 소의 유무는 부를 상징하기도 했으며 묵묵히 일을 하는 탓에 우직하고 온순한 가축으로 인식돼 왔다. 무엇보다 소는 불교와 밀접하다. 십이신장은 ‘약사경’을 외우며 불자를 지켜주는 신장으로 불교의 약사신앙과 관련이 있는데 소는 십이신장 중 두 번째 동물이다. 더구나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 소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어느 사찰에나 있는 벽화 속에 나타난 심우도(尋牛圖).그 속에 묘사된 소는 인간의 진면목인 불성이자 미혹으로 똘똘 뭉친 마음을 의미한다. 심우도는 동자와 소를 등장시키는데 수행단계를 10단계로 나눠 표현하고 있다. 하여 십우도(十牛圖)라고도 한다.
    봉수사 대웅전 십우도 목우.
    다섯 번째 수행과정을 묘사한 ‘목우(牧牛)’를 꼭 짚고 넘어 가보자. 목우는 거친 소를 자연스럽게 놓아두더라도 소가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도록 길들이는 동자를 그리고 있다. 이는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조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단계는 입전수수(入廛垂手). 지팡이에 큰 포대를 메고 사람 들이 많은 곳을 향하는 동자는 깨달음의 궁극적 목적이 중생구제에 있음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자리이타이며 상구보리 하화중생이겠다. 그래서인지 역대 고승들은 소를 아주 가까이(?) 했다. 보조 국사 지눌의 호는‘소 치는 사람’을 뜻하는 목우자(牧牛子)였고, 경허 스님의 호가‘깨어있는 소’ 성우(惺牛)인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경허 스님은 일대사를 해결할 당시 소가 크게 기여했다고. 졸음을 이기려 턱 밑에 송곳을 받치고 허벅지를 찔러가며 불꽃 튀는 정진을 했던 경허 스님. 스님은“소가 되어도 콧구멍 뚫을 곳이 없는 소가 된다”는 말을 듣고 대오했다. 소가 콧구멍이 없으면 고삐를 묶을 수 없으니 이리저리 끌려 다닐 일이 없어 이게 곧 자유고 해탈이라는 깨달음이었다. 만해 한용운 스님도 소와 각별하다. 독립운동가였던 스님은 심우장(尋牛莊)이란 집을 짓고‘불성 찾기에 전념하는 곳’이라 불렀다. 심우도를 연상케하는 7언 절구의 한시도 썼다. 화쟁을 주창한 원효 대사는 617년 정축생 소띠다.
    부처님의 깨닫기 전 이름이‘고타마 싯다르타’인데‘고타마’란 ‘좋은 소,거룩한 소’를 의미할 만큼 소는 부처님 재세 시도 농경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기계화, 산업화된 농축산업과 육식을 탐하는 우리 탓에 ‘먹을거리’로 길러지다 가축전염병이라도 돌면 무참히 생매장되는 소들. 이들을 바라보면서 부처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법보신문 Vol 1091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草浮
    印萍